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 카드 재가동 예고
[뉴욕]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8월 1일부로 예정된 고율 관세가 발동되면, 무역 협상에서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는 데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7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CNBC 단독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규모 관세 계획을 ‘협상 마감 시한(deadline)’이 아니라 ‘추가 협상 지렛대(leverage)’로 간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대통령의 결정을 지켜봐야 하지만, 관세 수준이 높아질수록 상대국들이 더 나은 조건의 협정안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다”
고 강조했다. 그는 4월 2일 발표 당시 제시됐던 관세율로의 ‘부메랑(boomerang) 효과’까지 언급하며, 상대국이 타협하지 않을 경우 관세가 다시 상향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8월 1일’ 시한과 시장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성명을 통해 주요 교역 상대국에 최대 4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뒤, 실제 발효 시점을 수차례 연기해 왔다. 하지만 최근 백악관 고위 관료들은 8월 1일을 “절대적인(hard) 마감 시한”으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두 갈래로 갈린다. 한쪽에서는 실제 관세 발효에 대비해 포지션을 조정하고, 다른 쪽에서는 ‘또다시 연기될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한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과 교역 상대국 경제 모두 ‘심각한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관세란 무엇인가? — 용어 해설
관세(tariff)는 외국산 상품에 매기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나 교섭 압박 수단으로 사용된다. 관세율이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해 국내 소비자와 기업은 더 비싸게 물건을 사야 한다. 동시에 수출국은 시장 접근성이 떨어져 매출이 감소한다. 이처럼 관세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행정부 고위직의 발언 ‧‧‧ “품질이 시한보다 중요”
베센트 장관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한을 맞추기 위해 졸속 합의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협정의 품질이 타이밍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관세가 발효된 뒤에도 상대국과의 협상이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서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 역시 “8월 1일 이후에도 협상은 계속될 수 있지만, 관세는 그대로 부과된다”고 밝힌 바 있다. 루트닉 장관은 “어떠한 것도 국가들이 8월 1일 이후 우리와 대화하는 것을 막지 않지만, 그들은 관세를 내기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자·수입업자의 셈법
뉴욕 소재 글로벌 무역 컨설팅업체 ‘파이오니어 어드바이저리’의 애널리스트는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관세가 협상용 ‘당근’보다는 ‘채찍’에 가깝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시장은 이번에도 연기 가능성을 가격에 부분 반영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확률을 낮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서부에 본사를 둔 전자기기 수입업체 A사는 “만약 40% 관세가 현실화되면 소비자 가격을 최소 15%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일부 국내 제조업체는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하며 관세 시행을 환영하고 있다.
다른 정치‧사회 이슈와 얽힌 관세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 해임설,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기밀문서 공개 요구 등 각종 현안에 놓여 있다. 관세 문제 역시 이러한 정치적 압박 속에서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동시에 여러 전선을 관리하고 있지만, 무역 정책은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는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기자 해설: ‘높은 관세=높은 협상력’ 공식의 명암
베센트 장관의 논리는 단순하다. 관세율을 높이면 상대국이 양보하고, 그 결과 미국이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일부 농산물 및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양보를 받아냈다. 그러나 동시에 ▲소비자 물가 상승 ▲공급망 교란 ▲외국산 중간재 의존 기업의 생산 차질이라는 부작용도 겪었다.
무역정책 연구기관 ‘브루킹스 연구소’는 “고율 관세의 단기적 협상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복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부메랑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이번 관세 시나리오에서 40%라는 수치는 유례없이 높다. 이는 1930년대 보호무역법인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연상시킨다. 해당 법안은 세계 대공황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사적 사례는 ‘협상용 고율 관세’가 의도치 않은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 베센트 장관이 강조한 ‘협정의 품질’이 실제로 담보되려면, 관세 발효 이후에도 ▲구체적 로드맵 ▲분쟁 해결 메커니즘 ▲상호 호혜적 시장 개방 등이 명문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율 관세는 단순히 ‘세금 폭탄’으로 전락할 수 있다.
향후 일정 및 전망
7월 마지막 주에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이 워싱턴 D.C.에서 실무 라운드를 이어간다. 협상 관계자는 “부분적 타협안으로 8월 1일 관세 적용 품목을 선별적(selective)으로 줄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베센트 장관의 “더 나은 합의가 우선”이라는 발언은 관세가 실제 발동된 뒤에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시장은 불확실성 해소보다 ‘지연된 확전’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8월 1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고율 관세가 발효되면 미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은 일시적 충격을 받을 것이며, 동시에 교역 상대국은 보복 관세 카드로 맞설 공산이 크다. 반대로 시한이 또다시 연기된다면, ‘트럼프식 협상’이 반복된다는 인식 속에 시장 변동성은 더 길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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