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베렝—원주민 시위대가 회의장을 급습한 다음 날인 현지 수요일, 브라질 COP30 기후정상회의가 다시 문을 열고 각국 대표단이 기후변화 대응 행동·정책·재원을 둘러싼 협상에 차분한 분위기로 복귀했다. 전날의 긴장과 대비되는 회의장 내부의 질서 회복이 눈에 띄었으며, 대표단은 예정된 의제 논의를 이어갔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회의 재개는 전날 밤 입구 충돌로 인한 파손 복구 작업 때문에 다소 지연됐으나, 유엔이 밝힌 바에 따르면 보안요원 2명이 경상을 입었을 뿐 큰 피해는 없었다. 또, 현장 보안은 ‘공항식 수하물 검색’ 수준을 대부분 유지해 출입 절차의 실질적 변화는 최소화됐다.
회의장 밖 과자라(Guajara) 만 수역에서는 브라질 해군 함정 2척이 원주민 지도자와 환경운동가들이 탑승한 시위 보트 행렬을 호위하며 순항했다. 참가자들은 “Save the Amazon(아마존을 구하라)” 및 토지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고, 원주민 지도자, 베렝 시민, 그리고 COP 대표단을 포함한 수백 명이 강변으로 몰려들어 이를 지켜봤다.
협상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으나, 브라질 의장단은 같은 날 공개 ‘스톡테이킹(stocktaking) 세션’을 예고했다. 이 세션에서 각국 대표들은 탄소세와 지구 온난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들에 대한 기후금융 등 쟁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수 있다. 스톡테이킹은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합의의 간극을 드러내는 절차로, 협상 흐름을 재정렬하는 기능을 한다.
알 고어, 연례 기후 발표로 경고 수위 높여
미국의 앨 고어(Al Gore) 전 부통령은 올해도 정상회의에서 연례 기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산업혁명 이후 역사적으로 최대의 누적 배출국인 미국이 올해 회의를 사실상 외면한 가운데 이뤄진 발표였다.
고어 전 부통령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홍수와 산불 등 최근의 극단적 기상이변 사례를 열거한 뒤 다음과 같이 물었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방관하며, 이 같은 사건들이 더 악화되도록 온도조절기를 계속 올릴 것인가?”
전날 밤의 짧지만 극적 충돌은 올해 회의의 긴장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원주민을 세계 미래 결정과 산림 관리의 핵심 주체로 강조해 왔으며, 이는 이번 회의 의제 설계에도 반영됐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모인 원주민 단체 대표들은 벌목·광산개발·농업 팽창·화석연료 채굴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아마존이 전 세계 탄소 배출을 흡수(sink)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대표단은 충돌에 놀라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계경제포럼(WEF) 지구시스템 아젠다와 열대림 동맹(Tropical Forest Alliance)을 이끄는 잭 허드(Jack Hurd)는 “안타깝게도 도를 넘은 면이 있다. 그러나 시위는 일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라고 나는 본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임계점에 근접” 우려 고조
195개 정부가 참여한 이번 협상에서 기후 행동을 둘러싼 글로벌 컨센서스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는 이런 균열의 책임을 미국으로 겨냥했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아마존에서 지속되는 산업 활동과 개발에 경악을 표시했다. 이와 관련해 브라질 원주민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한 단체는 화요일(전날) 시위를 조직하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음과 같은 입장을 냈다.
“우리는 모든 민중이 어떤 형태의 가부장주의—그것이 국가가 수년간 우리에게 강요해 온 바로 그것—없이 자율적으로, 자유롭고 민주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권리를 지지한다.”
이어 이 단체, 즉 브라질 원주민 연대(Articulation of Indigenous Peoples of Brazil)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여기에서 실질적인 약속을 계속 요구하고, 해답은 우리 자신임을 재확인하기 위해 왔다.”
한편, 전 세계 정부는 아직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 임계값을 넘으면 재난적 극단 현상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불과 지난달에도 과학자들은 급속한 산림 파괴가 지속되고 전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를 넘어서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후퇴(dieback)하며 사바나 같은 전혀 다른 생태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시점은 2030년 무렵으로, 이전 추정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경단체들은 아마존 인근에서 COP30을 개최한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린피스 브라질의 카롤리나 파스콸리(Carolina Pasquali) 사무총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협상가와 기후 리더들을 숲의 심장부로 데려와,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하게 하고 있다. 아마존이 임계점에 와 있으며, 이 지역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와 맥락 설명
COP30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의 제30차 회의를 뜻한다. 매년 각국이 모여 감축(완화), 적응, 재원 등 핵심 의제를 논의한다. 스톡테이킹(stocktaking) 세션은 협상 경과를 공식적으로 점검하고, 쟁점을 정리해 다음 단계 합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공개 토론 절차다.
‘공항식 수하물 검색’은 공항 보안과 유사한 형태의 X-레이 검색·금속탐지 등 출입자 통제 절차를 가리킨다. 플로틸라(flotilla)는 여러 척의 보트나 선박이 행렬을 이루는 형태의 집단 항해를 의미하며, 시위·퍼레이드에서 자주 활용된다.
전문적 해설분석—이번 사태는 ‘보안과 표현의 자유’, ‘산림 보전과 지역 개발’, ‘역사적 책임과 현재의 행동’이라는 세 축의 충돌을 응축한다. 비공개 협상과 공개 스톡테이킹의 병행은 정치적 민감 의제(탄소세·기후금융)에서의 간극을 드러내되, 협상 동력을 유지하려는 의장국의 균형 전략으로 읽힌다. 또한 원주민 리더십을 의제 전면에 세우려는 브라질의 접근은, 토지 권리와 생태계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보전과 정의의 동시 달성을 지향하는 최근 국제 거버넌스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다만 1.5도 목표 달성 시간표가 촉박하고, 일부 주요 배출국의 참여 공백이 이어질 경우 금융·시장·규제 수단의 실행력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