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벵디, AMF ‘공개매수·상장폐지 의무’ 결정에 10% 급등…볼로레 그룹 경영권 구도에 중대한 분수령

비벵디(Vivendi) 주가가 18일 파리 증시에서 10% 이상 급등했다. 프랑스 금융시장감독원(Autorité des Marchés Financiers·AMF)이 볼로레 SA와 뱅상 볼로레 회장에게 6개월 이내에 ‘공개 매수 후 상장폐지(public withdrawal offer)’를 실시하라고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비벵디가 지난해 발표한 4개 법인 분할 계획이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문제 제기에서 비롯됐다. 감독원은 “분할은 사실상 경영권 변동에 해당하므로 의무적 공개매수를 촉발한다”고 판단했다.

Paris Stock Exchange

AMF는 “대부분의 분할 절차가 이미 완료된 만큼, 상장사로 남은 잔존 비벵디에 대해 2025년 1월 18일까지 공개매수를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잔존 비벵디의 시가총액은 32억4,000만 유로(약 38억 달러)다.


소액주주 승리로 평가되는 CIAM의 문제 제기

이번 결정은 프랑스 행동주의 펀드 CIAM이 제기한 소송에서 촉발됐다. CIAM은 “비벵디 분할은 Bolloré SE—비벵디 최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만을 위한 ‘편파적 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해 왔다. 공개매수 가격이 미공개이긴 하나, 소액주주들이 대거 응할 경우 비벵디의 완전 비상장화(프라이빗화)까지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이번 결정은 프랑스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가 실질적 승리를 거둔 드문 사례다” — CIAM 성명

분할 배경과 볼로레 지배 구조

볼로레 그룹은 ‘복합할인(conglomerate discount)’ 해소와 지배구조 단순화라는 명분으로 음악·출판·게임·광고 부문을 각각 4개 독립 법인으로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런 피라미드식 분할은 대주주가 현금 부담 없이 지분율을 높이는 전형적 방식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돼 왔다.

앞서 2024년 4월, 파리 고등법원은 “뱅상 볼로레가 볼로레 SE를 통해 비벵디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주주총회 결정을 좌우한다”고 판결, 작년 11월 AMF가 비벵디를 ‘독립적 상장사’로 판단했던 종전 결정을 번복했다. 볼로레 측은 고등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AMF의 공개매수 의무 역시 항소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효력이 유지된다.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란 무엇인가?

프랑스 증권법상 public withdrawal offer (offre publique de retrait)대주주가 90% 이상을 확보한 뒤 소액주주 지분을 현금 등으로 매수하고, 종목을 상장폐지하는 절차다.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최소 공정가(AMF 산정)가 적용되며, 주주총회·감독원 심사를 모두 거쳐야 한다.

관례적으로는 주가 대비 10~30% 프리미엄이 붙지만, 분할 직후의 ‘잔존 법인’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축소돼 적정 가치 산정이 까다롭다. 시장 일각에서는 “볼로레가 최소 비용으로 완전 지배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파리 소재 투자은행 관계자는 “AMF 결정이 확정될 경우, 비벵디는 2025년 초까지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음악·게임·출판 등 알짜 자산이 이미 분리된 만큼, 잔존 비벵디의 가치는 지주회사 프리미엄이 아닌 할인이 적용될 수 있다”며 소액주주의 빠른 의사결정을 조언했다.

반면, 일부 법무법인은 “항소 절차가 1년 이상 지연될 경우, 공개매수 가격 산정 기준일이 변동돼 볼로레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이 경우, 소액주주 협상력은 더 커진다는 분석이다.

Stock Market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연합(CMU) 개혁안에는 ‘경영권 변동 시 소액주주 보호 강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비벵디 사례는 향후 EU 차원의 규제 강화 논의에 중대한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론적으로, 이번 AMF 결정은 단순한 분할 이슈를 넘어 프랑스 재벌 지배구조·소액주주 권익·시장 규율이라는 세 갈래 이슈를 한데 묶어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항소 결과와 공개매수 가격, 그리고 주주들의 선택이 볼로레 그룹의 지배력프랑스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