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급등했다. 2025년 7월 18일(현지 시각) 뉴욕 ICE 9월물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491달러(▲6.72%) 오른 7,812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9월물 코코아(CAU25)도 245파운드(▲5.10%) 상승한 5,051파운드로 거래를 마쳤다.
2025년 7월 20일,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이번 급등은 북미 2분기(Q2) 그라인딩(분쇄) 물량이 예상보다 적게 감소하며 공매도(short) 포지션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대거 청산(Short Covering)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북미 지역의 2025년 2분기 코코아 그라인딩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01,865톤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유럽(-7.2%·331,762톤)과 아시아(-16.3%·176,644톤)의 급감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요 지표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ICE 선물시장에 설정된 공물(Commodity) 펀드의 순short 포지션이 과도하다는 점도 가격 반등에 불을 지폈다. ICE 유럽은 7월 15일 기준 펀드 순매도 규모가 6,361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격 약세 요인도 여전
이번 주 초 코코아 가격은 뉴욕 시장에서 8개월, 런던 시장에서 17개월 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가 컸다. 유럽코코아협회(ECA)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은 시장 예상(-5%)보다 큰 -7.2% 감소를 나타냈다. 코코아협회(Asia)는 아시아 그라인딩 물량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급 측면에서 코트디부아르·가나 등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의 양호한 기상 여건이 공급 확대 기대를 키우고 있다. 다만 나이지리아·카메룬은 강우 부족으로 작황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수요 부진 우려도 존재한다. 세계적 초콜릿 제조사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는 코코아 가격 급등을 이유로 3개월 사이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전망을 하향했다. 3~5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만에 최대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
미국 항구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코코아 재고는 6월 18일 236만 3,861포대로 10개월 최고치를 찍은 뒤 7월 18일 기준 233만 7,085포대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가 2025/26년 생산량을 65만 톤(+8.3% y/y)으로 전망하면서 가격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세계 2위 생산국인 가나는 2024/25년 60만 톤을 예상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2024/25년(10월 1일~7월 13일) 누적 선적은 173만 톤(▲6.8%)으로 전년을 웃돌지만, 작년 12월 기록된 ▲35% 급증세에 비하면 성장세가 둔화됐다.
현재 수확 중인 코트디부아르 중간 수확기(mid-crop) 코코아의 품질 저하도 눈여겨볼 변수다. 가공업체들은 트럭당 5~6%에 달하는 불량 원두를 지적하며 일부 물량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주수확기(main crop) 불량률은 약 1%에 불과했다. 글로벌 농산물 전문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지연된 강우가 생육을 제한했다고 분석한다. 올해 중간 수확량 예상치는 40만 톤으로 전년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을 -49만 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적자다. 또 2023/24년 생산량은 4.380백만 톤(-13.1% y/y)으로 추정하며, 재고/그라인딩 비율은 27.0%로 46년 만에 최저치라고 밝혔다. 다만 2024/25년에는 4년 만의 흑자(14만 2,000톤) 전환과 함께 생산량 +7.8% 증가(4.84백만 톤)를 내다봤다.
“코코아 그라인딩”은 카카오빈을 으깨 순수 코코아 매스(파우더·버터)를 생산하는 공정을 뜻하며, 실제 소비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1
기자 해설 및 전망
북미 지표가 전력거래소 가격에 단기 상승 동력을 제공했지만, 유럽·아시아 수요 부진과 재고 증가, 산지 생산 회복 가능성은 중장기 조정 리스크를 시사한다. 특히 2024/25년 흑자 전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선물 가격이 다시 6,000달러 수준까지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코트디부아르 중간 수확기 품질 악화가 확대되거나 엘니뇨 재가동으로 병해충 확산·수확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는 커버링 성격의 급등이 재연될 여지도 남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며, 옵션 전략 활용이 권고된다. 또한, 장기 관점에서는 ICCO가 제시한 수급 균형 전망과 기상·정책 변수(코코아 생산국의 농가 보호 가격 인상 여부 등)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