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가 기대한 수준을 훌쩍 넘어선 실적을 AMC엔터테인먼트(티커: AMC)가 공개했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 가운데 하나인 이 회사는 “마인크래프트 무비”와 “릴로 & 스티치” 등 초대형 흥행작을 앞세워 2분기 관객을 크게 끌어모으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매출을 달성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AMC의 2분기(4~6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한 14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 13억 5,000만 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관객 수는 25.9% 늘어난 6,600만 명을 기록했다. 프리마켓에서 주가는 즉각 반응해 장 개시 전 7%가량 급등했다.
Adam Aron CEO는“영화 팬들은 가장 몰입감 있고 화려한 포맷으로 작품을 감상하길 원한다”며 “프리미엄 상영관은 일반관 대비 점유율이 세 배에 달하고, 티켓 가격 역시 건강한 프리미엄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미엄 포맷이 끌어올린 실적
AMC는 IMAX, 돌비 시네마, 프라임, iSense, XL, Laser 등 다양한 고급 상영 포맷을 운영한다. 이러한 프리미엄 포맷은 화면 해상도·사운드·좌석 편의성을 대폭 개선해 ‘관람 경험’ 자체를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와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 실제로 AMC는 자사 프리미엄 관의 관객 점유율이 일반관 대비 거의 세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IMAX는 고해상도 카메라·프로젝터·특수 설계된 각도 높은 스크린으로 생생한 영상을 제공하는 대형 포맷이다. 돌비 시네마는 돌비 애트모스(Immersive Audio)와 돌비 비전(HDR 음영 기술)을 결합해 어두운 장면의 명암을 섬세하게 살리고, 360도 서라운드 사운드를 구현한다. Laser 프로젝션 역시 빛 번짐을 최소화해 색 재현력을 높인다.
게임 IP·디즈니 실사화 흥행이 주도
올해 극장가 흥행은 게임 지식재산권(IP)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가 주도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가 배급한 “A Minecraft Movie”는 전 세계 9억 8,000만 달러에 이르는 흥행 수익을 올리며 자사의 스튜디오 부문 매출을 55% 끌어올렸다. 같은 분기 WBD는 예상 밖의 순이익도 시현했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로 기획됐다가, 팬덤 요구에 따라 극장용으로 전환된 “릴로 & 스티치” 역시 가족 관객을 견인했다. 이 두 작품은 상영 기간 내내 프리미엄 상영관 좌석 대부분을 일찌감치 매진시키며 리오프닝 이후 ‘극장 관람 가치’에 대한 소비자 인식 변화를 보여줬다.
손실 폭 대폭 축소…재무 건전성 개선
AMC의 2분기 순손실은 470만 달러로, 전년 동기 3,280만 달러 손실에서 크게 개선됐다. 영업 현금흐름이 흑자로 돌아선 점, 평균 티켓 가격 상승, 프리미엄 포맷 부가수익이 주효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에도 IMAX와 돌비 시네마 스크린 추가 도입을 예고했다. 현재 미국·유럽·중동·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9,600여 개 스크린을 운영 중인 AMC는, 2026년까지 Laser 프로젝션 비중을 6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산업적 의미와 향후 관전 포인트
1) 스트리밍 경쟁 심화 속 극장 차별화: ‘OTT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극장 관람의 경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프리미엄 상영관 확대는 관객당 매출(ARPU)을 높여 수익 모멘텀을 강화할 전망이다.
2) 게임·IP 기반 콘텐츠의 흥행 지속성: 게임 팬 기반은 글로벌 동시 개봉 시 흥행 불확실성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성공 사례가 이어진다면, 영화사와 극장 모두에 안정적인 수요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3) 인플레이션·소비자 지출 탄력성: 틴·패밀리층 소비는 경기 둔화에도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것이 이번 분기 실적에서 확인됐다. 다만 금리 고점 장기화 시 discretionary spending(선택적 소비) 축소가 재차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필자는 “극장이 단순한 콘텐츠 소비 공간이 아닌 ‘체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수록 프리미엄 포맷 투자가 실적 방어막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AMC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채권·주식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을 설비 현대화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왔다.
용어 풀이
OTT(Over-The-Top): 인터넷을 통해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프리마켓 트레이딩: 정규장 개장 전(미 동부시간 오전 4시~9시30분) 이루어지는 주식 거래. 기업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초기 반응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고객 한 명당 평균 매출. 극장 업계에서는 티켓 가격·팝콘 등 부가 매출을 모두 포함해 산출한다.
전망
AMC는 3분기에도 마블 스튜디오의 “판타스틱 포” 리부트, 파라마운트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2”, 그리고 차세대 콘솔 게임 원작 “젤다의 전설” 실사 영화 등 대형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공백기가 짧아질수록, 프리미엄 상영관의 가동률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 전환이 가시화될 경우, 여행·레저·엔터테인먼트 전반에 대한 소비 여력이 확대돼 극장 업계 전반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편, 지난해 헐리우드 작가·배우 파업으로 지연된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개봉을 재개하면서, 2025년 극장가의 콘텐츠 가뭄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