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31일(현지시각) 변동성을 보인 끝에 하락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일 대비 0.37% 내렸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74% 떨어지며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도 0.55% 하락했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9월물 E-미니 S&P 선물은 0.43%,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60% 각각 밀리며 정규장 약세를 선반영했다. 장 초반 기록한 S&P500과 나스닥100의 사상 최고치는 장중 매물이 쏟아지면서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하락세의 직접적 촉매는 반도체·바이오 대형주였다. 영국 설계자산 기업 ARM 홀딩스가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 가이던스를 컨센서스보다 낮게 제시하자 주가는 13% 넘게 폭락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 KLA,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마이크론,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등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구성 종목도 4~5%대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제약·바이오 업종도 투자심리를 크게 짓눌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개 제약사에 비용 인하 서한을 발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은 5% 넘게, 머크는 4% 이상 하락했다. 화이자·암젠·길리어드·버텍스도 2~3%씩 내렸다.
반면 개장 초반 시장을 이끌었던 호재도 존재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플랫홈스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과 함께 인공지능(AI) 설비투자 확대 계획을 밝히며 개장 직후 매수세를 자극했다. 특히 메타는 11% 넘게 급등해 나스닥100 내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요 거시경제 지표
미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1만8천 건으로 전주 대비 1천 건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22만4천 건)보다 양호했다.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핵심지표는 전년 동기 대비 2.8% 올랐다. 이는 연준(Fed)이 목표로 삼는 2%를 상회하고, 시장 전망치(2.7%)도 웃돌아 인플레이션 완화 진전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같은 달 개인소득은 0.3% 증가해 예상(0.2%)을 상회했으나, 개인소비는 0.3% 늘며 예상치(0.4%)에 미달했다. 고용비용지수(ECI) 역시 2분기에 0.9% 상승해 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과는 ‘일정 정도 합의’에 도달해 관세 합의서를 준비 중이라고 언급했으며, 태국·캄보디아와도 휴전을 조건으로 무역협상을 예고했다. 멕시코에 대한 현행 관세는 90일 연장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8월 1일 관세 시한 이전 추가 무역합의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9월 FOMC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42%, 10월 회의에서는 36%로 반영하고 있다.
실적 시즌 집중 구간 진입
이번 주는 S&P500 편입 기업의 38%가 실적을 발표해 지난주의 두 배에 달하는 ‘슈퍼 위크’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55% 이상이 실적을 내놓은 현재 S&P500 2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로, 시즌 전 예상치(2.8%)를 상회한다. 82%의 기업이 이익 전망치를 웃돌았다.
해외증시는 혼조세였다. 유로 스톡스50 지수는 2.5주 최고치에서 1.36% 하락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주 저점으로 1.18% 내렸다. 일본 닛케이는 1.02% 상승했다.
채권·금리 동향
9월물 미국 10년물 국채선물은 2틱 올라 수익률이 4.365%로 0.6bp 내렸다. 영국 10년물 길트채가 3주 반 만의 고점으로 랠리한 영향과 월말 기관 수요가 겹쳐 매수를 자극했다. 다만 견조한 고용·물가 지표로 인한 매도 압력도 상존해 장중 낙폭은 제한됐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695%로 1bp, 영국 길트 수익률은 4.567%로 3.5bp 각각 하락했다. 유로존 6월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인 6.2%로 집계돼 예상(6.3%)보다 양호했고, 독일 7월 조정 CPI는 10개월 만의 최저인 1.8%를 나타냈다.
■ 용어 풀이*
• 핵심 PCE: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지표로, 미국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 잣대다.
• 고용비용지수(ECI): 임금·급여와 복리후생 비용 변화를 종합한 지표로 인플레이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 차이를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10년 인플레 수준을 가늠한다.
주요 종목별 등락
하락 종목
• 반도체 : ARM −13%, 글로벌파운드리스·KLA·AMAT·마이크론·TI −4~5%, ASML·NXP −3%대.
• 제약 : BMY −5%대, MRK −4%대, LLY −3%대, PFE·AMGN·GILD·VRTX −2%대.
• 기타 : 얼라인 테크놀로지 −36%(실적 부진), 백스터 −22%(가이던스 하향), 인터내셔널페이퍼 −12%, 퀄컴 −7%, 유나이티드헬스 −6%(투자의견 하향), 램리서치 −4%.
상승 종목
• 빅테크 : 메타 +11%, 마이크로소프트 +3%
• 전자상거래·물류 : eBay +18%, CH 로빈슨 +18%, 카바나 +17%.
• 하드웨어 : 웨스턴디지털 +10%.
• 레저 : 노르웨이지안 크루즈 +9%.
• 방산 : 헌팅턴 잉걸스 +7%.
다음 일정
장 마감 후 애플과 아마존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1일에는 엑슨모빌·셰브론·모더나·리제네론 등 대형주 실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2일 발표되는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0만9천 명 증가, 실업률은 4.2%로 0.1%p 상승이 예상된다.
기자 전문 통찰
이번 장세는 ‘AI 투자’와 ‘관세 리스크’라는 양날의 검이 교차하고 있다.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는 장기 성장동력인 반면, 트럼프발 관세 상향은 공급망 부담과 인플레 장기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15~50%로 상향된 관세 하한선은 기업 실적과 연준 통화정책을 동시에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무역정책의 방향성과 8월 고용·물가 지표의 상호 작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