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유로·엔과 금값까지 흔든 미국 PPI·FOMC 기대감
달러화가 DXY 달러지수 기준으로 0.03% 상승하며 사실상 보합세를 보였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폴란드 공역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 격추 소식으로 강화됐으나, 미 국채 수익률이 하락하고 예상보다 부진한 8월 PPI(생산자물가지수)가 발표되면서 달러 상승 폭은 대부분 반납됐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의 관심은 다음 날 예정된 CPI(소비자물가지수)와 9월 16~17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 쏠려 있다. 투자자들은 최소 25bp(1bp=0.01%p)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50bp 전격 인하 가능성도 12%까지 반영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미국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도 달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는 움직임과,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이 현직을 유지한 채 연준 이사직을 겸하려 한다는 보도가 외국인 투자자의 미 달러 자산 매도 가능성을 자극했다.
미국 8월 PPI 둔화… 정책 금리 연내 74bp 인하 기대 반영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최종수요 P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7월(3.1%)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고, 시장 예상치(3.3%)를 한참 밑돌았다. 식품·에너지 제외 근원 PPI 역시 2.8%로 7월(3.4%)과 전망치(3.5%)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금리는 연말까지 총 74bp 인하(현 4.38%→3.64%)가 가격에 반영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회의에서 25bp 인하를 100% 확신하고 있으며, 10월 28~29일 추가 25bp 인하 가능성도 79%로 높게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물가 압력이 빠르게 식지 않는 한 ‘연준 피벗’이 가시화됐다”고 진단한다.
유로·엔 동향과 ECB‧BOJ 정책 시나리오
EUR/USD 환율은 0.09% 하락했다. 폴란드가 러시아 드론을 격추한 직후 유럽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유로화가 압박을 받았다. 투자자들은 12일 열리는 ECB 통화정책회의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포지션을 정리하고 있다.
다만 시장은 ECB가 이미 주요 금리 인하 사이클을 마무리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 연내 세 차례 인하가 예상되는 Fed와의 정책 기조 차별화가 유로 하단을 지지한다. 이탈리아·독일 국채 스프레드도 최근 안정을 되찾아 유로 약세를 제한했다.
한편 USD/JPY는 0.02% 떨어졌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행(BOJ) 관계자들은 국내 정치 불안을 무릅쓰고도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10년물 미국채 수익률 약세도 엔화 강세 요인이다.
그러나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임으로 일본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엔화 오름폭은 제한됐다. 여당 자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잃어 확장적 재정정책 기대가 높아진 점도 엔화 약세 재료로 꼽힌다.
귀금속 혼조… 안전자산 선호 vs S&P500 사상 최고치
12월물 금 선물은 0.01%(0.20달러) 내렸으나, 12월물 은 선물은 0.63%(0.259달러) 올랐다. 연준의 비둘기적 PPI 결과가 금리 인하 기대를 굳히면서 금값을 떠받쳤지만,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귀금속 상승폭을 제한했다.
또한 PBOC(중국인민은행)이 8월 금 보유고를 6만 온스 늘려 총 7402만 온스로 10개월 연속 매입한 사실도 금 가격 지지 요소로 작용했다. 유럽·일본 정치권 변동성, 미 관세 정책 불확실성도 골드 매수 심리를 유지한다.
펀드 흐름 측면에서 금 ETF는 2.25년 만에 최고 보유량을, 은 ETF는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해설: PPI·CPI·FOMC가 갖는 의미
PPI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PPI가 둔화하면 소비자물가(CPI) 상승 압력도 완화돼 통화정책 완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FOMC는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 정책 금리를 조절해 경기와 인플레이션을 관리한다.
따라서 8월 PPI 둔화와 러시아·유럽 긴장 고조는 ‘안전자산 선호’와 ‘연준 완화 기대’라는 두 갈래 흐름을 동시에 자극한다. 이로 인해 달러·귀금속·주식 간 자금 이동이 한층 복잡해졌으며, 투자자들은 12일 CPI 결과에 집중할 전망이다.
용어·배경 설명
bp(basis point)는 금리·수익률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최소 단위로, 1bp는 0.01%p다. 예컨대 25bp 인하는 정책금리를 0.25%p 내리는 것이다.
DXY 달러지수는 유로, 엔, 파운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한다. 지수가 오르면 달러 강세, 내리면 달러 약세를 의미한다.
스왑시장에서 확률 반영은 투자자들이 금리선물·이프옵션 등을 통해 특정 금리 이벤트 발생 가능성을 가격에 내재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망 및 기자 의견
무역 갈등과 지정학 리스크가 수시로 재부상하는 만큼 달러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인사 개입 논란은 해외 투자자의 달러 자산 비중 축소를 야기할 수 있다. 반면 연준이 예상보다 공격적인 50bp 인하에 나설 경우, ‘달러 약세·원자재 강세’ 구도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9월 CPI 결과와 FOMC 회의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유로·엔·귀금속 등 대체 투자처로 자금 분산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지표 민감도가 높은 기술주·소비주보다 방어적 성격의 고배당주와 금·은 ETF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