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 삼성전자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하이테크(고기술) 산업 인센티브 제도 개편 계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 측 관계자들은 이번 개편이 외국인 투자자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신규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경고는 베트남의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과의 통상 관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8월부터 베트남산 수입품에 20%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외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최대 40%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한편, 전자제품 전반에 대한 추가 관세 가능성도 시사했다. 베트남의 전자 산업은 한국 제조업체들이 지배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파급효과가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수십 년간 베트남의 핵심 투자국이었다. 2024년 말 기준 누적 $920억 규모로, 이는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최대 투자자인 삼성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판매 휴대전화의 60%를 베트남에서 생산한다.
이번 주 공개 행사에서, 코참(Kocham) 베트남 지회장 고태연은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에게 하이테크 법률 개정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개정안이 “과거 부여됐던 투자 인센티브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 확대에 대한 영향
“이는 투자 확대, 기술 이전, 인적자원 개발 등 베트남의 중장기 발전 목표에 부정적 함의를 가질 수 있다.” — 고태연, 코참 베트남 지회장
베트남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개정 하이테크 법은 일부 하이테크 기업에 부여돼 온 세금·관세·토지 측면의 ‘최고 수준 인센티브’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12월 채택이 예정돼 있다.
그간 삼성은 베트남에서 실효세율이 최저 5%에 달할 정도로 우대받아 왔다. 그러나 베트남은 지난해 글로벌 최저한세 15%를 도입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주도로 추진된 다국적 대기업 대상 보편 최저세율 체계로, 과거의 초저율 세제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하노이는 최상위 투자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으나, 기업들은 해당 보상에 실질적으로 접근·수혜할 수 있을지 반복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삼성이 개정안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기업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자 동결을 경고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국 정부 관계자는 언론 대응 권한이 없어 신원 비공개를 전제로, 인센티브 축소 가능성이 한국 투자자들의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논평을 거부했다.
베트남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한국 기업의 투자 약정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7억을 기록했다. 다만 베트남 정부는 올해 들어 투자 철회·지분매각(디베스트먼트) 관련 통계 공개를 중단했다.
무역 관련 우려 확산
글로벌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은 국가 대표 기업(national champions)을 우대하는 선별적 산업정책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개혁을 추진 중이다.
코참은 또, 베트남과 미국 간 통상 협상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환적(transshipment) 규정”을 마련해 투자자들이 안정적·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에서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베트남과 미국 간에 합의되는 합리적 환적 규정은 안정적·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의 전제가 돼야 한다.” — 코참 성명
워싱턴은 베트남 및 동남아 일부 국가의 수입품이 중국 등 제3국산 부품에 과도하게 의존한다고 보고, 이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최대 40%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그러나 어떤 제품이 상향 관세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핵심 용어 설명과 맥락
글로벌 최저한세(15%): 다국적 대기업이 조세회피를 위해 저세율 국가로 이익을 이전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전 세계 어디서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담하도록 설계된 국제 규범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주도해 다수 국가가 도입을 추진했고, 베트남도 지난해 이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과거 세제 인센티브 중심 유치 전략의 효과가 축소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환적(transshipment) 규정: 수출국이 제3국에서 생산된 부품·중간재를 활용해 조립·가공한 뒤 최종 수입국으로 보내는 경우, 원산지 판정과 관세 적용을 어떻게 할지에 관한 세부 규정이다. 기준이 모호할 경우, 기업은 예측 불가능한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다. 코참의 요구는 바로 이 예측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다.
베트남 하이테크 인센티브: 베트남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세금 감면·관세 혜택·토지 우대를 제공해 왔다. 개정안은 일부 기업에 적용되던 ‘최고 수준’ 우대 조항을 없애, 인센티브 구조의 표준화 또는 상대적 축소로 이어질 여지를 만든다. 이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용 창출을 전제로 한 장기 투자 계획의 손익 구조에 직접적 변수를 만든다.
분석과 함의
첫째, 세제 인센티브 축소와 글로벌 최저한세의 결합은 실효세율의 하방 경직성을 높인다. 그 결과, 하이테크 제조업의 총소유비용(TCO)이 상승해, 후속 투자나 라인 증설의 경제성이 약화될 수 있다. 특히 전자 등 자본집약 산업에서 수율 개선과 규모의 경제가 결정적이므로, 인센티브 변화는 입지 경쟁력 평가에 즉각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미국의 20% 관세 적용과 40% 상향 가능성은 베트남발 전자 공급망에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을 얹는 효과를 낳는다. 원산지 기준과 환적 규정이 명확히 합의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가격 조정·원가 전가 또는 공정 재배치 등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베트남이 추구하는 국가 대표 기업 육성 전략과도 상충할 소지가 있다.
셋째, 베트남 정부가 약속한 보상 메커니즘의 접근성·예측 가능성은 투자의사결정에 핵심 변수다. 기업이 보상 수혜 요건·절차·기간을 명료하게 인지할 수 없다면, 이는 사실상 불확실성 비용으로 작동한다. 이번에 코참이 제기한 문제의식은 바로 이 제도 투명성과 정책 일관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넷째, 데이터 측면에서 한국계 투자 약정이 1~10월 15% 증가했다는 점은, 단기적으로는 투자 모멘텀이 유지됐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올해 디베스트먼트 통계 공개를 중단한 사실은, 순유입 평가에서 하방 리스크를 가릴 수 있는 잠재적 정보 비대칭을 의미한다. 투자자는 순유입-순유출 균형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베트남의 하이테크 법 개정과 미국 통상정책의 상호작용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의 재점검을 요구한다. 정책 일관성·세제 예측성·무역 규범 명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제조 앵커 기업의 장기 CAPEX 계획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12월 국회 채택 예정인 하이테크 법 최종 문안에서 ‘최고 수준 인센티브’ 삭제 범위와 경과규정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2) 하노이가 약속한 보상 체계의 구체적 설계(대상, 한도, 기간, 집행 절차), 3) 미·베 통상 협상에서 환적 규정과 원산지 기준의 정량적 임계치가 제시되는지, 4) 미국의 40% 관세 위협이 실제 품목 지정으로 이어지는지 등이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인센티브 구조의 재설계와 글로벌 통상 리스크가 겹치면서, 베트남의 하이테크 투자 매력도는 정책 신뢰도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한국 기업들의 우려 표명은 이러한 정책-시장 연계의 민감도를 반영한다. 향후 베트남이 제도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할 경우, 투자 심리는 다시 안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