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강세 베팅의 역풍 — 투자자들은 일본 경제의 오랜 침체에서 벗어난 지각된 회복과 미국 경기 둔화 기대가 맞물린 흐름을 활용하고자, 기록적인 규모의 엔화 강세에 베팅해 왔다. 그러나 전개된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예상과 다른 전개는 트럼프 시대에 대한 경고성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9개월래 저점권에서 힘겨운 공방을 이어가고 있고, 투기적 포지션은 거의 40년에 달하는 기록이 남아 있는 데이터에서 가장 큰 강세 베팅을 재빠르게 거둬들이는 양상이다.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이어진 강한 확신을 뒤로하고, 포지션을 신속히 축소·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후퇴의 배경에는 미국 경제의 예상 밖 탄탄함이 있다. 무역 충격에도 미국 경기는 견조했고, 정책 당국자들은 추가 금리 인하에 점점 더 신중해졌다. 동시에 일본에 새로 들어선 정부는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속도를 억제하려는 성향을 드러냈다. 이 같은 복합 요인이 맞물리며,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집권 첫 11개월 동안 예상을 번번이 거스르는 전개를 이어왔다.
이번 포지션 붕괴는 일본 통화의 완고한 약세를 다시 보여 준다. 엔화를 보유해도 사실상 이자 수익이 거의 없는 탓에, 다른 자산에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그 결과, 엔화 보유는 비용이 큰 실수로 귀결되고 있다.
바트 와카바야시 스테이트 스트리트 도쿄 지점장은 “미국과 일본 간 금리의 수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그 과정이 생각만큼 매끄럽게, 혹은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지난 7개월 동안 투자자들은 엔화 강세 포지션을 중립 수준까지 되돌렸다.
엔/달러 환율은 이번 주 달러당 155.05엔까지 밀리며 9개월래 저점을 기록했고, 일본 당국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시장에서는 박스권(횡보) 또는 추가 하락이 다음 수순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엔화는 거의 5년 가까이 수세에 몰려 있다.
싱가포르 금융서비스사 클레이 그룹의 외환·금리 책임자 바이바브 룸바는 “현재는 관망 중이지만, 엔화 약세 쪽으로 기울어 있다”면서 “지금 시장은 확신이 부족한 거래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타카이치-트럼프 변수
엔화 약세의 상당 부분은 일본은행(BOJ)의 신중한 금리 인상과 연동돼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미국 관세가 초래한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다.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BOJ는 긴축 속도를 조절해 왔다.
최근에는 10월 말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치적 압력을 더했다. 그는 성장 촉진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는 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선호하고 있다.
런던의 말버러 고정수익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임스 애시는 “그의 정책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정책 추진 방향은 확실히 엔화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편 BOJ는 공포와 과거의 전례에 마비돼,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수십 년간 디플레이션과 싸워 왔고, 2024년에 17년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그럼에도 정책금리는 겨우 0.5%까지 올리는 데 그쳤다. 경기 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긴축 강도를 조절한 결과다.
현재 시장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와 일본의 추가 금리 인상 모두에 대한 베팅을 동시에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정책금리는 300bp(3%p) 이상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으며, 엔화는 추가 약세에 취약한 상태다.
BNP파리바의 아시아 신흥국 금리·FX 전략가 찬드레시 자인은 “달러/엔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향후 몇 주 내 달러당 155엔 상회로의 엔화 약세에 베팅하는 옵션 전략을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Carry On — 캐리 트레이드의 귀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지난 9월 이후 공개 포지셔닝 데이터 집계가 중단되면서, 시장이 순(純) 엔화 숏으로 완전히 전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최근 이용 가능한 9월 말 기준 수치에 따르면, 4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엔화 롱 포지션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강세 베팅의 급격한 축소가 확인된 셈이다.
옵션 가격 역시 자인의 관점이 더 인기를 얻고 있음을 시사한다. 3개월 만기 달러/엔 내재 변동성은 1년여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엔화 강세에 대한 헤지 수요가 낮음을 반영한다.
SMBC의 수즈키 히로후미 수석 FX 전략가는 “현재 투기적 엔화 숏 포지션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숏 포지션을 더 쌓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 금리는 구조적으로 상방을, 미국 금리는 하방을 향하는 듯한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일부 위험 선호도가 높은 투자자는 여전히 엔화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 금융시장이 팽창 국면에 있고, 변동성이 낮은 국면에서는 많은 투자자들이 금리 차이를 수익화하는 캐리 전략에 집중할 시점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노무라 일본 담당 FX 전략 총괄 고토 유지로는 “지금은 많은 투자자가 캐리에 초점을 둘 때”라고 밝혔다.
실무적으로 이는 엔화를 팔아 금리가 높은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을 뜻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야마다 슈스케 FX·금리 전략가는 “연말 달러/엔 전망치는 여전히 155이지만, 2025년 4분기에 160으로 상회할 가능성(오버슈트)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용어와 맥락 해설
금리 수렴은 두 나라의 정책금리 차이가 좁혀지는 현상을 말한다. 시장은 2024~2025년 들어 미국은 인하, 일본은 인상을 통해 격차가 줄 것이라 봤으나, 미국 성장의 탄력과 일본의 점진주의가 맞물리며 수렴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를 차입·매도해 금리가 높은 자산을 매수하며, 금리 차(캐리)에서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엔화는 저금리 통화의 전형으로, 글로벌 변동성이 낮고 위험 선호가 높을 때 캐리 매력이 커진다. 반대로 변동성이 급등하거나 정책 변화가 불확실해지면, 캐리 포지션은 빠르게 청산될 수 있다.
내재 변동성은 옵션 가격에 내재된 미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뜻한다. 달러/엔 3개월물 내재 변동성이 1년여 만의 최저로 떨어졌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엔화 강세 위험에 대한 보험을 사려는 수요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롱/숏 포지션은 각각 가격 상승/하락에 베팅하는 포지션이다. 기사에서 언급된 엔화 롱의 급감과 숏 구축 여지는, 강세 기대가 약해지고 약세 베팅이 누적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bp(베이시스 포인트)는 0.01%p를 의미하며, 300bp 이상의 정책금리 격차는 환율의 중기 레짐을 좌우할 만한 크기다.
종합 분석
요약하면, 트럼프 2기 초반 11개월 동안 나타난 성장 회복 내구성과 정책 완화 기대의 후퇴, 그리고 일본 재정 확대·금리 억제 선호가 겹치며, 엔화 강세 대세 전환을 기대했던 베팅이 좌초했다. 155엔선 부근의 9개월래 저점, 개입 시사, 낮은 내재 변동성은 단기적으로 캐리 선호가 유지될 거시·수급 조합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일본의 구조적 디플레이션 탈피와 점진적 금리 정상화 가능성은 중장기 리스크·리워드 지형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당분간은 매크로 데이터와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금리 격차와 환율 경로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