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2007년 같은 날 두 채의 주택을 모두 ‘주거용 기본 거주지(principal residence)’라고 동시에 서약한 사실이 17일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2025년 9월 17일, CNBC 뉴스의 추가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행위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이사 리사 쿠크(Lisa Cook)를 해임하려 할 때 내세운 ‘모기지 서류 허위 기재’ 주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확보한 서류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2007년 9월 뉴욕주 베드퍼드힐스 자택과 매사추세츠주 프로빈스타운 별장을 각각 ‘주된 거주지’로 기재한 두 건의 모기지 계약에 동시에 서명했다. 이는 각각 다른 은행을 이용해 2021년 여름 두 채 모두를 ‘주된 거주지’로 기재했던 쿠크 이사의 사례와 거의 동일한 구조다.
모기지 사기 의혹과 법적 공방
쿠크 이사는 미시간주 앤아버 주택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주택을 모두 ‘주된 거주지’로 기재한 혐의로 모기지 사기 의혹을 받아왔다. 연방주택금융청(FHFA) 빌 펄티(Bill Pulte) 국장은 지난 8월 쿠크의 대출 서류를 SNS에 공개하며 고발장을 접수했고, 미 법무부(DoJ)가 형사 수사를 개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25일 “모기지 사기 의혹이 사실이라면 쿠크는 금융 규제 당국에 남아 있을 수 없다”며 쿠크 해임을 선언했으나, 쿠크 이사는 즉각 소송을 제기해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과 연방항소법원 모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해임 불가’ 판결을 받아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작년 말부터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연준을 압박해왔고, 쿠크 해임 시도 역시 이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센트 “조사 필요” 발언…그러나 본인도 동일 구조
베센트 장관은 지난 8월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인터뷰에서 “연준 인사가 모기지 사기를 저질렀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베센트 장관의 2007년 모기지 계약 역시 ‘이중 거주지 기재’라는 동일 구조를 띠고 있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쿠크 이사는 직접 서명한 반면, 베센트 장관의 계약서는 그의 변호사 찰스 리치(Charles Rich)가 위임장을 근거로 대리 서명했다. 또 베센트의 두 건 모두 뱅크오브아메리카 한 곳에서 취급됐지만, 쿠크의 대출은 서로 다른 두 은행이었다.
그럼에도 두 사례 모두 대출 은행이 당사자의 실거주 계획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리치 변호사는 CNBC에 보낸 성명에서 “프로빈스타운 주택이 주된 거주지가 아니라는 점을 은행이 완전히 인지했고, 주거지 조건을 면제했다”고 말했다.
은행·정부 기관 반응
베센트 측이 공개한 뱅크오브아메리카 공식 성명에 따르면, 은행은 “베드퍼드힐스와 프로빈스타운 모두 세컨더리 레지던스(별장)임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현재 재무부와 FHFA는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CNBC의 논평 요청에 즉답을 피하고 있다.
리치 변호사는 “베센트 장관은 대출 과정에 최소한의 역할만 했으며 모든 절차를 나에게 위임했다”며 “어떤 불법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용어 해설 및 시사점
주거용 기본 거주지(principal residence)란 대출자가 통상 1년 중 대부분을 실제 거주지로 사용하겠다고 약정하는 주택을 말한다. 미국 모기지 제도에서 금리·세제 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중복 기재하면 모기지 사기(Mortgage Fraud)로 간주될 수 있다.
이번 사안은 이중 거주지 선언이 연방 고위직 인사의 자격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정치권의 통화정책 개입과 금융 규제기관 독립성 문제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