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스타인 “엔비디아 규제 강화 속 중국 AI 칩메이커 수혜 가능성 커진다”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엔비디아(Nvidia)에 대한 규제 강화와 자국 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증권사 베른스타인(Bernstein)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리포트에서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최신 AI 프로세서 H20 도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산 대체 칩 개발사들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른스타인은 상하이에 본사를 둔 캠브리콘 테크놀로지스(Cambricon Technologies, 종목코드 688256)하이공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Hygon Information Technology, 종목코드 688041) 등 현지 AI 칩 기업을 대표적 수혜주로 제시했다. 특히 캠브리콘 주가는 정책 변화 기대감 속에 단 하루 만에 20% 급등했으며, 이는 중국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매수세가 뒷받침된 결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H20의 글로벌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베른스타인은 “2025년 하반기 H20 매출이 100억 달러(약 13조 4,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중국 정부와 기술 기업이 미국산 핵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AI 프로젝트는 엔비디아 대신 국산 7나노미터(nm) 공정 칩 채택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캠브리콘이 누릴 가장 직접적인 혜택7nm 생산 캐파 증설이다. 베른스타인은 캠브리콘이 월 2,000장의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확보할 경우 2026년 매출이 288억 위안(약 5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현재 시장 컨센서스(87억 위안)의 세 배를 훌쩍 넘는다.

보고서는 또 “AI 칩 수요가 급증하면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장비·소재 기업 전반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SMIC(중국 최대 파운드리, 홍콩증권거래소 종목코드 0981), 장비업체 나우라 테크놀로지(NAURA Technology, 002371)AMEC이 주요 수혜처로 꼽혔다.

“우리는 하이공, SMIC, NAURA, AMEC, 파이오텍(Piotech, 종목코드 688072)에 대해 ‘아웃퍼폼(Outperform)’ 의견을 유지하며, 캠브리콘의 중장기 전망에도 한층 긍정적”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평가했다.

특히 SMIC는 7nm급 로직 공정 능력을 바탕으로 중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AI 칩 주문을 따낼 가능성이 크다.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수요 전환이 SMIC의 가동률·수익성 모두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 해설 및 산업적 함의

7nm 공정은 반도체 회로 선폭이 7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에 불과한 최첨단 제조 기술이다. 선폭이 좁을수록 연산 능력은 높아지고 전력 효율은 개선된다.
파운드리는 설계(팹리스)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칩을 제조하는 공장을 지칭한다. 중국은 SMIC를 필두로 첨단 공정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웨이퍼는 실리콘으로 만든 얇은 원판으로,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이 한 장에 배열되어 제작된다. 월 2,000장 규모면 연간 24,000장 이상의 생산량을 의미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 수출 제한·제재 형태로 격화돼 왔다. 미국 정부는 2023년 이후 고급 AI 칩의 대(對)중국 수출을 단계적으로 통제했으며, 이에 맞서 중국은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막대한 연구개발(R&D)·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베른스타인 리포트는 이러한 지정학적 긴장이 오히려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내실을 다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업계에서는 “정책 드라이브와 수요 전환이 맞물리면 중국 칩 공급망 전반이 구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전체 매출의 20%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수요가 여전히 폭발적이어서 단기 실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 잠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글로벌 반도체 주가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2025년 하반기 이후 중국 AI 칩 시장은 ‘탈(脫)엔비디아’ 기조 속에 캠브리콘·하이공·SMIC 등 현지 기업들이 주도권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각 기업의 생산 능력·기술 로드맵·정부 지원 정책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