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노조 재협상 무산으로 3,200명 파업…방산 생산 차질·주가 1.3% 약세

미국 항공·방위산업 대기업 보잉(Boeing)이 현지 시간 8월 4일 0시(중부표준시)부로 3,200여 명의 기계공(machinist)들이 속한 국제기계공노조(IAM) 디스트릭트 837 지부의 전면 파업에 직면했다. 회사가 제시한 두 번째 단체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CBA) 안이 부결되면서 기계공들은 생산 라인을 멈추고 피켓을 들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보잉 전체 인력의 약 2%로 집계된다. 이들은 F-15, F/A-18 등 미국 공군 및 해군의 핵심 전투기와 다양한 방산 플랫폼을 생산하는 핵심 숙련직이다. 노조가 생산을 멈추면 보잉의 방위·우주·보안(Defense, Space & Security) 부문 납품 일정 전반에 직·간접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회사 측이 제시한 두 번째 제안서에는 4년간 총 20%의 임금 인상이 포함돼 있다. 1년 차 8%, 2~4년 차 각 4%씩 올라가는 구조이며, 서명 즉시 지급되는 $5,000(약 670만원) 규모의 비준 보너스(ratification bonus), 출근 보상 차원의 $0.50(약 670원) 시간당 근태 인센티브, 추가 휴가, 그리고 확정급여형(DB) 연금의 조건 개선 조항이 담겼다. 제안서가 통과됐다면 현재 평균 연봉 7만5,000달러(약 1억 원)가 10만2,600달러(약 1억3,700만 원) 수준으로 상승하며, 보잉의 총 비용 부담은 약 7,000만 달러로 추산됐다.

IAM 837 지부 톰 뵐링(Tom Boelling) 지부장은 성명을 내고 “조합원들은 이미 명확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회사에 전달했다. 우리는 기술과 헌신, 그리고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결정적 역할에 상응하는 계약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부결은 7월 27일 첫 합의안 부결 뒤 시작된 7일간의 ‘냉각 기간(cooling-off period)’ 종료와 동시에 이뤄졌다. 냉각 기간은 미 연방노동관계법(NLRA)에 따라 노사 충돌 완화를 위해 설정되는 제도로, 해당 기간 동안 노조는 파업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회사도 직장폐쇄를 단행할 수 없다. 냉각 기간이 끝나자 노조는 즉각 파업권을 발동했다.

보잉은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4년 9월에도 시애틀 지역 로컬 751 소속 기계공 파업을 경험했다. 당시엔 네 번째 수정안을 통해 38% 임금 인상$12,000 보너스를 포함하는 조건으로 11월에야 파업이 종료됐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과거 사례처럼 협상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용어 해설
Machinist(기계공)은 선삭·밀링·연마 등 금속 절삭·가공 장비를 숙련도로 운용해 항공기 부품을 제조·조립하는 고급 기술자를 지칭한다.
Ratification Bonus는 노사가 협약서 최종 서명 시 즉시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보상으로, 협약 비준(ratification)에 대한 ‘축하금’ 성격이나, 사실상 협상 촉진을 위한 유인책으로 이해된다.

전문가 진단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은 단순 임금 인상을 넘어 생산 일정 강제 배치가 가능한 ‘대체 근무제(Alternative Workweek Schedule)’ 폐지체계적 휴식권 확보다. 이미 회사가 문제 조항 삭제를 제안했음에도 부결된 배경에는 긴축 재정과 품질 관리 실패로 누적된 현장 불신이 자리한다. 737 MAX 사태, KC-46 공중급유기 결함 등 연이은 품질 논란으로 현장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방산 부문마저 ‘원가 절감’을 이유로 인력 충원을 미루자 파업 동력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실제 월가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방위·우주·보안 부문의 매출 비중이 31%를 차지하는 보잉에 이번 파업은 단기간에도 실적 가이던스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국방 수주 백로그(Backlog)가 탄탄해 손익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병존한다.

시장 반응
파업 소식이 전해진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보잉 주가는 한때 전일 대비 1.3% 하락했다. 노조 활동이 F-15·F/A-18 등 전투기 생산 라인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방 고객 납품 지연 우려가 실적 할인 요소로 반영된 결과다. 다만 장중 변동성은 제한적이었고, 거래대금도 평균 수준을 유지해 시장은 “단기 이벤트 리스크” 정도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결론 및 전망
파업 장기화 여부는 결국 임금·근로시간·휴가·연금이라는 ‘4대 쟁점’을 둘러싼 절충 가능성에 달렸다. 보잉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방산 부문만큼은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필자는 “지난해 751 파업 당시 네 차례 수정 끝 합의가 이뤄졌다는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사태도 2~3차 추가 제안 후 4분기 전에는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미 국방부(DoD)가 대규모 성과 기반 페널티를 검토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일정 지연이 30일을 넘어설 경우 보잉이 감수해야 할 재무·신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