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론 머스크의 ‘오픈AI 괴롭힘 주장 기각’ 요청을 기각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일론 머스크(Tesla 최고경영자)가 제기한 ‘오픈AI 괴롭힘 주장 기각’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지방법원의 이본 곤살레스 로저스(Yvonne Gonzalez Rogers) 판사는 머스크 측이 제기한 기각·연기 요청을 부정하며, 오픈AI가 주장한 ‘수년간에 걸친 괴롭힘 캠페인’이 충분히 법률적 근거를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머스크는 2026년 봄 예정된 배심원 재판에서 오픈AI가 제시한 사기적 영업 관행(fraudulent business practices)1 혐의와 ‘샴 입찰(sham bid)’2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사건의 배경

머스크는 2015년 샘 올트먼(Sam Altman) 등과 함께 오픈AI를 공동 설립했으나, 2018년께 경영에서 물러난 뒤 테슬라·스페이스X 경영에 집중해 왔다. 그러던 중 2024년, 오픈AI가 비영리(Non-profit)에서 영리(For-profit) 구조로 전환하자 머스크는 ‘인류 전체를 이롭게 하는 AI 개발’이라는 초기 설립 취지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오픈AI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립 정신을 훼손했고, AI 연구 결과를 독점적으로 활용하려 든다.” — 머스크의 2024년 소장 중 일부

이에 대해 오픈AI는 2025년 4월 ‘머스크가 언론 발표, 소셜 미디어 게시글, 법적 소장, 나아가 가짜 인수 제안서를 통해 회사 가치를 훼손하려 했다’며 맞소송(반소·Counterclaim)을 제기했다.


판결의 핵심 내용

곤살레스 로저스 판사“오픈AI가 제시한 사실관계가 캘리포니아 주법상 사기적 영업 관행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소송 절차 초기에 기각할 만큼 ‘명백히 근거 없는 주장’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판사는 ① 언론 인터뷰·SNS 게시글, ② 법원 제출 서류, ③ ‘샴 입찰’ 등 세 갈래 행동이 ‘기업 명성·사업 가치 훼손’을 목적으로 했다는 오픈AI 측 주장을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머스크 측은 본안 심리에서 관련 사실관계를 일일이 소명해야 한다.

샴 입찰(sham bid)이란 실제 인수 의사가 없음에도 경쟁사·시장에 혼란을 야기해 상대 가치를 떨어뜨리거나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위를 뜻한다. 미국 반독점법(셔먼법)·캘리포니아 주법 모두에서 부정경쟁 행위로 취급될 수 있다.


향후 일정·전망

재판부는 2026년 봄 배심원 재판을 예고했다. 통상 대규모 기술·지적재산권 분쟁에선 증거개시(Discovery), 전문가 감정, 조정 절차 등이 길어져 수년 단위로 이어지는데, 이번 사건 역시 머스크의 반격 소송오픈AI의 맞소송이 얽혀 장기전이 예상된다.

머스크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설립 원칙을 지키려는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거듭 주장했으며, 테슬라·스페이스X 주주총회에서도 관련 질의를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머스크 개인의 표현의 자유’‘기업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금지’ 사이의 균형을 따질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관련 용어 풀이

For-profit 모델은 수익 창출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영리 기업 구조를 의미한다. 반면 Non-profit은 잉여 이익을 주주가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재투자한다. 오픈AI는 2019년 ‘캡트 프로핏(limited profit)’ 구조를 도입해 투자 수익률 상한을 정했지만, ChatGPT 출시 후 기업가치가 폭등하면서 ‘실질적 영리 기업’ 논란에 휘말렸다.

Counterclaim(반소)은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맞소송 절차를 뜻한다. 미국 민사소송 규칙(FRCP) 13조에 근거하며, 원래 소송과 동일 재판부에서 동시에 심리된다.


산업계 파급 효과

AI 시장은 현재 빅테크 기업의 자금력규제당국의 견제가 충돌하는 국면에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AI 윤리·거버넌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동맹 구조와, 테슬라의 독자 AI 연구·자동주행 플랫폼이 법정에서 상세히 공개될 경우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법학자들은 “머스크가 패소할 경우 손해배상·명예훼손 책임뿐 아니라, AI 기술 개발 플랫폼 간의 경쟁 전략이 법적 제약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반대로 오픈AI가 패소한다면 영리 전환 정당성이 도마 위에 오르며 투자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 각주
1. fraudulent business practices: 미국·캘리포니아주 소비자 보호법(UCL)상 부정·기만적 영업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2. sham bid: 실제 거래 의사 없이 상대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주려는 인수 제안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