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선물가격이 7월 19일(현지 시각) 하락 마감했다. 7월 인도분 뉴욕 ICE 천연원당 #11(SB-N24) 선물은 전일 대비 -0.16센트(-0.82%) 내린 파운드당 19.3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런던 ICE 백설탕 #5(SW-Q24) 8월물은 -5.30달러(-0.93%) 떨어진 톤당 563.50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2일, 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락세의 직접적인 배경은 브라질의 설탕 생산량 확대다. 브라질 사탕산업협회(Unica)는 2024/25 작황이 시작된 4월 1일부터 5월 말까지 누적 설탕 생산량이 783만 7,000톤(전년 동기 대비 +11.8%)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사탕수수 중 설탕 생산 비중도 47.88%로 작년 46.68%보다 높아졌다.
브라질의 공격적인 증산은 설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미 최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브라질은 사탕수수 면적 확대(+4.1%, 870만ha)와 우호적인 기상 여건을 바탕으로 2024/25 시즌에 역대 최대치인 4,629만 2,000톤(+1.3%)의 설탕을 생산할 것으로 정부 산하 농업공급공사(Conab)가 추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25.7% 급등했던 2023/24 시즌(4,242만 5,000톤) 이후에도 성장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브라질의 추가 공급 물량이 국제 시장을 압도하면서 단기적으로 가격 상단이 제한되고 있다”
는 시장 참가자들의 평가가 나온다. 다만 브라질 수확 시즌이 끝나가는 4분기 이후에는 인도·태국 등 다른 아시아 권역의 생산 변수가 더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인도, 에탄올 정책으로 수출 물량 축소 가능성
한편 전일(18일)까지는 인도의 수출 감소 우려가 1개월래 최고가 랠리를 촉발했다. 인도 정부가 휘발유 에탄올 혼합 비율 확대 정책을 재확인하며 사탕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제조협회(ISMA)에 따르면 2023/24회계연도(10월~4월) 설탕 생산은 3,140만 톤(-1.6%)으로 집계됐다. 4월 말 기준 516개 제당소가 조기 가동 중단을 결정, 전년(460개)보다 가동률이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기상 변수도 주목된다. 인도 기상청(IMD)은 6월 1일보다 이틀 이른 5월 30일 남부 지역에 몬순(우기)이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6~9월 몬순 강수량 전망은 평년(870mm)의 106%로, 전년(-6%)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충분한 강수는 작황에 긍정적이지만, 에탄올 정책으로 인해 실제 수출 가능 물량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세계 공급·수요 전망치 상향…그러나 재고는 13년래 최저
국제설탕기구(ISO)는 6월 17일 회의에서 2023/24 시즌 세계 설탕 공급 부족 규모를 기존 ‑68만 9,000톤에서 -295만 톤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동시에 전 세계 설탕 수요는 1억 8,220만 톤(+1.8%)으로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수요 증가는 인도 내수 소비 상향 조정이 결정적이었다.
미국 농무부(USDA)도 작년 11월 반기 보고서에서 2023/24 세계 생산 1억 8,346만 톤(+4.7%), 소비 1억 7,843만 톤(+1.2%)을 각각 사상 최고치로 예상했다. 하지만 기말재고는 3,368만 톤(-13.3%)으로 2011/12 시즌 이후 최소치로 줄어, 중·장기적 공급 불안 요인은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태국 기록적 폭염…수확량 변수 부각
아시아 2위 수출국 태국은 역대급 폭염과 엘니뇨 여파로 올해 사탕수수 착즙 대비 원당 회수율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태국 기상청은 5월 6일 “77개 주(州)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1958년 이후 최고기온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다만 태국 정부는 4월 22일 기준 2023/24 시즌 설탕 생산량을 877만 톤으로 추산해, 민간 추정치(750만 톤)를 상회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공식·비공식 수치 간 격차와 기상 악화 지속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용어·지표 해설참고
#11, #5 선물 – #11은 뉴욕 ICE에서 거래되는 천연원당(raw sugar) 112,000파운드(약 50.8톤) 단위 선물계약을,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백설탕(정제당) 50톤 단위 선물계약을 의미한다.
MMT – Million Metric Tons의 약자로, 백만 미터톤(1,000킬로그램) 단위를 말한다. 기사에서 42.425 MMT는 4,242만 5,000톤을 뜻한다.
에탄올 혼합 의무제 – 휘발유에 에탄올을 일정 비율로 혼합하도록 하는 인도 정부 정책으로, 사탕수수를 설탕 대신 에탄올로 전환해 공급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몬순 – 6~9월 인도 아대륙에 걸쳐 나타나는 계절풍으로, 연간 강수량의 80% 이상이 이 기간에 집중된다. 몬순의 강·약은 농산물 생산량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시장 전망 및 기자 시각
단기적으로는 브라질의 대규모 공급 확대가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ISO와 USDA가 모두 세계 재고 감소를 경고한다는 점, 인도·태국의 기상·정책 변수, 그리고 글로벌 에탄올 수요 증가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하면,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내년 상반기 브라질 수확 공백기에 인도산·태국산 공급이 동시에 줄어들 경우, 가격이 다시 강세로 전환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는 브라질 수확 데이터를 주시하며 저항선(파운드당 20센트) 부근에서 매도 기회를 모색할 수 있고, 중장기 관점에서는 재고 축소 및 아시아 기상 위험을 근거로 현물·선물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결론적으로 국제 설탕 시장은 공급 과잉과 구조적 타이트(재고 부족)가 공존하는 복합 국면에 진입했다. 투자자와 업계는 브라질의 추세적 생산량, 인도의 에탄올 정책, 태국의 기상 리스크라는 세 가지 축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