비상자금, 401(k) 노후자산의 ‘안전담요’…Vanguard 연구가 밝힌 보호 효과

[뉴욕] 401(k)미국 기업형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비상자금(emergency fund)은 예기치 못한 지출 충격을 흡수해 노후자산을 지켜 주는 핵심 장치로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년 8월 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 Group)의 글로벌 투자자 연구·정책 책임자인 피오나 그리그(Fiona Greig)는 “비상자금은 ‘보안용 담요(security blanket)’에 비유될 정도로 401(k) 자산 유출을 억제한다”고 밝혔다.

비상자금 이미지

뱅가드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비상자금 2,000달러(약 270만 원) 이상을 보유한 근로자는 보유하지 않은 근로자 대비 401(k) 대출을 받을 확률이 19%포인트, 재정적 곤란 사유로 인출할 확률이 17%포인트 더 낮았다.

근무지를 옮기면서 401(k)를 현금화하는 경우도 비상자금 보유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비상자금을 가진 이직 근로자는 가진 비상자금이 없는 근로자보다 43%포인트 덜 현금화했다.

Emergency savings protect retirement savings.” — Fiona Greig, Vanguard

아울러 비상자금이 있는 가입자는 없는 가입자보다 401(k)에 급여 대비 2.2%포인트를 더 저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히 소득 수준 때문이 아니라, 동일 소득대에서도 비상자금 보유 여부가 별개 변수로 작용함을 보여 준다.


‘누수(leakage)’ 우려와 정책적 시사점

401(k) 자산 누수(leakage)는 미국 정책당국이 노후준비 불안 요인으로 꼽는 대표적 난제다. 조기 인출은 세금·벌금 부담을 동반하고, 복리 이자 혜택이 사라지면서 장기 수익률을 저해한다.

미국 종업원복리연구소(Employee Benefit Research Institute)는 “모든 조기 현금화를 막을 경우 40년간 401(k)에 약 2조 달러가 추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2019년 보고서에서 추정했다.

그리그는 “시간급(hourly) 근로자들은 수입 변동성이 크고 비상자금 보유 비율은 낮아 누수 위험이 특히 높다”고 진단했다. 연구는 동일 소득 수준에서도 시간급이 월급제(salaried)보다 조기 인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용어 설명

• 401(k) : 미국 기업이 제공하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제도로, 근로자가 세전 급여 일부를 납입하면 고용주가 일정 비율을 매칭해 주는 구조다. 운용 수익은 과세가 이연되고, 59½세 이전 인출 시 벌금이 부과된다.

• Emergency fund : 급여 중 일부를 별도 계좌에 적립해 예상치 못한 의료비·실직·차량 수리비 등에 대비하는 자금이다. 일반적으로 3~6개월치 생활비를 권장한다.


어떻게 비상자금을 마련할까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공인재무설계사(CFP) 캐럴린 맥클래너헌(Carolyn McClanahan)은 “생활이 빠듯한 가계라도 10~25달러부터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미약해 보여도 자동이체를 통해 모으다 보면 어느새 의미 있는 규모가 된다.” — 맥클래너헌

그녀는 자동화(automation)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급여가 입금될 때마다 정해진 금액을 고금리 저축계좌·머니마켓펀드안전하고 유동성이 높은 곳으로 이체하도록 설정하면, 지출 유혹 없이 자금을 축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보너스·세금 환급처럼 뜻밖의 현금을 받으면 최소 절반을 비상자금에 편입하라고 권했다. 이렇게 마련된 완충 장치는 경기 침체·실직·생계비 상승 같은 위기 상황에서 401(k) 조기 인출을 대체할 ‘재정적 에어백’ 역할을 수행한다.

Vanguard Report Cover

정책 차원에서도 비상자금 계좌와 퇴직연금을 연계·자동가입(auto-enrollment)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제도 설계’를 통해 개인의 저축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넛지(nudge) 정책의 일환이다.

결론적으로, 비상자금은 단순 현금 보유를 넘어 401(k) 자산을 지키고, 장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기적·자동적 저축을 통해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노후 설계의 첫 단추임을 연구는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