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생산 증가 전망에 국제 원당 선물가 급락

【원당 시장 동향】 브라질의 설탕 생산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 원당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월 인도분 뉴욕 원당 11호 선물(SBV25)은 21일(현지 시각) 전장 대비 -2.68% 떨어진 -0.45센트를 기록하며 마감했고, 런던 ICE 10월 백설탕 5호 선물(SWV25) 역시 -2.77% 내린 -13.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현지의 건조한 날씨가 사탕수수 수확을 가속화하면서 설탕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 심리를 압박했다. 브라질 컨설팅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최근 건조 기후 덕분에 제당 공장들이 수확 속도를 높였고, 보다 수익성이 높은 설탕 생산에 사탕수수 물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코브리그(Covrig)는 “이달 상반기 브라질 중남부 지역 설탕공장들이 가용 사탕수수의 54%를 분쇄해 약 320만t의 설탕을 추가 공급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가격 흐름과 공급‧수요 전망】
지난 3개월 동안 원당 가격은 꾸준히 약세를 이어갔다. 뉴욕 원당 선물은 이달 초 4년 3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내려갔고, 런던 백설탕 선물도 4년 만의 저점을 기록했다. 이는 2025/26 시즌에 세계 설탕 공급이 과잉(sugar surplus)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국제 상사 차르니코(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글로벌 설탕 공급 초과분이 750만t에 달해 8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5월 22일 발표된 미국 농무부(USDA) 반기 보고서도 2025/26 세계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 8,931만 8,000t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는 2025/26 기말 재고가 7.5% 늘어난 4,118만 8,000t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 반등 재료도 존재】
다만 직전 거래일(18일)에는 중국과 미국의 수요 회복 신호가 포착되며 뉴욕·런던 선물이 각각 1.5개월, 1.75개월 만의 고점을 찍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6월 중국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을 기록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카콜라가 미국 내 제품에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미국 설탕 소비가 현행 1,100만t에서 4.4% 늘어난 1,150만t으로 증가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브라질 생산 감소 요인과 상충되는 전망】
최근 브라질의 생산량 감소 통계는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브라질 설탕산업협회(Unica)는 7월 14일 발표에서 2025/26 시즌(4월~다음 해 3월) 누적 설탕 생산량이 1,224만 9,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줄었다고 밝혔다. 또한 브라질 정부 산하 코나브(Conab)는 6월 보고서에서 2024/25 브라질 설탕 생산이 전년보다 3.4% 감소한 4,411만 8,000t이라고 추정했다. 이들은 가뭄과 고온으로 사탕수수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조한 날씨가 단기적으로는 수확 속도를 높여 공급을 늘리고 있어, 실제 시장에서는 상반된 시그널이 혼재하고 있다.


【인도·태국 생산 확대 전망】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의 공급 확대 역시 약세 요인이다. 인도 전국협동조합설탕공장연맹은 6월 2일 “2025/26 인도 설탕 생산량이 3,500만t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4/25 시즌 생산량은 5년 만의 최저치인 2,620만t으로 추산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17.5% 급감한 수준이다. 또한 인도 기상청(IMD)은 6월 강수량이 평년 대비 9% 많았으며, 7월에도 평년 이상의 몬순 강수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국도 5월 2일 사탕수수·설탕위원회 발표에서 2024/25 설탕 생산이 14% 증가한 1,000만t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며, 2025/26 시즌 생산량도 2% 늘어난 1,030만t에 이를 것으로 USDA는 전망했다.


【국제기구‧시장 전망 종합】
국제설탕기구(ISO)는 5월 15일 2024/25 시즌 세계 설탕 공급 부족을 -547만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9년 만에 최대 규모로, 2023/24 시즌 131만t의 공급 과잉에서 불과 1년 만에 수급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ISO는 2024/25 세계 생산 전망을 1,7480만t으로 소폭 하향했는데, 이는 브라질 및 태국의 잠재적 감산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USDA 해외농업서비스(FAS)는 브라질 2025/26 생산이 2.3% 증가한 4,470만t, 인도는 25% 증가한 3,530만t, 태국은 2% 증가한 1,030만t으로 각각 사상 최대치를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동시에 2025/26 세계 소비는 1.4% 늘어난 1억 7,792만 1,000t으로 예상돼 수급 여건이 전반적으로 넉넉해질 것으로 보인다.


【용어 설명: 원당 11호·백설탕 5호 선물】
원당 11호 선물(Sugar #11)은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제 원당(원료설탕) 기준 계약이다. 반면 백설탕 5호(Sugar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정제 설탕 선물로, 품질과 규격이 다르다. 두 계약은 전 세계 설탕 가격 지표로 활용되며, 제조업체·트레이더·투자자들이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거나 투기 목적으로 이용한다.

또한 ‘선물’(Futures)은 장래의 일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정해진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약정하는 파생상품이다. 따라서 현물(Spot) 가격뿐 아니라 환율, 이자율, 재고, 기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계약 가격이 변동한다.


【전망 및 시사점】
브라질의 단기 공급 증가와 인도·태국의 중장기 증산 전망이 맞물리면서 국제 설탕 시장은 당분간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과 미국에서 수요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각국 기상 변수, 특히 엘니뇨·라니냐 현상과 에탄올 정책(브라질)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선물·옵션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한층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