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업계 1위권 사업자 버라이즌(Verizon)이 신규 CEO 체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만5천명 감원을 추진한다고 알려졌다. 이번 감원은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며, 이르면 다음 주부터 단행될 예정이라고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이 전했다. 감원 소식이 전해지자 버라이즌 주가는 약 1.4% 상승 마감했다. 다만 최근 3년간의 주가 흐름은 S&P 500 지수의 약 70% 상승과 대비해 약 8% 상승에 그치며 정체를 면치 못했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이번 인력 구조조정은 전 페이팔(PayPal) CEO인 댄 슐먼(Dan Schulman)이 10월 초 버라이즌 CEO로 선임된 이후 추진되는 대대적 개편의 일환이다. 회사 대변인은 관련 질의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내용을 앞서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감원 대상은 주로 비노조(management) 관리직으로, 해당 직군 인력의 20%를 상회하는 규모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더불어 버라이즌은 약 180개의 본사 직영 소매점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고정비를 줄이고 사업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전형적 방식으로, 판매망 구조 최적화와 비용 효율성 강화를 노리는 조치로 해석된다.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가 배경
버라이즌은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신중해진 소비자가 프리미엄 요금제 선택을 주저하는 환경에서 AT&T와 T-모바일 US 등 경쟁사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무선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는 기존 고객 유지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슐먼 CEO는 지난달, 버라이즌이 “비용 전환(cost transformation), 비용 구조의 근본적 재설계”를 포함한 공격적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더 단순하고, 더 날렵하며, 더 민첩한(scrappier) 기업이 될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또한 슐먼은 버라이즌 이사회에서 7년간 활동해 온 인물로서, 가격 인상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중심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우리의 재무 성장은 가격 인상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가입자 증가 없는 가격 중심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 말했다.
인력 및 비용 구조: 숫자로 본 버라이즌
버라이즌은 2024년 말 기준 미국 내 직원 약 10만 명을 보유했다. 최근 3년간 약 2만 명 감원을 단행했으며, 지난해에는 자발적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4,800명 감축을 발표하고 약 20억 달러의 일회성 충당금을 인식했다. 2018년에도 선행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으로 약 10,400명 이탈을 안내한 바 있다.
업계 분석가들은 버라이즌이 업계 내 가장 높은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전략이 경쟁 심화 국면에서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대해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의 수석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모펫(Craig Moffett)은,
“신임 CEO의 첫 과제는 가입자 이탈(churn) 억제를 멈추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가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을 대규모로 제공해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였다. 이제 그 답을 알게 됐다.”
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번 비용 절감이 향후 고객 유지(retention) 비용 증가를 실제로 상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고 덧붙였다.
투자·M&A 맥락: 대역폭·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집행
버라이즌은 최근 수년간 무선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자본을 집행했다. 2021년 경매에서 핵심 무선 C-밴드(중대역) 주파수 확보에 520억 달러를 투입했고, 지난해에는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즈(Frontier Communications) 인수에 2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다. 또한 선불폰 사업자 트랙폰 와이어리스(TracFone Wireless) 인수에도 60억 달러를 지출했다.
기업 조치의 의미: 비용 기반 재설계와 유통 구조 개편
직원 감원 1만5천명과 직영점 180곳의 프랜차이즈 전환은, 고정비 축소·운영 효율성 제고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비노조 관리직이 주된 대상이라는 점은, 협상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신속한 조직 재편이 가능하다는 운영상의 현실을 반영한다. 유통망 측면에서 프랜차이즈 전환은 임차료·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가맹 파트너와 분담하면서도 판매 커버리지 유지를 시도하는 선택지로 널리 활용된다.
다만, 단기 비용 절감이 곧바로 고객 경험 개선과 가입자 이탈률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고가 단말기 보조, 로열티 프로그램, 고객 서비스 강화 등 유지 비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감원·점포 전환으로 절감되는 비용과 고객 유지에 필요한 투자의 합이 순이익 개선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전망이다.
용어 해설·맥락 보강
• C-밴드(C-Band): 중대역(3~4GHz대) 무선 주파수를 지칭한다. 5G에서 속도·용량·커버리지의 균형이 좋다고 평가되어 주요 통신사 간 획득 경쟁이 치열하다. 버라이즌의 520억 달러 집행은 핵심 대역폭 우선 확보를 위한 대표적 투자다.
• 프랜차이즈 전환: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매장을 가맹점 사업으로 전환해, 점포 운영비 등 고정비를 경감하고 운영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통일된 서비스 품질 유지와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거버넌스 체계가 중요하다.
• 가입자 이탈(Churn): 일정 기간 서비스 해지 또는 타사 이동으로 고객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성숙 시장에서는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 이탈 억제가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주가·시장 반응
감원 계획이 전해진 직후 버라이즌 주가는 약 1.4%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3년 기준으로는 버라이즌이 8% 상승에 머문 반면, S&P 500은 약 70% 급등해 상대적 부진이 뚜렷했다. 이는 시장이 성장성 둔화와 경쟁 심화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했음을 시사한다.
관계자 코멘트 및 회사 입장
회사 대변인은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반면 애널리스트들은 고객 유지 비용 상승과 비용 절감의 균형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모펫네이선슨의 크레이그 모펫은, 단말기 보조 확대가 불가피할 경우 감원 등 비용 절감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구도가 합리적이라면서도, 순효과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종합
버라이즌의 약 1만5천명 감원과 직영점 180곳 프랜차이즈 전환은, 비용 구조의 근본적 재설계와 고객 중심 성장 전략을 병행하겠다는 신임 CEO 체제의 의지를 반영한다. 가격 인상 의존에서 탈피해 가입자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 성공하려면, 비용 절감으로 확보한 재원을 고객 가치 제고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운영 역량이 관건이다. 시장은 향후 수 분기 동안 이탈률(churn), 순증 가입자(net adds), ARPU·서비스 마진 등 핵심 지표의 개선 여부를 통해 이번 구조조정의 실질 성과를 평가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