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증산 영향…국제 설탕 선물가 1주일 만에 급락

국제 원당(원유당) 가격이 브라질의 설탕 증산 소식에 1주일 만에 급락세를 연출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2025년 10월물 원당(#11) 가격은 전일 대비 2.26% 하락한 파운드(lb)당 15.57센트(-0.36)로 장을 마감했으며, 런던 ICE 백설탕(#5) 12월물도 1.44% 내린 톤(t)당 458.10달러(-6.70)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9월 17일, 미국 상품 데이터 플랫폼 바차트(Barchart)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유니카(UNICA)가 이날 발표한 8월 하순(8월 16~31일)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 급증한 387만2,000톤(MT)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량 중 설탕 생산 비중도 48.78%에서 54.20%로 높아져 설탕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단숨에 커졌다.

뉴욕 ICE 원당 선물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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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25/26 시즌 누적(4~8월) 중남부 설탕 생산량은 2,675만8,000톤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집중호우와 간헐적 가뭄이 반복되면서 사탕수수 수확 시기가 지역별로 달라지고 있다”며 공급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인도·브라질·태국 ‘3대 산지’ 변수가 가격 향방 결정

전날(16일) 국제 설탕 트레이딩 회사 석덴(Sucden)은 “인도가 2025/26년 시즌 설탕 400만 톤을 에탄올로 전환할 계획이지만, 이는 내수 과잉을 해소하기에는 불충분하다”며 “결국 인도 제당사들은 최대 400만 톤의 설탕을 수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시장 컨센서스(200만 톤 수출)을 뛰어넘는 전망이 나오자 투자자들은 매도 포지션을 확대했다.

설명 COT(Commitment of Traders) 보고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매주 발표하는 포지션 통계로, 헤지펀드·투기세력·상업거래자의 순매수·순매도 규모를 보여준다.

실제로 9월 9일 기준 COT 보고서에서 펀드 순매도 잔고는 18만2,608계약으로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은 ‘숏 스퀴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나, 당장은 공급 과잉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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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ICE 백설탕 선물 차트

브라질, ‘에탄올보다 설탕’ 전략 지속…건조한 날씨가 촉매

시장 조사기관 코브리그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제당소들이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수확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건조한 사탕수수는 당분 함량(Brix)이 높아 설탕 수익성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10~11월에도 설탕 공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브라질 농업통계청 코납(CONAB)은 8월 19일 보고서에서 2025/26 브라질 설탕 생산 추정치를 4,450만 톤으로 3.1% 하향 조정했다. 2024/25년 실제 생산량도 전년 대비 3.4% 감소한 4,411만8,000톤에 그쳤는데, 이는 극단적 가뭄·고온에 따른 사탕수수 생육 저하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기구·각국 정부 전망치 ‘엇갈린 신호’

국제설탕기구(ISO)는 8월 29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수급이 23만1,000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4/25년 488만 톤 부족분에 비해 크게 개선된 수치다. ISO는 글로벌 생산이 1억8,060만 톤(전년 대비 3.3% 증가), 소비가 1억8,080만 톤(0.3% 증가)으로 균형에 근접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영국 상품 트레이더 차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750만 톤 공급 과잉을,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1억8,931만8,000톤이라는 사상 최대 글로벌 생산4,118만8,000톤의 재고(전년 대비 7.5% 증가)를 예고했다. 전망치가 엇갈리면서 투자 심리는 불안정한 상태다.

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같은 보고서에서 브라질(2.3%↑, 4,470만 톤), 인도(25%↑, 3,530만 톤), 태국(2%↑, 1,030만 톤) 등 주요 생산국이 동반 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중장기적으로는 수급 균형 회복 두 시나리오가 공존한다.


인도·태국, ‘풍부한 몬순’이 변수

인도 기상청(IMD)은 9월 10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826.2mm로 정상치 대비 8%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인도 전국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6월 2일 “2025/26년도 인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급증한 3,49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 3위 생산국 태국 역시 사탕수수및설탕위원회(OCSB)가 5월 2일 “2024/25 생산량이 14% 늘어난 1,000만 톤”이라고 밝히며 공급 확대 압력을 키웠다.

시장 참여자들은 “인도·태국의 ‘풍년’이 실현될 경우, 설탕 선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각국 정부의 수출 허가 정책·환율 변동·에탄올 정책 등 정책 변수가 가격 결정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 시각: ‘숏 포지션 급증, 변동성 확대’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숏 포지션이 6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만큼, 단기 반등(숏 커버링)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러나 설탕이 ‘에너지 대체재(에탄올)’라는 특성과 ‘식료품’이라는 이중 속성을 갖는 만큼, 유가·환율·정책 리스크가 맞물릴 때 가격이 급등락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근 브라질 헤알화 약세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는 설탕 선물에 추가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단기 트레이더라면 COT 데이터·브라질 강우 패턴·인도 정부 수출정책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장기 투자자의 경우 ISO·USDA·CONAB 등 주요기관의 생산·소비·재고 전망치가 상호 수렴하는지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용어 풀이 및 참고 지표

• 원당(#11): 가공 전 단계의 갈색 설탕을 지칭하며 뉴욕 ICE에서 파운드(lb) 단위로 거래된다.
• 백설탕(#5): 정제된 설탕을 뜻하며 런던 ICE에서 톤(t) 단위로 거래된다.
• Brix: 사탕수수 내 당분 함량을 나타내는 지표. 값이 높을수록 설탕 추출 효율이 상승한다.
• 숏 스퀴즈: 공매도(숏)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대규모 매수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