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o Tribunal Federal·STF)의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이 자이르 볼소나루 전 대통령의 변호사들을 소환해 소셜미디어(SNS) 사용 제한 명령 불이행 여부를 추궁했다. 현지 주요 매체 G1은 모라이스 대법관이 변호인단에 24시간 이내 설명을 요구했으며, 납득할 만한 사유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전직 국가원수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까지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고 22일(한국시간) 보도했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모라이스 대법관은 “법원이 부여한 조건을 어긴 정황이 확인되면 누구든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히며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볼소나루 측이 제출해야 하는 서면 답변이 24시간 내 도착하지 않거나,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즉시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같은 날 모라이스 대법관은 볼소나루 전 대통령이 기자회견·언론 인터뷰를 진행한 뒤 해당 영상이나 발언을 SNS에 공유할 경우, 이는 법원의 ‘온라인 활동 금지 명령’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볼소나루 전 대통령이 기자들과 접촉하는 행위 자체가 가능한지, 또 보도 내용이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놓고 브라질 안팎의 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알아두면 좋은 배경지식>
STF는 한국의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브라질 최고 법원이다. 그중 모라이스 대법관은 최근 수년간 허위 정보 유포, 선거제도 훼손 등과 관련해 여러 정치인ㆍ기업가를 대상으로 강력한 사법 조치를 취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볼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가 일어난 뒤, 그는 ‘사회적 소요 조장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라며 볼소나루에게 SNS 게시 중단을 포함한 일련의 제한 명령을 부과했다.
브라질 법에 따르면 사법부가 명시한 ‘사법적 명령 불복종(contempt of court)’은 최대 1년형까지 선고될 수도 있는 중범죄다. 즉, 전직 대통령일지라도 법원의 직접 명령을 무시하거나 회피할 경우 구속 절차가 즉각 집행될 수 있다.1
“누구든 민주주의의 기초인 사법 명령을 따르는 것이 민주국가의 의무다.”
— 알레샨드리 지 모라이스 대법관, 2025년 7월 21일
■ 사건이 갖는 의미와 전망
현지 정치 분석가들은 “헌정 질서 수호 vs.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두 축이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허위 정보 차단’이라는 공익적 명분을 내세우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정치적 의견 표명까지 제약하는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한다.
볼소나루 전 대통령은 2019~2022년 재임 중에도 ‘코로나19 방역 지침 무시’, ‘아마존 열대우림 훼손’ 등 수차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한 SNS 활용 능력만큼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사태는 그의 핵심 소통 창구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에서 법원의 경고가 중첩되면서, 향후 정치 재개 움직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24시간 내 소명이 이뤄진다 해도 조건부 보석이나 전자발찌 부착과 같은 복합적 관리 조치가 추가로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변호인단이 법원의 명령 이행을 주장하며 구체적 증거를 제시할 경우 일단 체포는 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 기자의 시각
볼소나루 전 대통령의 향후 행보는 단순한 국내 문제를 넘어 라틴아메리카 전체 민주주의 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는 여전히 보수 성향 유권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으며, 브라질 의회 내에서도 일정한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로,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허위 정보 확산’과 ‘정치적 선동’의 연속성을 끊겠다는 선례적 메시지를 보여 주려는 의도가 크다. 다만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헌법재판·국제인권기구와의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공은 다시 볼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법률팀에게 넘어갔다. 24시간이라는 촉박한 기한 내에 정밀한 법률 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전직 대통령이 경찰 수갑을 차는 초유의 장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