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가상자산 정책 보고서 통해 SEC 조치·새 입법 촉구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출범시킨 가상자산(암호화폐) 실무그룹이 30일(현지시간) 내놓은 첫 종합 보고서에서 의회와 규제 당국을 향해 시장 구조를 정의할 새로운 법안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즉각적인 세부 규정 제정을 요청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보고서 발간에 앞서 배포한 팩트시트를 통해 의회가 정식 가상자산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되, ▲거래소가 가상자산을 수탁(커스터디)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가상자산 증권 발행인을 위한 맞춤형 공시 체계를 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기존 권한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연방 차원 거래를 즉시 허용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백악관 실무그룹 보고서


실무그룹 구성 및 배경
해당 실무그룹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1월에 행정명령으로 설치됐으며, 보 하인스(Bo Hines) 백악관 고문이 주도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폴 앳킨스 SEC 의장,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OMB) 국장 등 행정부 고위 인사가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에서 자신을 “크립토 대통령”으로 자처하며 친(親) 가상자산 정책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사기‧자금세탁 방지를 목표로 업계를 강경 단속했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정책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가 진행했던 코인베이스(NASDAQ:COIN)·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 제소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모두 취하됐다.

주요 입법 동향
보고서는 의회가 이미 하원을 통과한 ‘클래러티(Clarity) 법안’을 기반으로 한 시장 구조 법안을 다음 순서로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 법안은 가상자산이 증권·상품·스테이블코인 등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하고, 규제 공백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감독 기준을 담은 별도 법안에 이미 서명해 ‘친(親) 크립토’ 행보를 과시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시장 구조 법안이야말로 산업 전반에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후속 처리를 압박했다.


보고서의 세부 권고사항

① CFTC에 현물시장 감독권 부여
의회는 CFTC가 가상자산 현물시장을 직접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문했다. 이는 현재 ‘파생상품’에 주된 관할권이 집중돼 있는 CFTC의 역할을 대폭 확장하는 방안이다.

② 디파이(DeFi) 기술의 잠재력 인정
보고서는 중개기관 없이 블록체인에서 직접 금융거래를 수행하는 탈중앙화 금융 기술을 미래 금융혁신의 핵심으로 평가하며, “규제는 혁신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③ ‘세이프 하버’와 ‘규제 샌드박스’ 도입
SEC·CFTC가 안전지대(security safe harbor)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가동해 “혁신적 금융상품이 관료적 지연 없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④ 토큰화(Tokenization) 촉진
보고서는 토큰화, 즉 예금·주식·채권·부동산 같은 기존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소비자 편익과 시장 효율성 제고 수단으로 지목했다. 코인베이스가 최근 SEC에 블록체인 주식 서비스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용어 설명 및 분석

토큰화(Tokenization)는 전통 자산을 쪼개어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투자 단위가 작아지고, 거래·결제 속도가 빨라지며, 자산유동화 비용이 감소한다. 다만 자산의 법적 소유권·거래 기록을 어떻게 인정할지에 대한 법적 공백이 남아 있어 규제 기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다.

세이프 하버(Safe Harbor)란 혁신 기업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받아 사업을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와 유사하지만, 샌드박스는 정부·규제당국의 감독 아래 제한된 환경에서만 영업을 허용한다는 점이 차이다. 두 제도 모두 스타트업과 신기술의 초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가상자산 시장이 명확한 제도권 아래 진입해 글로벌 기준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반면, 이해충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정치권 내 논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해충돌 논란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이 소유한 밈 코인(meme coin) 프로젝트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지분 보유 사실은 의회의 가상자산 입법 과정에서 이해충돌 의혹을 촉발해 왔다. 백악관은 “어떠한 이해충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했으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별도 윤리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전망

현지 정치권은 2025년 하반기 내에 시장 구조 법안을 상·하원에서 모두 통과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하면서 양당 간 이해득실 계산이 복잡해지고 있어 일정은 유동적이다. 업계는 “규제 명확성(Regulatory Clarity)이 확보돼야 기관투자자 자금이 본격 유입될 수 있다”며 서둘러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SEC는 코인베이스의 블록체인 기반 주식 거래 서비스 요청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짧은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향후 SEC의 결정이 토큰화 시장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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