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살바도르]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입 부켈레가 군 장교 출신인 카를라 트리게로스를 새로운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수도 산살바도르 대통령궁에서 열린 간소한 취임식에서 트리게로스 대위에게 공식적으로 임명장을 수여했다.
트리게로스 신임 장관은 엘살바도르 육군 대위이자 의무장교(메딕)로, 이날도 전투복을 입은 채 참석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행사 직후 X(구 트위터) 계정에 “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나라를 건설하려면 파라다임을 깨야 한다
”라고 남기며 사진 여러 장을 공유했다.
X는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뒤 명칭이 변경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부켈레 대통령이 정책 발표 및 대중 소통 창구로 자주 활용해 왔다. 엘살바도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X 외교’가 이미 하나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살바도르 헌법은 장관 임명에서 현역 군인 신분을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지만, 국방·보안 부처 외에 현역 장교가 교육부를 지휘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부켈레 대통령은 “기존 관성에 얽매이지 않는 인재 등용으로 교육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리게로스 대위가 어떤 교육 행정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이력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군 의료 체계에서 의학·보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경력은 공교육 시스템에 군의 규율과 효율성을 접목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부켈레 정부가 강경 범죄 소탕 작전으로 국내 치안을 개선한 뒤, 이제는 교육·보건·문화 등 ‘소프트 파워’ 영역을 다음 과제로 삼고 있다고 분석한다. 군 출신 인사를 중용함으로써 조직력과 빠른 집행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군인의 교육부 장관 기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인권단체들은 “교육 현장은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군사적 사고방식이 교육 정책 전반에 과도하게 투영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인구 약 650만 명의 중미 국가로, 최근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는 등 급진적 정책 실험으로 국제사회 주목을 받았다. 이번 교육장관 인선 역시 ‘파격’이라는 평가와 함께 부켈레식 개혁 드라이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향후 트리게로스 장관이 제시할 교육 로드맵과 예산 배분 방향에 따라 엘살바도르의 교육 환경은 물론 군·민 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새 지도부가 투명성·포용성·품질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국방조직 출신 인사가 교육 정책을 총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지만, 싱가포르·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는 병영문화의 효율성을 학교 행정에 접목해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경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엘살바도르의 고질적 교사 부족과 낙후된 교육 인프라를 해결하려면 강력한 실행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정책은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부켈레 대통령이 장악한 여당 및 군부와의 공고한 힘의 균형을 재확인하는 정치적 메시지라고 본다. 총선·대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군의 충성심을 환기하고, 동시에 교육 분야의 실질적 변화를 내세워 국민 지지율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부켈레 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인사에서 군 출신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군 인재 풀을 제도권으로 끌어와 국가 시스템 현대화를 가속화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 약 5,100곳과 국립·사립 대학 25곳을 감독하고 있으며, 2024년 예산 기준 전체 국가 예산의 약 3.4%인 11억 달러가 편성돼 있다. 트리게로스 장관은 이 같은 예산을 재조정해 ‘디지털 교실’과 ‘직업 훈련 인프라’ 강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국 이번 인사로 부켈레 정부 특유의 ‘속도전’이 교육 분야에서도 본격화될지, 혹은 군사적 접근법의 한계가 드러날지는 향후 1~2년 사이 정책 성과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