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말 앞두고 월가,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우려 고조

뉴욕 월가가 9월 분기 말에 접어들면서 단기자금시장(머니마켓) 유동성 부족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발행 속도를 높인 국채 할인어음(T-bill)이 금융 시스템에 잠재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T-bill 발행이 은행 지급준비금(bank reserves)과 머니마켓 펀드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자금조달 금리가 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 15일 법인세 납부일, 그리고 9월 30일 분기 말 결산이 겹치는 시점에 유동성 스퀴즈(liquidity squeeze)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테레사 호(테리사 호) JP모건 숏듀레이션 전략 대표는 "기술적 요인, 법인세 납부, 쿠폰 결제 등이 동시에 몰리면 2019년 9월과 같은 단기금리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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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상황과 무엇이 다른가

2019년 9월, 레포(Repo) 시장의 익일물 금리는 기업세 납부와 국채 결제로 은행 지급준비금이 급감하면서 하루 만에 연 10%를 웃돌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초단기 자금공급에 나서 사태를 진정시켰다.

올해는 Fed가 2021년 도입한 상설 레포 한도(Standing Repo Facility·SRF)가 가동 중이며, 은행 지급준비금 규모도 3조 2,000억 달러로 2019년 당시보다 많다. 그럼에도 양적긴축(QT)이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 유동성 완충장치가 과거만큼 견고하지 않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9월은 전통적으로 변동성이 큰 달이다. 레포 금리단기물 스프레드가 확대되는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 클레이턴 트리크, 앤젤오크 캐피털 자문 포트폴리오 총괄

트리크 총괄은 머니마켓 변동성이 기업채 크레디트 스프레드 확대를 유발할 경우,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현금을 일부 대기자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스트레스가 드러나는 지표

1) SOFR(담보부 익일금리) 상승: 9월 6일 SOFR는 연 4.42%로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9월 11일 4.39%로 소폭 하락했다.
2) SOFR 1개월 선도–FFR(유효 연방기금금리) 스프레드: –7.5bp로 사상 최저치(가장 부(-)의 수준)다. 이는 9월 말 SOFR가 FFR 대비 7.5bp 높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으로, 레포 시장 긴축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SOFR는 국채 담보 덕분에 FFR보다 5~10bp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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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피스 스미스 뱅가드 과세형 머니마켓 책임자는 "레포 스프레드는 일시적 압력이 반복되는 수준이며, 2019년처럼 지속적이지 않다"라며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은행 지급준비금 감소와 SRF 활용 전망

Fed의 역레포 창구(RRP) 이용액은 2022년 말 2조 6,000억 달러에서 9월 11일 290억 달러로 급감해, 유동성의 주된 원천이 은행 지급준비금으로 사실상 단일화됐다.

라이트슨 ICA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 크랜달은 9월 말 지급준비금이 3조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SRF 차입이 5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6월 30일 SRF 차입은 111억 달러로, 제도 시행 후 최대였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분기 말 자금 경색이 이미 잘 알려진 이벤트라는 점에서 "불시에 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노무라 미국 금리전략 총괄 조너선 콘은 "리스크가 충분히 예고될 때는 시장이 사전에 유동성을 조달해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한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1)

1) 레포(Repo): 보유 중인 채권을 담보로 단기 자금을 빌리고, 만기 시 동일 채권을 되사는 구조의 환매조건부채권 거래.
SOFR: 미 국채를 담보로 하는 익일물 레포 거래를 가중평균해 산출되는 대표 단기지표금리.
SRF: Fed가 은행·브로커딜러에 무제한으로 익일물 자금을 빌려주는 상설창구로, 시장 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한다.
RRP: 머니마켓펀드가 Fed에 자금을 예치하고 다음날 국채를 환매하는 역레포 매커니즘.


기자 시각 및 전망

Fed의 균형시 지급준비금(neutral reserves) 추정치는 통상 2.5∼3.0조 달러로 거론된다. 현 수준(3.2조 달러)은 완충 여력이 남아 있지만, QT 지속과 세수·국채 결제가 맞물리면 단기적으로 하회할 위험이 존재한다. SRF가 그 완충 장치 역할을 해낼지, 혹은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책이 필요할지가 9월 머니마켓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9월 중 나타날 수 있는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2019년 사례와 달리 Fed 정책 도구가 보강된 만큼, 유동성 경색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