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반도체주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정규장 개장 초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0.67% 오른 5,356.12를 기록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6% 상승한 40,225.44, 나스닥100 지수는 +1.19% 급등한 19,827.63으로 모두 장중·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2025년 9월 18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0.63%,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1.19% 오르며 정규장 강세를 예고했다. “E-미니(E-mini)” 선물이란 CME(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지수 선물을 소형화한 계약으로, 개인 투자자도 거래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연준(Fed)의 추가 완화 기대와 반도체 섹터 급등이 증시 전반을 끌어올렸다. 특히 인텔(INTC)이 +25% 폭등하면서 기술주 랠리를 주도했다. 이는 엔비디아(NVDA)가 인텔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양사가 PC·데이터센터용 칩을 공동 설계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연준 정책 기대 vs. 물가 우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물가 압력에도 불구하고 고용 시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기울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전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0.25%p) 인하했고, 연내 추가 50bp 인하를 시사했으나, 제롬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위험”을 강조하면서 완화 강도를 제한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주가는 장중 등락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는 대체로 호조를 보였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1천 건으로 시장 예상치(24만 건)를 크게 밑돌았고, 9월 필라델피아 연은 제조업지수는 23.2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8월 경기선행지수는 전월 대비 -0.5%로 4개월 만에 최대 폭 하락해 혼조세를 보였다.
지표 강세 여파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4.135%까지 올라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상 채권 금리가 오르면 주식 가치는 할인돼 부담 요인이 되지만, 연준의 추가 완화 가능성(10월 28~29일 FOMC에서 25bp 인하 확률 86%)이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주요 지역별 증시 동향
해외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유럽 Stoxx50 지수는 +1.66% 오르며 3.5주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년 고점에서 -1.1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1.15%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가 2.718%로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671%로 상승했다. 영란은행(BOE)은 7대2로 기준금리를 4.00%로 동결하면서 “점진적·신중한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업별 주가 움직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상징하듯,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내 주요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인텔이 단숨에 25% 뛰어오른 것을 비롯해 KLA(+7%), ASML(+6%),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6%), 마이크론(+5%), 마벨 테크놀로지·ON세미·램리서치(모두 +4% 이상)가 급등했다. 글로벌파운드리즈는 +3% 이상, 엔비디아도 +2% 넘어 다우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WD)는 AI 전략과 2027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뒤 +10% 급등했다. 89bio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35억 달러(주당 14.50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86% 폭등했다.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IonQ는 미국 에너지부와 양자기술 우주 활용 관련 MOU를 체결해 +4% 상승했다.
AeroVironment는 BofA의 ‘매수’ 커버리지 개시(목표가 300달러)로 +4%, Allstate는 8월 재해손실이 전월 대비 8.7% 줄어든 1억6,800만 달러로 집계돼 +4% 상승했다. 운송주 CSX는 RBC가 목표가 39달러로 상향하며 ‘아웃퍼폼’으로 올려 +2% 올랐다.
반면 Darden Restaurants는 2026 회계연도 조정 EPS 전망(10.50~10.70달러)이 시장 컨센서스(10.67달러) 대비 실망스럽다는 평가에 -9% 폭락했다. ARM Holdings는 인텔·엔비디아 협업 소식이 경쟁 심화를 예고하며 -4%, AMD도 -3% 하락했다.
철강업체 Nucor는 3분기 EPS 가이던스(2.05~2.15달러)가 예상치(2.59달러)를 크게 밑돌아 -4%,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FDS)은 4분기 EPS(4.05달러)가 예상치(4.15달러)를 하회하고 2026 전망도 낮춰 -3% 약세를 보였다. 외식업체 Cracker Barrel은 2025년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해 -2% 떨어졌다.
채권·통화시장 관전 포인트
미 국채시장은 “경제 지표 강세 vs. 연준 독립성 논란”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재료에 좌우됐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하고, 스티븐 미런이 백악관 경제자문회의(CEA) 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맡으려 한다는 소식은 채권 투자자들에게 “통화정책의 정치화” 우려를 키웠다.
10년물 T-노트 가격은 한때 상승했으나, 신규 실업수당·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 호조가 매도세로 전환시키며 종가 기준 -9틱 하락했다. 물가지표로 쓰이는 10년물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율(BEI)은 2.408%로 2주 최고치로 올라 연준의 물가 부담을 재확인했다.
전문가 해설 및 전망
시장 참가자들은 “테크·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증시 구조”가 장기적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AI·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하며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고 있어 “어닝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이 많다. 반면, 국채금리 4%대 상단 안착이 이어질 경우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 부담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10월 FOMC에서 추가 25bp 인하가 단행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86%의 시장 참여자가 인하를 예상하지만, 물가지표·임금지표 동향에 따라 베팅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정책 불확실성 확대 시, 변동성 지수(VIX)나 옵션·파생상품 수요가 증가할 여지가 있다.
❶ 투자자 팁
단기적으로는 지수 고점 돌파에 따른 이익 실현 매물과 모멘텀 추종 자금이 맞부딪히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수급 공백을 파고드는 ETF·선물 차익 거래 흐름에 유의하며, 업종·종목 간 상대강도(Relative Strength)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❷ 용어 설명
T-노트(Treasury Note)는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2~10년 만기의 중장기 국채를 말한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를 의미하며, 25bp는 0.25%p이다. BEI(Breakeven Inflation)은 물가연동국채(TIPS) 대비 명목 국채 금리 차이로, 시장 기대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