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방위 부문 근로자 3,200명, 계약안 거부 후 전면 파업 돌입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보잉 디펜스·스페이스·시큐리티(Boeing Defense, Space & Security) 공장의 근로자 3,200여 명이 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2025년 8월 4일 0시(현지시간)부로 작업장을 떠나 피켓 라인에서 단체 행동에 돌입했으며, 회사가 제시한 최신 임단협 잠정 합의를 조합원 투표로 부결한 직후였다.

2025년 8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회사가 제시한 20% 임금 인상5,000달러(약 660만 원) 체결 보너스를 포함한 제안이 숙련 인력의 기술과 헌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노조는 국제기계공업·항공우주노동조합(IAM) 837지부로, F/A-18 슈퍼 호넷·F-15 전투기·T-7A 훈련기 등 주요 군수 플랫폼을 생산·정비하는 핵심 기술 인력을 대표한다.

IAM 디스트릭트 837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책임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톰 보엘링(Tom Boelling) IAM 837지부 전무대표가 밝혔다. “우리는 이들이 공정성과 존중을 받을 때까지 어깨를 맞대고 싸울 것이다.”


임금·복지 쟁점, 어디서 갈등이 생겼나

노조 측 설명에 따르면, 이번 잠정 합의안은 ▲최고 호봉 근로자를 위한 추가 급여 테이블 신설, ▲퇴직연금 확충, ▲신규 사원 의료보험 회사 부담률 상향 등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조합은 임금 인상 폭에 소급 적용이 없다는 점, 연금 확충 규모가 과거 인플레이션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 일부 비정규 인력 보호조항이 제외됐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최근 3년간 누적 18%를 웃돌아, 노조 내부에서는 20% 인상안이 체감적으로는 동결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 조합원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보너스 5,000달러는 세금 공제 후 3,500달러도 채 안 남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잉의 대응 및 공식 입장

보잉사는 파업 개시에 대한 즉각적인 공식 성명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측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익명을 전제로 밝힌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방위 부문 매출이 연간 260억 달러에 이르는 보잉 입장에선,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미 정부 발주 일정연구·개발(R&D) 타임라인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배경: IAM 837지부와 세인트루이스 공장의 의미

세인트루이스 공장은 1940년대 더글러스 항공기 시절부터 이어진 미국 군용기 생산의 심장부다. F/A-18과 F-15 시리즈는 미 해군과 공군의 주력 전투기이며, 전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돼 운용된다. 이 공장의 기술자들은 정밀 기체 가공·전자전 장비 통합·엔진 시스템 테스트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한다. 이러한 숙련도는 단기간에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노조의 협상력은 상당히 높다.

유사 사례와 시사점

올해 6월 록히드마틴 포트워스 공장에서도 900여 명의 노조원이 비슷한 임금 갈등으로 파업을 결의했으나, 48시간 만에 잠정합의안을 끌어냈다. 전문가들은 방위산업 특유의 공급망 단절 리스크가 고객인 미 국방부(DOD)의 압박으로 직·간접적 해결을 유도한다고 분석한다. 보잉 역시 조속한 타결을 위해 연방조정조정국(FMCS) 중재 요청을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향후 전망

1)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
특히 T-7A 레드호크 고등훈련기는 올해 말 첫 양산 일정이 잡혀 있어, 생산 설비 가동 중단이 2주만 이어져도 납기지연 패널티가 발생할 수 있다.

2) 주가 및 투자자 반응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보잉(티커: BA) 주가는 파업 개시 전 거래일인 8월 1일 205.11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은 조기 합의 시나리오를 기대하며 큰 폭의 매도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3분기 실적 가이던스 하향 가능성이 제기된다.

3) 노사관계 및 산업 전반 파급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리쇼어링(제조업 복귀) 움직임 속에서도, 노동시장에서 숙련 기능공 확보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분석가들은 “방위산업체가 앞다퉈 임금과 복지를 강화하지 않으면, 고급 인력 유출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문가 코멘트

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연방 방위 예산 증가세가 유지되는 한 보잉의 현금흐름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불확실성규제 리스크가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번 파업은 숙련 기술자 인건비가 방위 산업의 핵심 경쟁력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사건이 될 것이다.

*용어 해설*
F/A-18 슈퍼 호넷: 미 해군 함재기로, 전투와 공격임무를 겸하는 다목적 전투기.
IAM(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 1888년 설립된 북미 최대 항공우주·기계공업 노조 중 하나로, 약 60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