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발] 닛산자동차(Nissan Motor)이 전기차(EV) ‘리프(Leaf)’ 신모델의 생산 목표를 대폭 줄였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닛산은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신형 리프 생산 계획을 기존 대비 절반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배터리 조달 지연이 직접적 원인으로, 동사는 연내 출시 일정을 고수하면서도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닛산의 생산 차질 배경*고효율 배터리 수율 문제
닛산 계열사가 공급하는 배터리 수율(생산품 가운데 사용 가능한 비율)이 예상보다 낮아진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토치기(栃木) 공장에서 월 수천 대 규모의 생산 축소가 불가피해졌다”고 니케이 비즈니스 데일리는 전했다.
토치기 공장은 미국·일본 시장용 신형 리프를 전담하는 핵심 거점으로, 이번 조정은 두 시장 모두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닛산 측 입장
회사 측은 “추측성 기사에 대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면서도 “신형 모델 출시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즉, 생산량은 줄어들지만 ‘연말 출시’라는 목표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시장 반응 및 주가 동향
보도 당일 닛산 주가는 닛케이225 지수(+0.3%) 대비 0.4% 하락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공급망 불확실성을 선반영하는 모습이다. 특히 EV 배터리 수급은 업계 전반의 병목 현상으로 반복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 사례: 아리야(Ariya)의 교훈
닛산의 EV 생산 차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는 고사양 크로스오버 ‘아리야’가 같은 토치기 공장의 첨단 생산 라인 문제로 일정 지연을 겪었다. 당시 경험이 있음에도 배터리에서 다시 취약점이 노출된 셈이다.
신형 리프의 전략적 의미
닛산은 2010년 리프 1세대를 통해 ‘대중형 EV 개척자’로 평가받았으나, 이후 테슬라·BYD·현대차 등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번 3세대(가칭) 리프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주행거리 향상, 가격 경쟁력으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핵심 모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닛산의 브랜드 신뢰도 회복이 다시 늦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
현재 글로벌 EV 시장은 니켈·코발트·리튬 등 원자재 가격 변동과 공정 수율 저하로 ‘생산량 vs 품질’ 사이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 닛산 계열사의 배터리 수율 저하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제조 현장에 직접 반영된 사례다. 토요타·혼다 역시 유사한 이슈를 경험한 바 있어, 일본 완성차 업계 전반이 공급망 다변화 및 생산 기술 고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어 풀이
• 리프(Leaf) : 2010년 출시된 닛산의 5도어 해치백 전기차. 세계 최초의 대중형 장거리 EV로 알려져 있다.
• 아리야(Ariya) : 2022년 양산형으로 데뷔한 닛산의 중형 전기 SUV.
• 배터리 수율 : 생산된 셀 가운데 품질 기준을 충족해 실제 차량에 장착 가능한 비율.
향후 전망
닛산은 장기적으로 고체전해질 배터리 도입을 통해 비용 65% 절감, 충전 시간 1/3 수준 단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시점이 2029년 전후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수율 개선이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 생산 차질이 장기 프로젝트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경쟁 구도
테슬라가 4680셀 자체 생산 난관을 겪고, 중국 BYD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는 동안, 일본 제조사는 기술 신뢰도와 생산 안정성을 무기로 반격을 꾀한다. 이번 사태는 ‘공급망 탄력성’이 EV 산업 패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임을 재확인시켰다.
* 편집자 주: 본 기사에서 다룬 배터리 수율 지연은 ‘제조 공정상 불량률 증가’를 포함하며, 구체적 결함 유형은 업체가 공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