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선물 시장이 브라질의 평균 이하 강우와 통화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9월물 아라비카 커피(KCU25)는 전 거래일 대비 1.34% 오른 3.80센트 상승했고, 런던 ICE에서 9월물 로부스타 커피(RMU25)는 2.19%인 73달러 상승했다.
2025년 8월 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최대 아라비카 커피 재배 지역인 미나스제라이스 주가 7월 27일부터 8월 2일까지 2.7㎜의 강수량을 기록하며 평년 대비 31% 수준에 그쳤다. Somar Meteorologia가 발표한 이 수치는 수확기 후반 커피 나무의 수분 공급 우려를 자극하며 숏커버링을 촉발했다. 동시에 브라질 헤알화(USDBRL)는 달러 대비 3.5주 만에 최고치로 상승, 커피 농가의 수출 의욕을 약화시켜 선물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렸다.
커피는 크게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두 품종으로 분류된다. 아라비카는 고지대 재배·풍부한 향미로 프리미엄을 형성하지만 기후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반면 로부스타는 저지대·고온에서도 잘 자라며 카페인 함량이 높아 주로 인스턴트 커피나 블렌딩용으로 소비된다. 두 품종은 선물 시장에서도 별도 계약으로 거래되며, 가격 변동 요인이 다소 상이하다.
펀드 포지션·통상 이슈
로부스타 시장에서는 과도한 순매도 포지션이 상승 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CE 유럽은 7월 29일 기준 펀드가 로부스타 선물 순매도 포지션을 1,226계약 늘려 5,854계약(2년래 최대)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은 촉매에도 단기 숏커버링 랠리가 증폭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지난주 아라비카 가격은 일시적으로 3주 저점을 기록했다. 시장은 미국 행정부가 브라질산 커피에 관세 면제를 검토한다는 관측에 주목했다. 브라질 커피 수출업 단체 세카페(Cecafe)와 전미커피협회(NCA)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으며,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품목은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확 진척률·공급 전망
브라질 최대 커피 협동조합 Cooxupé는 7월 25일 기준 회원 농가의 2025/26년산 수확률이 67%라고 발표했다. 독립 컨설팅사 Safras & Mercado에 따르면 같은 날 브라질 전체 수확률은 84%로 지난해(81%)와 5년 평균(77%)을 상회했다. 세부적으로는 로부스타가 96%, 아라비카가 76% 수확을 완료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커피 가격은 풍부한 공급 전망으로 조정받았다. 6월 아라비카는 8개월 만의 최저치, 로부스타는 1년 3개월 만의 근월물 최저치를 기록했다. USDA 해외농업국(FAS)은 6월 25일 브라질 2025/26년 생산량을 6,500만 포대(백 중량·60㎏)로 전년 대비 0.5% 증가, 베트남을 3,100만 포대(4년 만의 최대, 6.9%↑)로 예상했다.
“세계 최대 아라비카 산지인 브라질과 최대 로부스타 산지인 베트남이 동시에 증산을 시사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아라비카 현물 흐름을 보여주는 ICE 인증 재고는 8월 1일 기준 761,453포대로 5.5개월 최저치를 기록해 가격을 지탱했다. 반면 로부스타 재고는 7,029계약으로 1년 만의 최고치에 올라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요 수출·생산 차질
세카페는 6월 브라질산 생두(그린 커피) 수출이 전년 대비 31% 감소한 230만 포대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아라비카는 27% 감소한 180만 포대, 로부스타는 42% 감소한 47만 6,334포대였다. 고온·가뭄이 지속된 베트남도 2023/24년 생산량이 147만2,000t으로 4년 만의 최저(20%↓)를 기록했으며, 2024년 수출은 17.1% 감소한 135만t에 그쳤다. 베트남커피카카오협회는 2024/25년 생산 전망을 2,650만 포대로 낮췄다.
다만, 베트남 통계청은 7월 7일 발표에서 2025년 상반기 수출이 전년 대비 4.1% 증가한 94만3,000t이라고 밝혔다. 이는 로부스타 수출 회복 조짐으로 해석되며 향후 가격 반등을 제약할 수 있다.
장·단기 수급 균형
USDA FAS는 2025/26년 세계 생산을 1억7,868만 포대(2.5%↑)로 사상 최고로 제시했으며, 재고는 2,282만 포대로 4.9% 증가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글로벌 트레이더 볼카페(Volcafe)는 같은 기간 아라비카 시장이 -850만 포대 적자를 기록해 5년 연속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며 상반된 관점을 내놨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라니냐(La Niña) 가능성이 대두될 경우 브라질 중남부 건조 지역이 추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아라비카 프리미엄은 장기적으로 유지될 공산이 크다. 반면 로부스타는 베트남 재고 회복 속도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포대(bag)’는 국제 커피 무역에서 통용되는 60㎏ 단위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수급 분석 시 필수 지표로 활용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시장 참여자들은 ①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의 8~9월 강수 추이, ② 헤알화 환율 변동, ③ 미국-브라질 관세 협상 결과, ④ 베트남 수출 속도, ⑤ ICE 재고 흐름을 가격 결정 핵심 변수로 지목한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옵션 전략이나 분산 투자를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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