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서리 우려에 커피 선물가격 상승

뉴욕 ICE 선물시장에서 9월물 아라비카(Arabica) 커피 가격이 전장 대비 3.10센트(+1.06%) 오른 1파운드당 2.96달러에, 9월물 로부스타(Robusta) 커피 가격이 67달러(+2.10%) 상승한 톤당 3,255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당일 장 초반 약세를 보였던 커피 선물가격은 브라질 주요 산지에 서리(霜)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급반등했다. 민간 기상업체 클리마템포(Climatempo)는 이번 주 후반 남동부 내륙으로 강한 한랭전선이 진입해 생산지의 수은주가 영하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격 변동 배경

장 초반만 해도 아라비카는 1주일래 최저가를, 로부스타는 계약 사상 최저가를 각각 경신했다. 특히 근월물(N25) 로부스타 가격은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이는 브라질 신규 작황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하되면서 수확 압박(harvest pressure)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브라질 현지 컨설팅사 사프라스&메르카도(Safras & Mercado)는 7월 16일 기준 2025/26년 작 커피 수확률이 77%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년 동기 74% 및 5년 평균 69%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품목별로는 로부스타가 93%, 아라비카가 67% 완료됐다. 최대 조합인 쿠슙(Cooxupé) 역시 7월 18일 현재 조합원 수확률이 59%라고 밝혔다.

용어 설명
아라비카는 고급 커피로 꼽히며 부드럽고 산미가 있는 맛이 특징이다.
로부스타는 쓴맛과 고카페인 함량이 특징으로, 주로 인스턴트나 블렌드에 사용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파생상품 거래를 주관하는 글로벌 거래소다.
Safras & Mercado, Cecafe 등은 브라질 농산물 통계·수출 관련 주요 기관이다.


재고·포지션 동향

로부스타 가격에는 재고 부담도 작용한다. 7월 22일 기준 ICE 관세창고 로부스타 재고는 6,401 로트로 1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대로 아라비카 재고는 81만1,024포대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해 품목 간 수급 상황이 엇갈렸다.

한편 ICE 유럽은 7월 15일 기준 펀드(헤지펀드 등) 순매도 규모가 1,294로트로 2년 만에 최대라고 밝혔다. 과도한 숏 포지션 덕분에 단기적인 쇼트 커버(Short-covering)가 촉발될 경우 가격 급등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베트남 기후 변수

건조(가뭄) 현상도 가격 지지 요인이다.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산지 미나스제라이스주는 7월 19일까지 한 주 동안 강수량이 ‘제로’였다고 민간기관 소마르(Somar)가 밝혔다. 브라질 출하 차질은 실제 통계로 확인된다. 브라질 커피수출업협회 세카페(Cecafe)는 6월 그린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31% 급감한 230만 포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아라비카·로부스타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주요 로부스타 공급국 베트남도 가뭄 여파를 겪었다. 2023/24년 작황은 전년보다 20% 줄어든 147만t으로 4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베트남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커피 수출도 17.1% 감소한 135만t으로 집계됐다.


거시 공급 전망

그러나 장기 공급 전망은 여전히 풍부하다는 평가다. 미국 농무부(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년 세계 커피 생산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1억7,868만 포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아라비카가 소폭 줄어드는 대신 로부스타가 7.9%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최종 재고는 4.9% 늘어난 2,282만 포대로 전망됐다.

스위스 상사 볼카페(Volcafe)는 같은 기간 아라비카 공급부족 규모를 850만 포대로 추정하며 ‘5년 연속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리스크

미국 정치 변수도 시장을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선포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브라질에 대한 무역 장벽은 공급 교란 가능성을 띠고 있어 아라비카 가격을 추가로 떠받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해설 및 전망

현재 시점에서 가격 급등의 촉매는 단연 ‘브라질 서리’다. 브라질 커피 벨트(미나스제라이스·상파울루·파라나 등)는 남반구 겨울(6~8월) 기온이 영상 2~3℃ 이하로만 내려가도 꽃눈·체리 낙과 피해가 발생한다. 과거 1994·2021년 대규모 서리는 글로벌 커피 가격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린 사례가 있다. 따라서 기상청·클리마템포 예보가 현실화되면, 헤지펀드 등 숏 포지션 플레이어들이 대거 물량을 회수하며 롤러코스터 장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USDA·FAS 보고서처럼 중장기 공급이 우호적인 만큼, 기상 충격이 없을 경우 현물·선물 가격은 다시 하향 안정화할 여지가 존재한다. 투자자라면 단기 기상 리스크와 장기 펀더멘털을 모두 고려해 변동성 관리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전문가 의견*

시카고 소재 원자재 브로커는 “서리가 실질 피해로 이어지면 아라비카 3달 선물은 lb당 3달러 중후반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반면 서리가 빗나가면 최근 부진했던 로부스타 수확 진척과 대규모 재고가 다시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해당 발언은 기사 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시장 관계자 코멘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