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세인트루이스 전투기 공장 노동자 3,200여 명 파업…임금 인상 합의안 두 차례 연속 부결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와 인근 일리노이주에서 보잉 방위사업부(Boeing Defense)의 전투기·무인기 생산을 담당하는 조립 노동자 3,200여 명이 5일(현지시간)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025년 8월 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기계·항공우주노동조합(IAMAW) 837지구 조합원들은 회사가 제시한 두 번째 4년 단체협약 잠정안을 부결하고 파업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조합원들은 1주일 전에도 1차 잠정안을 70% 이상 반대하며 거부한 바 있다.

보잉 방위사업부는 전투기 F-15, F/A-18, 고등훈련기 T-7, 미 해군용 공중급유 드론 MQ-25 등을 생산한다. 회사 측은 “우리는 파업 대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이미 마련했으며, 필수 공정은 비노조 인력(non-union labor)을 활용해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쟁점: 임금·휴가·보너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이번 4년짜리 제2차 제안서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평균 임금 40% 인상(연 20% 기본 인상 포함)
서명(비준) 보너스 5,000달러(약 670만 원)
정기 승급률 상향, 휴가·병가 확대

그러나 조합원들은 물가 상승률과 생활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복지·연금 개선이 미흡하다며 부결했다. IAMAW 837지구의 톰 벌링 지부장은 “조합원들의 숙련도와 헌신, 그리고 국가 방위 산업에서 차지하는 결정적 역할을 고려할 때 더 나은 계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잉 세인트루이스 시설 총괄 부사장 댄 길리언(Dan Gillian)은 성명에서 “노동자들이 40%의 평균 임금 상승을 포함한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이라며 “회사는 사업 연속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 영향과 회사 대응

보잉 최고경영자(CEO) 켈리 오트버그(Kelly Ortberg)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33,000명이 속한 751지구가 7주간 파업했을 때도 생산 일정을 관리했다”며 이번 파업의 파급 효과를 축소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파업이 당장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며,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F-15EX, F/A-18E/F 등 미군 납품 일정이 수주 단위로 지연될 경우 국방부 발주·유지보수 계획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위산업 특성상 고도의 품질 관리와 인증 절차가 요구돼, 비노조 인력 투입 시 생산성 하락과 품질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용어 해설

▶ 비준 보너스(Ratification Bonus) : 노사 교섭 타결 후 조합원들이 협약안에 최종 서명(비준)하면 일회성으로 지급되는 금액이다. 협약 수용을 유도하는 ‘당근’ 성격이 강하다.

▶ 비상계획(Contingency Plan) : 파업·천재지변 등으로 정상 생산이 어려울 때, 대체 인력 투입·외주 확대 등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시나리오를 말한다.

▶ IAMAW 837·751지구 : IAMAW는 북미 항공·방위산업 최대 노조로, 지구(District) 단위로 조직돼 있다. 837지구는 세인트루이스 생산단지를, 751지구는 워싱턴주 에버렛·렌턴 등 상업용 항공기 공장을 관할한다.


국방사업 확대 속 노사 갈등 격화

보잉 방위사업부는 올해 미 공군 차세대 전투기 F-47A 사업을 수주하면서 세인트루이스 지역 생산라인 확충에 돌입했다. 업계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신규 설비 투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751지구 파업은 38% 임금 인상으로 타결됐지만, 이번 837지구 협상에서는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 국면이 반영돼 상대적으로 높은 인상률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25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둔화됐으나, 에너지·의료보험 비용 상승이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동시장 전문가 조앤 해리스 미주리주립대 교수는 “방위산업 노동자들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업무 특수성을 지렛대로 삼아,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교섭력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향후 전망

로이터는

“보잉이 비노조 인력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도, 부품 병목과 인증 지연으로 수주·매출 목표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고 분석했다. 반면 회사 내부 소식통은 “3,200명 가운데 일부 필수 기술 인력이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며 장기 파업 가능성을 낮게 봤다.

결국 관건은 임금·복지 격차 해소노사 간 신뢰 회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위 분야는 납품지연 시 지체상금과 같은 벌칙 조항이 부과돼, 보잉이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사 양측은 이번 주 추가 교섭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파업 1주 차 이후에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미 국방부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