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Boeing)이 7월 한 달 동안 인도한 여객기·화물기 대수가 48대로 집계되며 전월(60대) 대비 약 20% 감소했다. 이는 전년 동월보다 5대 많은 수준이지만,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와의 ‘딜리버리 격차’는 더 벌어진 모습이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7월에만 67대를 고객사에 인도하며 같은 기간 보잉을 19대 차이로 앞섰다. 특히 에어버스는 엔진 부족이라는 공급망 난관 속에서도 올해 누적 373대를 인도해 보잉(328대)을 크게 웃돌고 있다.
7월 실적 세부 내역을 보면, 보잉은 주력 기종인 737 MAX 37대(리스사 20대·항공사 17대), 787 드림라이너 8대, 777 화물기 2대, 767 화물기 1대를 각각 인도했다. 반면 에어버스는 지역 노선용 A220 5대, 핵심 수익원인 A320neo 시리즈 54대, 중장거리 A330 2대, 장거리 간판모델 A350 6대를 고객사에 넘겼다.
항공기 인도(Delivery)는 제조사가 총 대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는 시점이어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매월 가장 예의주시하는 지표다. 인도 대수 증가 → 매출 인식 확대 →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일통로(Single-aisle) 기종 격차
전체 상업용 항공기 시장의 약 66%를 차지하는 단일통로(single-aisle) 부문에서도 에어버스가 286대(A320neo 계열)로 보잉(737 MAX 243대)을 웃돌았다. 단일통로기는 통상 좌석 100~240석 규모로,
‘국내선·단거리 국제선 수요를 먹여 살리는 현금자동차’1
로 불린다.
주문(Orders) 동향
보잉은 7월에 31건(737 MAX 30대·787 1대)의 총 주문을 신규 수주했다. 다만 이라크 공화국이 787 드림라이너 1대 주문을 취소하며 순주문(net order)은 30대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보잉의 올해 누적 순주문은 655대로, 회계 기준 조정 후 수주 잔고(backlog)는 5,968대다.
에어버스는 가장 큰 엔진 공급사인 CFM인터내셔널(제너럴일렉트릭·사프란 합작)의 납품 지연, 최근 파업으로 영향을 받은 프랫앤휘트니(Pratt & Whitney) 공급 차질에도 불구하고 연간 820대 인도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7% 증가한 수치다.
반면 보잉은 올 1월 발생한 737 MAX 기내 패널 이탈 사고 이후 드러난 생산·품질관리 문제를 시정하는 데 역점을 두며 연간 인도 가이던스(지침)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 안팎에선 보잉이 생산 안정화 없이는 에어버스와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의미
에어버스가 불리한 공급망 환경에서도 인도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규모의 경제’ 및 조기 부품 확보 전략의 효과를 방증한다. 반면 보잉은 안전 이슈와 규제 기관의 감시 강화로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형국이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단일통로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에어버스가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용어 해설
단일통로(Single-aisle)는 기내 통로가 하나인 중·단거리용 기종을 뜻하며, 복수통로(Twin-aisle) 대비 제작·운영비가 저렴하다. ‘프레이터(Freighter)’는 화물 전용기로, 제조사들이 여객기 시장 침체 시기에도 일정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매출원이다.
1 :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