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Disney) 최고경영자(CEO) 밥 아이거(Bob Iger)가 ESPN 독립형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둘러싼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투자자 행사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관련 계획을 언급해 왔으나, 이번 발언은 서비스 출시 시기·방식·수익화 모델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8월 20일, 미 동부 표준시 기준 21시 02분에 게시된 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아이거는 “ESPN은 더 이상 전통 유료 TV 번들을 기다릴 수 없는 시점“이라며 “우리는 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플랫폼에서, 원하는 가격에 스포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선 “2025~2026년 사이가 합리적 목표”라고 언급했으나, 규제·파트너십 협상에 따라 변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ESPN의 스트리밍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다. 우리는 광고·구독 혼합 모델을 통해 수익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 밥 아이거, 2025년 8월 20일
ESPN 스트리밍 서비스가 갖는 산업적 함의
ESPN은 현재 미국 내 7,100만 가구에 선형(케이블) 채널로 제공되고 있으나, 코드커팅(Code-Cutting)전통 유료방송 해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가입자 수 감소 압박을 받아 왔다. 디즈니는 2023년부터 ESPN+라는 OTT 부가 서비스를 운영해 왔지만, 이는 하이라이트·아카이브 경기·소규모 스포츠 중계 위주로 구성돼 있었다. 이번에 언급된 ‘ESPN 독립형 풀스트리밍’은 NFL·NBA·MLB 등 핵심 프라임타임 콘텐츠까지 포함하는, 사실상 케이블 채널 전체를 OTT로 이식하는 대전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디즈니 내부 추산에 따르면, ESPN의 연간 콘텐츠 비용(중계권료 등)은 약 85억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를 기존 케이블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못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아이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 삽입을 대폭 허용하고, 베팅(스포츠 도박)·전자상거래·데이터 분석 등 부가 서비스를 결합한 ‘매체 융합형 플랫폼’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과 주가 동향
발언 직후 NYSE에서 거래 중이던 월트 디즈니 주가(DIS)는 장 마감 전 시간외거래에서 3.2% 상승했다. 반면, 전통 케이블 사업자 컴캐스트(Comcast)와 차터 커뮤니케이션즈(Charter Communications)의 주가는 각각 1.1%, 0.9% 하락해, 유료 TV 생태계 붕괴 위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
기술·운영적 과제
ESPN은 연간 30,000시간 이상의 라이브 스포츠를 송출한다. 이를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려면 CDN(콘텐츠 전송망) 확대, 4K HDR 실시간 인코딩, 지연(latency) 최소화 등이 필수다. 디즈니는 자사 BAMTech 스트리밍 엔진을 토대로 초당 50만 동시 접속을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 중계권(Regional rights) 문제로 인해 지리적 블랙아웃(blackout)지역 제한 송출을 어떻게 구현할지도 관건이다. 아이거는 “클라우드 기반 DRM과 위치인증 기술”을 도입해 권리사 요구를 충족하겠다고 설명했다.
산업 전문가·애널리스트 의견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댄 캐시노(Dan Cassino)는 “ESPN의 스트리밍 전환은 스포츠 중계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는 잠재적 촉매”라고 평가했다. 그는 가입자 차별화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평균 단가 월 45~50달러를 예상했다. 반면 무디스(Moody’s)는 “콘텐츠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신규 구독 모델만으로는 현금흐름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주요 용어 해설
• 코드커팅(Code-Cutting): 기존 케이블 TV 가입을 해지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 ARPU(Average Revenue Per User): 가입자당 평균매출. 구독 기반 비즈니스의 핵심 지표다.
•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 기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콘텐츠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디즈니는 2025년 4분기 중 베타 서비스를 개시해 사용자 경험을 점검하고, 2026년 상반기 정식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출시 초기에는 NFL·NBA 정규 시즌 경기 일부를 우선 편성해 트래픽·지연 시간을 실증 테스트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ESPN의 성패가 향후 글로벌 스포츠 콘텐츠 유통 질서를 재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자 코멘트
ESPN의 독립형 스트리밍 전환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콘텐츠 산업의 최종 프론티어인 라이브 스포츠 영역까지 침투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밥 아이거는 “불가피한 변화”라고 말했지만, 고액 중계권료·복잡한 지역권리·트래픽 기술 과제라는 고전적 난제를 해결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케이블 디커플링’이 성공한다면, 스튜디오·리그·통신사 간 기존 파워 밸런스가 재편되고, 국내 OTT 플랫폼 역시 유사 모델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