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와 일리노이주 주변 지역에서 6주째 이어지고 있는 보잉 디펜스(Boeing Defense) 파업이 중대 기로에 섰다. 국제 기계·항공우주 노동조합(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achinists and Aerospace Workers, IAM)은 오는 금요일(현지시간) 조합원 총회를 열어 4년짜리 신규 단체협약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17일(한국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안은 회사 측이 지난 9월 12일 제시했던 초안을 기반으로 ▲더 큰 비준 보너스 ▲퇴직연금 기여 확대 ▲최고 임금 구간 근로자를 위한 인상률 상향 등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당시 IAM 디스트릭트 837 소속 3,200여 명의 조합원은 57%의 반대로 초안을 부결시키면서 파업이 계속됐다.
노조가 내놓은 이번 수정안에 대해 회사 측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며 파업을 오히려 장기화시킬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댄 길리언(Dan Gillian) 보잉 디펜스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
노조가 우리가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이미 밝힌 조건을 넣어 허위 기대를 조성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반면 조디 베넷(Jody Bennett) IAM 상임 부총재는 “지난 금요일 투표 직후 연방 조정관과 회사 측에 즉시 협상 재개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보잉이 협상장에 복귀하지 않는 이상, 노조는 파업을 종결할 수 있는 합리적 제안을 과감히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보잉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대체 인력 채용 계획을 공표했다. 하지만 IAM 측은 “초급직이라도 몇 주의 숙련 과정이 필요하고, 다수 직무는 미 연방정부 보안등급을 받아야 해 승인 절차만 6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력 공백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회사는 최근 F-47 차세대 전투기 생산을 위해 세인트루이스 지역 제조·엔지니어링 설비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미 공군으로부터 F-47 도입 사업을 따낸 데 이어, 미 해군이 추진 중인 F/A-XX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도 우위를 확보하려면 생산 차질 최소화가 필수적이다.
F-47과 F/A-XX란?
F-47은 스텔스 성능과 장거리 작전 능력을 겸비한 5.5세대 기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F/A-XX는 해군 항모 이착함을 전제로 한 후속 기종이다. 두 사업 모두 미국 방위 예산에서 2025‒2035년 약 1,0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전문가 진단
항공우주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로이터에 “보안등급 획득·숙련 기간이 길어 대체 인력 투입은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며 “노사 모두 생산 차질로 인한 미국 국방부 납기 지연을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향후 2주 안에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실제 보잉은 상업용 항공기 부문(BCA)에서 737 MAX 생산 지연과 품질 관리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산 부문조차 지연되면 신용등급 하향이나 주가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우려다.
노조 측 역시 인플레이션 속 임금 정체와 퇴직연금 확충 같은 핵심 요구가 지연될 경우 조합원 사기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IAM 디스트릭트 837은 1930년대부터 세인트루이스 지역 항공산업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해 왔으며, 이번 협상 결과는 미주리·일리노이주 제조업계 전반에 임금 벤치마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변수는 ‘시간’이다. 6주째 이어진 파업이 8주차를 넘어설 경우, 보잉은 대체 인력 교육비·보안 심사비, 그리고 부품 공급망 재조정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반면 노조원들은 임금 손실 누적이 커져 상호 타협 여지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향후 일정
노조는 9월 20일(현지시간) 전체 조합원 대상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투표를 실시한다. 가결 시 즉시 업무에 복귀하지만, 부결 시 파업이 4분기까지 이어질 위험도 있다.
※ IAM(국제 기계·항공우주 노동조합)은 북미 최대 제조업 노조 중 하나로, 항공·국방·자동차 등 산업에서 약 70만 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기자 시각
보잉과 IAM의 대립은 단순 임금 분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지역경제를 동시 압박하고 있다. 특히 F-47, F/A-XX 같은 핵심 국책 사업 일정을 고려할 때, 양측 모두 조속한 윈윈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연말 국방예산 심의 과정에서 계약구조 자체가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보잉의 공급망 파트너와 중소 협력사까지 연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주 금요일 표결은 파업 종식 여부뿐 아니라 미국 방위산업 전반의 중장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