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화학 산업에 드리운 경고등] 북미 지역의 20개 이상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유럽 화학 업종의 재무 안전성과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다수 고객에게 보낸 메모에서 포착됐다.
2025년 9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UBS는 “이들 기관은 매출 반등과 2026년 두 자릿수 이익 증가라는 시장 컨센서스 달성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UBS 분석가들은 특히 글로벌 무역을 강타한 미·중 관세 갈등으로 유럽 화학 기업들이 고객 주문 지연과 수요 약세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22년 에너지 위기 이후 이어지는 구조적 역풍에 추가 부담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천연가스·전력 가격이 폭등하면서 생산비가 급등했고, 그 여파로 화학은 기계·자동차·제약에 이어 EU 4대 수출 산업이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았다.
EU는 2023년 전 세계 화학 매출의 12.6%(6,550억 유로)를 차지했는데, 이는 10년 전보다 약 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 Cefic(유럽화학산업협회) 자료
시장 점유율 축소 속에 유럽 화학 기업들은 인력 감축·설비 폐쇄라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했으며,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 전망에 따르면 3분기에도 5%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UBS는 최근 유럽 화학 업계 행사에서 다수 기업이 “2분기 이후 물동량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상기시키며, 2025년 하반기까지 수요 회복이 지연될 경우 연간 10% 코어 이익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투자자 관심 종목
기관투자가들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솔베이(Solvay), 분할사 시엔스코(Syensqo), 그리고 독일 대형 화학사 BASF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산업가스 부문에서는 에어리퀴드·린데가, 소비재 화학에서는 DSM-피르메니히, 심라이즈, 크로다, 노보네시스 등이 주요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반면 악조노벨, 코베스트로, 지보당, 비료 업체, 중형주 전반에 대해서는 투자자 관심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UBS는 “3분기 실적 시즌에서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재편·비용 절감 등 셀프 헬프 전략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에 따라 구조조정 발표와 비핵심 자산 매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잠재 리스크와 기회 요인
UB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독일 및 EU 차원의 지원정책과 몰입도가 높은데, 이는 전력·가스 가격 안정, 친환경 전환 투자 보조금, 규제 완화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정책 효과가 실물 수요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컨센서스 이익 추정치는 하향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 시각으로 볼 때, 화학 산업의 회복 시점은 ①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 ② 에너지 가격 정상화, ③ 친환경 제품에 대한 구조적 수요 확대라는 세 요인이 동시에 충족돼야 현실화될 전망이다. 특히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중동, 아시아의 원가 우위가 지속될 경우 유럽 업체들의 마진 회복은 제한적일 수 있다.
용어 설명
UBS: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자산관리·증권중개·기업금융을 영위한다.
Cefic: European Chemical Industry Council의 약자로, 27개 EU 회원국 화학협회를 대표하는 업계 로비 단체다.
LSEG: London Stock Exchange Group의 약자로, 금융 데이터·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 금융그룹이다.
이들 기관이 제시하는 데이터는 시장 표준 벤치마크로 활용되므로, 투자 판단 시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2024~2025년 에너지 가격 추이 ② EU 수준의 보조금·세제 혜택 세부안 ③ 미국·중국 간 관세 정책 변화 ④ 주요 기업의 구조조정 실행 속도가 투자심리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궁극적으로 유럽 화학 업종의 정상화는 정책·수요·원가 3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그 시점이 지연될수록 북미 자금의 관망세는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