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코아 선물 가격이 북미 지역의 2분기 코코아 그라인딩(가공) 실적이 예상보다 작게 감소한 여파로 대규모 공매도 청산(short covering)이 촉발되면서 급반등했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CE 뉴욕(ICE NY) 9월물 코코아 선물은 전장 대비 +491달러(+6.72%) 오른 7,823달러에 마감했고, ICE 런던 9월물도 +245파운드(+5.10%) 상승한 5,047파운드를 기록했다.
이번 랠리는 북미 2분기 그라인딩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101,865톤에 그쳤다는 소식이 도화선이 됐다. 유럽(-7.2%), 아시아(-16.3%)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
펀드 순공매도 확대, 그러나 급등장에서 발목
ICE Futures Europe 자료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펀드의 런던 코코아 순공매도 잔량은 6,361계약으로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높은 공매도 잔량은 가격이 반등할 때마다 단기적 매수 압력(쇼트 스퀴즈)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실제 지난주 후반까지 뉴욕 근월물은 8개월 만의 저점, 런던물은 17개월 만의 저점을 각각 찍었다. 그러나 북미 수요가 예상보다 탄탄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펀드들은 포지션을 급히 축소하며 가격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는 여전히 상존
앞서 7월 18일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331,762톤으로 전년 대비 7.2% 줄었다고 발표했다. 시장 컨센서스(-5%)를 하회한 수치다. 아시아코코아협회 역시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76,644톤으로 16.3% 감소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요 부진은 초콜릿 제조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 1위 초콜릿 원료업체 바리 캘리바우트(Barry Callebaut)는 고가의 원두 부담을 이유로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전망을 하향하면서,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내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측 변수: 좋은 작황 vs 품질 저하
공급 측면에서는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 양호한 강우가 이어져 작황 전망은 나쁘지 않다. 가나코코아위원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보다 8.3% 증가한 65만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코트디부아르의 미드 크롭(mid-crop) 품질 악화가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 분량당 5~6%의 원두를 불량으로 판정해 거부하고 있다. 이는 주 수확기(메인 크롭) 불량률 1%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늦게 내린 비 때문에 열매 생장이 불균일해졌다”는 래보뱅크(Rabobank)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 평균 전망치는 미드 크롭 생산량이 전년 대비 9% 감소한 40만 톤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밸런스 시그널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6월 18일 236만3,861포대로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7월 18일 현재 233만7,085포대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도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종전 44만1,000톤에서 49만4,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향후 2024/25년에는 4년 만에 첫 공급 과잉(14만2,000톤)이 예상되지만, 실제 달성 여부는 기후 변수와 수요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 시각 및 투자 전략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공매도 잔량이 남아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궁극적으로 수요 회복이 확인되지 않는 한 랠리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단기 트레이더들은 유럽·아시아의 부진한 그라인딩 지표가 다시 한번 노출될 경우 추가 조정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그라인딩은 원두를 분쇄·압착해 버터와 파우더로 분리하는 1차 가공 공정을 의미하며, 실제 소비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선행지표다. 일반 투자자들이 용어를 낯설어할 수 있으므로 주가·선물가격을 해석할 때 단순 생산량뿐 아니라 가공·재고·소비 데이터의 상호작용을 함께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서아프리카 주요 산지와 달리 나이지리아·카메룬은 가뭄과 병충해가 겹치며 작황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역 간 편차가 커지고 있어,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스프레드 거래’를 통해 지역 프리미엄 변동을 노리는 전략도 거론된다.
용어·배경 설명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뉴욕·런던 등에서 농산물·에너지·금속을 거래하는 글로벌 선물거래소다.
• Short Covering: 공매도 포지션을 되사서 청산하는 행위. 가격을 끌어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 Mid Crop: 코코아는 보통 1년 두 차례 수확한다. 주 수확기(10~3월)에 이어 4~9월에 수확하는 작고 품질이 낮은 작황을 말한다.
코코아는 커피·설탕과 함께 ‘소프트 커모디티’(연중 재배·수요가 일정한 농산물)로 분류돼, 기후변화와 소비 패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한 상품 특성상 소규모 생산국 비중이 높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민감한 편이다.
종합하면, 이번 가격 반등은 공매도 청산이 주도한 기술적 성격이 강하다. 투자자들은 재고 추이와 서아프리카 작황, 유럽·아시아 수요 지표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고가 부담이 최종 소비로 전가되는 속도와 초콜릿 제조사의 가격전가 전략이 가격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