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노동부 장관, JBS ‘노예 노동’ 조사 최종 검토介入…관례 깨는 이례적 조치

리우데자네이루발 — 브라질 최대 육가공업체 가운데 하나인 JBS SA의 가금류 사업장(JBS Aves)이 노동자를 ‘노예와 유사한 조건’으로 고용했다는 이유로 정부의 ‘더티 리스트’(노예 노동 고용 기업 명단)에 등재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루이스 마리뉴 브라질 노동부 장관이 직접 해당 사건의 최종 절차를 중단‧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통상 연방노동감독관들이 독립적으로 처리해 온 이 절차에 장관 개인이 개입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평가된다.

이번 개입은 노예 노동 근절을 위해 구축된 브라질의 오랜 제도적 장치에 정치적 영향력이 스며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노동감독관과 노동법 학자들은 “전례 없는 파격”이라며 깊은 당혹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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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는 로이터의 상세 질문에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않았지만,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이며 JBS 측의 항소를 검토 중”이라는 간략한 입장만 밝혔다.


사건의 발단과 ‘노예 노동’ 판정

작년 연방노동감독관들은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에 위치한 JBS Aves 사업장을 급습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0명이 하루 최대 16시간에 달하는 불법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고, 깨끗한 식수조차 제공되지 않는 열악한 숙소에 수용돼 있음을 적발했다. 또 하청업체는 임금에서 불법 공제를 실시해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JBS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해당 하청업체를 즉각 정지시키고 계약을 해지했으며, 인권 및 노동권 침해에 대해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유지한다”고 9월 18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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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8월 6일 연방노동감독관들은 JBS가 하청업체의 노동환경을 사전에 점검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직접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고, 관례상 이 같은 결정은 ‘더티 리스트’에 회사 이름을 올리는 단계로 이어진다. 리스트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갱신되며, 등재 기업은 2년간 명단에 남게 된다.

“더티 리스트에 올라가면 평판 손상은 물론, 브라질 국책은행 대출 제한 등 재무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 브라질 노동부 내부 설명 자료 중


AGU 법률 자문과 장관介入의 논리

브라질 법무차관실(AGU)은 JBS의 경제적 위상을 이유로 장관이 사건을 직접 회수할 수 있다는 법률 해석을 내놨다. JBS는 브라질에서만 15만 8,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가금류를 담당하는 세아라(Seara) 부문은 올해 4~6월 2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그룹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

AGU는 의견서에서 “JBS Aves가 더티 리스트에 등재될 경우 회사 자산, 상업 관계, 시장 이미지에 광범위한 부정적 파급이 발생해 국가 경제 전반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적시했다.

AGU의 자문이 나온 뒤인 9월 16일(월), 마리뉴 장관은 절차를 공식 회수해 본인 재량으로 최종 검토를 시작했다. 이는 2003년 ‘현대 노예제 근절 태스크포스’ 도입 이후 유례없는 조치라고 다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우그란지두술주 연방노동감독관협회 회장 레나토 바르베두 푸투루는 성명을 통해 “노예 노동 사건을 직접 다루는 일선 인력에게 깊은 당혹감과 우려를 안겨주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20년 넘게 노예 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미나스제라이스 연방대학교 노동법 교수 리비아 미랄리아도 “이런 사례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이번 선례가 다른 기업들까지 장관 개입을 요구하는 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 노예 노동’과 ‘더티 리스트’란?

브라질 노동법에서 ‘노예와 유사한 조건’은 장시간 노동‧강제노동‧비인간적 숙소‧임금 착취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감시·구금 같은 전통적 노예제 요소가 없더라도, 노동자가 경제·심리적으로 구속돼 자유롭게 떠날 수 없다면 ‘현대판 노예’로 간주된다.

1995년 연방정부 주도로 도입된 ‘더티 리스트’는 국제 사회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목록에 오른 기업은 공적 자금 지원이 차단되고, 글로벌 바이어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은 명단 등재를 막기 위해 예방적 모니터링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왔다.


전문가 시각: ESG와 규제 리스크

현재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ESG 기준은 ‘투자 결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다. JBS처럼 다국적 기업이 노예 노동 이슈로 리스트에 오를 경우, 채권·주식 시장 접근성이 저하되고 글로벌 소비재·식품 유통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탄소배출·산림파괴 리스크와 결합될 경우, 기관투자가들의 조기 철수(디베스처)가 촉진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부의 이번 개입이 단기적으로 기업을 보호해줄 수는 있어도, 국제사회에는 브라질 규제 신뢰도 하락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고 진단한다.

한편 노동부 내부 일부 인사는 “장관 검토 결과가 감독관 판단을 뒤집지 않더라도, 절차 지연만으로 더티 리스트 10월 공개 시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이는 기업에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를 낳는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장관 재검토 결과 발표 시기 및 내용
② JBS의 자체 시정 조치 인정 여부
③ 인권·노동단체의 국내외 연대 행동
④ 향후 AGU 법률 자문이 다른 대기업 사건에 적용되는지 여부

현재까지 AGU와 노동부는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노동감독관들은 “절차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다가오는 10월 더티 리스트 업데이트에서 JBS Aves가 포함될지 여부가 노동·금융 시장은 물론, 브라질 정부의 노동·인권 정책 신뢰도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