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CE 원당 10월물(SBV25)과 런던 ICE 백설탕 10월물(SWV25) 가격이 6일(현지시간) 각각 전일 대비 0.50%와 0.32% 하락하며 전장을 마감했다. 전일 기록한 5주 최저치보다 소폭 반등하긴 했으나 여전히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설탕 가격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예상보다 견조한 생산량이다. 브라질 사탕수수 산업협회(Unica)에 의하면 7월 상반기 중남부 지역 설탕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0만t을 기록했다. 또한 사탕수수의 설탕 전환 비율은 지난해 50%에서 54%로 상승하며 에탄올이 아닌 설탕 생산에 더 많은 수수가 투입되고 있다.
설탕 선물 시장에서 흔히 언급되는 ‘#11’(원당)과 ‘#5’(백설탕)은 각각 원당(Raw Sugar)과 정제당(White Sugar) 선물을 의미하는 국제 표준 계약 코드다. 투자자들이 두 상품 가격을 통해 전 세계 공급‧수요 상황을 가늠한다.
인도, ‘풍부한 몬순’에 수출 재개 가능성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의 수출 재개 전망도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풍부한 몬순 강우로 2025/26 시즌(10월~) bumper crop(풍작)이 예상되면서 인도 정부가 설탕 수출을 허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8월 4일 기준 인도 기상청의 누적 몬순 강우량은 500.8㎜로 평년 대비 4% 상회한다.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 제조업 협회는 2025/26 시즌 200만t의 수출 허가를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도 국립협동조합설탕공장연합(NFCSF)은 지난 6월 2일, 2025/26 시즌 설탕 생산이 면적 확대에 힘입어 3,500만t(전년 대비 19% 증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로 2024/25 시즌 인도 설탕 생산량은 ISMA(인도설탕제조협회) 집계 기준 2,620만t으로 5년래 최저치였다.
장기 공급 과잉 우려
글로벌 곡물 트레이더 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8년 만에 최대치인 750만t의 전 세계 설탕 잉여(공급 초과)를 예상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5월 22일 반기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전 세계 설탕 생산이 전년 대비 4.7% 증가한 1억8931만8천t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소비는 1.4% 증가한 1억7792만1천t, 기말 재고는 7.5% 증가한 4,118만8천t로 각각 전망됐다.
국가별로는 B브라질이 2.3% 증가한 4,470만t, I인도가 25% 증가한 3,530만t, T태국이 2% 증가한 1,030만t을 기록할 것으로 USDA 산하 외국농업국(FAS)은 분석했다.
가격 하락이 촉발한 수요 회복 조짐
한편 국제 설탕 가격이 4년 만의 저점까지 밀리자 일부 수요가 회복되는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6월 설탕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1,435% 급증한 42만t을 기록했다. 또한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음료에 고과당 옥수수 시럽 대신 사탕수수 원당을 사용하기로 합의했는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 조치로 미국 설탕 소비가 현재 1,100만t에서 4.4% 증가한 1,150만t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급락한 설탕 가격은 전략적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평가가 나오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 확대가 가격 반등을 제약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브라질·태국 생산 추이
브라질 중남부 누적(2025/26 시즌) 설탕 생산은 7월 중순까지 1,565만5천t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브라질 농업공급공사(Conab)는 2024/25 시즌 브라질 설탕 생산이 가뭄과 고온으로 수확량이 줄며 4.118억t(전년 대비 3.4%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태국 사탕수수위원회는 5월 2일 2024/25 시즌 생산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1,000만t이라고 밝혔다. 태국은 세계 3위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이다.
국제설탕기구(ISO) 전망
ISO는 5월 15일 발표에서 2024/25 시즌 전 세계 설탕 시장이 547만t 적자로 9년 만에 가장 큰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2월 전망치(-488만t)보다 적자 폭이 확대된 수치다. ISO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4/25 시즌 전 세계 설탕 생산 전망을 1억7,480만t으로 소폭 하향했다.
시장 용어 설명*
*원당 #11: 뉴욕 ICE 거래소에 상장된 원당 선물 계약으로, 국제 설탕 시장의 기준 가격 역할을 한다.
백설탕 #5: 런던 ICE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정제당 선물 계약. 품질이 표준화돼 있어 아시아‧유럽 수입업체가 주로 가격 지표로 활용한다.
투자자들은 두 선물 가격의 스프레드를 통해 원당 수요와 정제비용, 물류 차질 등 복합적인 시장 변수를 가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