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장중 5주 만에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5일(현지 시각)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10월물 원당(세계 설탕 #11)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09센트(-0.55%) 하락한 파운드(lb)당 16.37센트, 런던 ICE 10월물 백설탕(#5) 가격은 -4.50달러(-0.96%) 떨어진 톤당 464.40달러에 거래됐다.
2025년 8월 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의 설탕 생산 증가 기대가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7월 상반기 브라질 중남부(Center-South) 지역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 톤에 달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량 가운데 설탕 배분 비중도 50%에서 54%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 기관 Datagro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브라질 공장들이 사탕수수 분쇄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설탕 생산으로 원료를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곧 공급 증가 기대를 키워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인도발(發) 공급 확대 우려도 겹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새 시즌(2025/26)부터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인도 몬순(우기) 강수량은 누적 500.8밀리미터(mm)로 평년 대비 4% 많아 풍작이 예상된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제조협회(ISMA)은 2025/26 시즌 설탕 200만 톤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인도는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이다. 인도 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NFCSF)은 2025/26 시즌 인도 설탕 생산량이 전년보다 19% 증가한 3,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4/25 시즌 생산량이 -17.5% 감소해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를 기록한 뒤의 반등이다.
“2025/26 시즌 전 세계 설탕 시장은 8년 만의 최대 잉여 공급(7.5백만 톤)에 직면할 수 있다.” — 상품 트레이더 Czarnikow (6월 30일 보고서)
이 전망과 함께 지난 4개월간 뉴욕 원당은 4.25년 만의, 런던 백설탕은 4년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다만 가격 급락이 수요 회복을 촉발하는 조짐도 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대비 1,435% 급증한 42만 톤으로 집계됐다. 또한 코카콜라는 미국 판매 제품에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설탕 소비량이 4.4% 늘어난 1,150만 톤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의 상쇄 요인도 있다. Unica에 따르면 2025/26 시즌 시작 이후 7월 중순까지 누적 중남부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1,565만 톤에 그쳤다. 브라질 농업공급회사(Conab)는 2024/25 브라질 설탕 생산량이 -3.4% 감소한 4,411만 톤이라고 발표했다. 극심한 가뭄과 폭염 탓에 사탕수수 수확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태국 역시 핵심 변수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OCSB)는 2024/25 시즌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1,000만 톤으로 집계됐다고 5월 2일 발표했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으로, 증산은 가격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시즌 세계 설탕 공급 부족 예상치를 9년 만의 최대치인 -547만 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2023/24 시즌 131만 톤 흑자(잉여)에서 적자로 전환되는 수치다. ISO는 또 2024/25 세계 설탕 생산 전망치를 1억7,480만 톤으로 하향했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해외농업서비스(FAS)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이 4.7% 증가한 1억8,931만 톤(사상 최대), 소비는 1.4% 증가한 1억7,79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기말 재고는 7.5% 늘어난 4,118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FAS는 브라질 생산이 2.3% 늘어난 4,470만 톤, 인도 생산이 25% 늘어난 3,530만 톤, 태국 생산이 2% 늘어난 1,03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설
- NY 원당 #11 : 뉴욕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당 선물 계약으로, 원당(원료 설탕) 국제 벤치마크로 쓰인다.
- London 백설탕 #5 :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 계약이다.
- Unica : 브라질 설탕·에탄올 생산업체 협회로, 중남부 지역 생산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발표한다.
- ISO(International Sugar Organization) : 설탕 시장 데이터를 집계·발표하는 국제기구다.
결론적으로, 브라질·인도·태국의 증산과 미국·중국의 소비 확대라는 상반된 수급 변수가 혼재된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공급 우위 심리가 우세해 설탕 선물 가격이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아시아 수요 회복 속도가 빨라지거나 브라질 기상 리스크가 재부각될 경우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생산·수출 동향과 기후 변수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