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 자사주 매입이 유럽 주식시장 버팀목…연말·내년에도 화력 지속

바클레이즈(Barclays) 전략가들이 유럽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buyback)이 거듭되면서, 변덕스러운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도 증시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가 발간한 최신 전략 노트에서 에마뉘엘 마콩가(Emmanuel Makonga) 팀장은 “여름철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발표와 강력한 집행 덕분에 유럽 기업들은 2025년 마지막 분기로 접어들면서도 여전히 막대한 ‘총알’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발표된 신규 자사주 매입 규모는 495억 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8월에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특히 금융업종은 8월 중 일평균 거래량의 3.5%에 해당하는 물량을 시장에서 사들였다. 현재 2025년 계획된 매입 프로그램의 절반가량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여서, 연말까지 매입 행렬은 끊기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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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에너지·산업재가 선도…STOXX 600 수익률의 40% 차지

바클레이즈 모델은 4분기 신규 발표에서도 금융과 에너지가 가장 적극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해 들어 지금까지 STOXX 600 지수(유럽 600개 주요 대형주로 구성)의 자사주 매입은 1.3%의 배당 외 수익률을 제공해, 전체 주주환원(배당+자사주 매입) 수익률의 약 40%를 담당했다.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MSCI Europe 지수의 유통주식수 역시 공급 축소 효과를 방증한다.

EPS(주당순이익) 전망 하향세가 둔화되고, 유로존 PMI(구매관리자지수)가 반등함에 따라 자본환원 환경은 한층 우호적이다.” — 바클레이즈

바클레이즈는 여름 동안 시장 대비 초과수익을 달성한 Buyback Announcements Basket을 최근 리밸런싱해 금융·에너지·유틸리티 비중을 확대했다. 일간 거래량의 10% 이상을 사들이는 기업이 6월 이후 꾸준히 시장을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블랙아웃 기간 약세 → 재개 시 반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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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자사주 매입 ‘블랙아웃’(분기 실적 발표 전 매입 중단) 구간에서 주가가 부진했다가, 매입이 재개되면 반등하는 패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업별·국가별 온도차도 드러났다. 노르웨이·영국·포르투갈은 총주주환원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반면, 프랑스는 지난해 도입된 매입세 8% 부과가 역풍으로 작용해 신규 프로그램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바클레이즈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유럽에서 새로운 매입세 도입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변동성 큰 국채시장과 재정 불안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신용 스프레드와 차환 여건이 안정적이어서 자사주 매입을 중단할 압박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용어 해설 및 추가 정보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서비스업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지수화해 경기 확장·수축 국면을 진단하는 지표다.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미만이면 둔화를 뜻한다. STOXX 600은 유럽 17개국 600개 기업을 포함한 범(汎)유럽 주가지수로, 우리나라의 코스피200과 유사한 대표 벤치마크다. MSCI Europe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지수로, 유럽 developed 시장 15개국 주식을 포함해 달러 기준 해외 투자자가 주로 활용한다.

또한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발행해 시장에 유통되는 자사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식 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 상향, 주가 유통 물량 축소, 실질 배당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와 주주환원 수단으로 쓰인다.


기자 해설: 향후 시장 함의

첫째, 금융·에너지 업종이 4분기 매입을 주도할 경우, 섹터 간 성과 차별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매입 집중 기업은 주가 변동성이 낮아지고, 블랙아웃 구간에서는 매수 공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달력 효과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둘째, 프랑스의 사례는 규제 리스크가 기업 자본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타 국가에서 유사 정책이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만큼, 국가별 스프레드 전략을 활용해 초과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

셋째, 채권시장의 변동성에도 기업 신용이 안정적이라는 바클레이즈의 관점에 동의한다. 향후 금리 고점 통과가 명확해질 경우, 리볼빙 크레딧 라인(단기 차입) 의존도가 낮은 우량 기업일수록 매입 여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럽 주식은 자사주 매입이라는 ‘안전판’이 지속되는 한 밸류에이션 매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블랙아웃·규제 변수·섹터별 모멘텀을 면밀히 관찰해 전술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