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런던 선물시장 동향
국제 설탕 선물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10월물 뉴욕 ICE 원당 11호(SBV25)는 전일 대비 -0.04센트(-0.25%) 내린 1파운드당 15.66센트 선에서 거래됐으며, 10월물 런던 ICE 백설탕 5호(SWV25)도 -1.00달러(-0.19%) 하락한 톤당 535.40달러를 기록했다. 두 지수 모두 전날 기록한 5주 최저치보다는 소폭 반등했지만, 공급 증가 압력에 여전히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8월 6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최근 브라질 내 설탕 생산이 예상보다 강하게 늘어나며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생산 전망치 상향 조정을 주시하고 있다.
■ 브라질 생산·수출 확대
브라질 사탕수수산업협회(Unica)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7월 상반월(1~15일) 브라질 중남부 설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 톤(MMT)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사탕수수 분쇄량 중 설탕용 비중은 50%에서 54%로 상승, 에탄올보다 설탕 생산에 더 많은 수수를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탕수수 분쇄 비중은 제당공장이 사탕수수를 설탕·에탄올 어느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하는 핵심 지표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건조한 날씨 덕분에 사탕수수 수확·분쇄 작업이 평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제당사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설탕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인도·태국發 공급 변수
블룸버그는 인도가 10월 시작되는 2025/26 생산연도부터 설탕 수출을 재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은 500.8㎜로 평년 대비 4% 많아 ‘풍년’이 기대된다. 인도 설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는 내년 200만 톤 수출 허용을 정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전 세계 2위 생산국인 인도의 증산 전망도 가격 하락 요인이다. 6월 2일 인도 전국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2025/26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3,5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4/25연도 5년 만의 최저치(2,620만 톤)에서 반등하는 수치다.
태국 사탕수수위원회는 5월 2일 2024/25연도 설탕 생산이 14% 늘어난 1,000만 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 2위 수출국으로 글로벌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 글로벌 수급 전망과 가격 흐름
지난 4개월 동안 뉴욕 원당 가격은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 런던 백설탕은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 30일 영국 곡물상 차르니코우(Czarnikow)는 2025/26 시즌 전 세계 설탕 잉여가 8년 만에 최대 규모인 75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농무부(USDA)가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도 비슷한 그림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2025/26 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8,931.8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기말 재고도 7.5% 늘어난 4,118.8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별로는 브라질 2.3%↑(4,470만 톤), 인도 25%↑(3,530만 톤), 태국 2%↑(1,030만 톤)으로 모두 증산이 전망됐다.
반면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연도 전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547만 톤으로 상향 조정해 9년 만의 최대 결손을 경고했다. 이는 2023/24연도 131만 톤 잉여에서 균형이 크게 바뀌는 수치다. ISO는 동시에 2024/25 생산 전망을 1,748만 톤으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 수요 측 호재: 중국·미국 사례
가격 하락이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는 조짐도 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435% 급증한 42만 톤을 기록했다. 한편 코카콜라는 미국 내 일부 제품에서 고과당 옥수수 시럽을 대신해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결정이 미국 설탕 소비를 현재 1,100만 톤에서 1,150만 톤으로 4.4%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브라질 기후 변수와 생산 감소 우려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기후 위험도 존재한다. Unica는 7월 중순까지 중남부 누적 설탕 생산이 지난해보다 9.2% 감소한 1,565.5만 톤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농업공급회사 코나브(Conab)는 지난달 2024/25 브라질 설탕 생산이 3.4% 감소한 4,411.8만 톤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사탕수수는 가뭄·고온에 취약해 생산량이 해마다 큰 변동을 겪는다”— 국내 원당 트레이더
■ 용어·지표 해설
- 원당 11호(Sugar #11): 뉴욕 ICE에 상장된 원당(정제 전) 국제 벤치마크 선물. 112,000파운드(약 50.8톤)를 1계약 단위로 거래한다.
- 백설탕 5호(Sugar #5): 런던 ICE에 상장된 정제 설탕 선물. 50톤을 1계약으로 하며 품질 기준(백도 99.8%)을 충족해야 한다.
- 분쇄 비중: 제당·에탄올 복합 공장에서 사탕수수 투입량 중 설탕 생산에 사용한 비율.
- MMT: Million Metric Ton, 백만 미터릭톤(100만 톤)을 뜻한다.
■ 기자 시각
최근 설탕 가격 흐름은 공급 과잉과 수요 부양 요인이 엇갈리는 전형적 박스권 장세다. 브라질·인도·태국의 증산 속도가 실제 수요 회복을 얼마나 상쇄하느냐가 중장기 가격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특히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비와 헤알화 약세를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넓히고 있어, 향후 국제 설탕 가격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라면 기후 리스크·정책 변수(인도 수출 허용 여부)·환율 변동 등 복합 요인에 주목해 리스크 관리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 본 기사는 투자 자문 목적이 아니며, 기사에 언급된 모든 수치·전망은 원문 자료에 기반한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