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차세대 ‘제리코4’ 네트워킹 칩 공개…AI 데이터센터 연결성 60마일까지 확장

브로드컴(Broadcom)의 반도체 부문이 차세대 네트워킹 스위치 칩 ‘제리코4(Jericho4)’를 공개했다. 해당 칩은 최대 60마일(약 96.5km) 떨어져 있는 데이터센터를 초고속 저지연 네트워크로 연결해 인공지능(AI) 학습·추론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제리코4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내부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간 장거리 구간까지 네트워크 대역폭을 확장하도록 설계됐다. 브로드컴의 코어 스위칭 그룹을 총괄하는 람 벨라가(Ram Velaga) 수석부사장은 “단일 시스템에 약 4,500개의 칩을 통합해도 성능 저하 없이 구동할 수 있도록 아키텍처를 설계했다”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아마존(Amazon) 등은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병렬로 연결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있다. AI 학습 과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칩 내부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혼잡(congestion)을 줄이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제리코4 칩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를 스위치 내부에 직접 탑재해 이러한 문제를 완화한다.

“스위치는 혼잡이 해소될 때까지 트래픽을 메모리에 보관한다. 따라서 칩 안에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 — 람 벨라가 수석부사장


HBM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D램보다 훨씬 넓은 데이터 통로를 제공하는 차세대 메모리 규격으로, 멀티칩 적층(3D 스태킹) 구조를 채택해 대역폭을 극대화한다. 엔비디아(Nvidia), AMD 등 AI 가속기 칩 설계사들이 이미 채택하고 있으며, 브로드컴이 네트워크 스위치 칩에 HBM을 탑재한 것은 대용량 패킷을 지연 없이 처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안 측면에서도 제리코4는 데이터 암호화 기능을 기본 제공한다. 데이터센터 물리적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전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간자 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제조 공정은 대만 TSMC의 3나노미터(nm) FinFET 기술이 적용됐다. 미세 공정을 활용함으로써, 이전 세대 대비 전력 효율이 향상되고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크게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AI 모델의 규모가 계속해서 커지면서 GPU 클러스터를 연결해 주는 네트워크 스위치의 성능이 시스템 전체 성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브로드컴의 제리코4가 상용화될 경우, 클라우드 사업자는 더 적은 레이턴시와 더 높은 보안을 확보하면서도 데이터센터 확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