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미 조지아 현대차 배터리 공장서 체포된 근로자 상당수는 합법 취업” 주장

워싱턴 = 로이터 통신‧테드 헷슨 기자발

지난주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미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된 근로자 475명 가운데 상당수가 합법적인 근로 자격을 갖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을 대리하고 있는 애틀랜타 소재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Charles Kuck)은 9월 10일(현지시간) “체포된 근로자 가운데 10여 명을 변호하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비자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쿡 변호사의 의뢰인 가운데는 한국에서 온 근로자 7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ESTA(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또는 B-1 비자(단기 상용 목적으로 발급)로 입국했으며, 사전에 제출한 업무 범위 확인서에 따라 배터리 장비 설치·교정 같은 특정 업무를 수행하도록 허가받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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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변호사는 “신청서에 첨부된 회사 서한에는 수행할 작업의 세부 내용이 자세히 기재돼 있었으며 이는 미국 국무부가 제시하는 합법적 단기 업무 범위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 의뢰인을 포함한 대다수 근로자들은 억울하게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공장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475명을 전격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약 300명이 한국 국적으로 파악된다. 대규모 단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 온 강도 높은 이민 규제 정책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미국과 한국은 새로운 통상 협정을 논의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외교적으로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한국 정부는 “체포된 국민을 신속히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항공편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STA와 B-1 비자란 무엇인가?
ESTA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국 국민에게 최대 90일간 관광·상용 등 단기 체류를 허용하는 전자여행허가 제도다. 일반적으로 임금이 지급되는 ‘취업’은 금지돼 있지만, 장비 설치·기술 교육 등 구매 후 서비스 범주에 해당하는 업무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B-1 비자 역시 비슷한 취지의 단기 상용 비자로, 파견 근로자가 미국 내 임금을 받지 않고 모국 직장에서 급여를 지급받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 업무 참여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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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단기 상용 방문자는 “

미국 외부 기업에서 구매한 산업·상업용 장비를 설치·수리·점검하거나, 해당 서비스를 미국 직원에게 교육하는 활동

”을 수행할 수 있다. 쿡 변호사는 “이번에 제출된 서한들은 내가 비슷한 사건에서 작성했던 서한보다 훨씬 구체적이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쿡 변호사가 언급한 비자 신청 서류를 독자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했다. 국토안보부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변하지 않았다.

쿡 변호사는 또 다른 의뢰인으로 다카(DACA) 프로그램으로 합법적 취업 허가를 받은 멕시코계 이민자 2명, 난민 신청 절차 중인 콜롬비아인 1명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

당국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닌 사람은 닥치는 대로 체포했고, 나중에 문제를 정리할 생각이었던 것 같다

”고 비판했다.

법정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기업형 외국 인력 파견 관행에 새로운 경종을 울릴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미 노동시장 내 숙련 기술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합법적 단기 파견과 불법 취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같은 첨단 제조 설비는 설치·시운전 단계에서 본사 기술진의 현장 지원이 빈번히 요구된다. 따라서 국제 통상과 이민 정책의 충돌이 재현될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예상 법적 쟁점으로는 △단속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비자 범위 해석 여부 △영사 보호 및 송환 문제 등이 거론된다. 현지 노동 변호사들도 “서류심사만으로도 적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굳이 현장 급습까지 했어야 했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조지아주는 한·미 양국의 전기차 공급망 확대 전략에서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규모 단속이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 셀·모듈 업체의 현지 가동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비자 서류의 준법성 검증을 강화하고, 파견 인력에 대한 사전 교육법률 자문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재판 절차에서 근로자들의 비자 서류와 작업 범위가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강화된 이민 단속 기조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특정 산업 현장에서 유지될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건은 글로벌 제조업체들의 현지화 전략과 미국의 엄격한 이민 집행 사이에서 빚어진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근로자 모두가 비자 제도의 정확한 이해와 컴플라이언스 확보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