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 조달 배경과 기업 개요
미국 워싱턴주에 기반을 둔 스피어 AI(Spear AI)가 잠수함이 수집하는 대규모 음향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기 위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는 회사 설립 이후 첫 외부 투자로, AI 전문 벤처캐피털 코티컬 벤처스(Cortical Ventures)와 사모펀드 스케어 더 베어(Scare the Bear)가 총 230만 달러(약 31억 원)를 투입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스피어 AI는 패시브 어쿠스틱(passive acoustic) 센서를 통해 수집한 방대한 수중 데이터를 정교하게 가공·라벨링한 뒤 AI 알고리즘에 투입해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이미 미 해군과 6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자사의 데이터 라벨링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패시브 어쿠스틱 데이터란 해저 혹은 해수면에 설치된 수중 청음기(하이드로폰) 등이 주변 소리를 ‘수동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의미한다. 이 데이터에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스콜(squall) 소리부터 고래의 발성, 심지어 적 함정의 프로펠러 소음까지 다양한 주파수가 뒤섞여 있다. 스피어 AI는 이러한 신호 속에서 위협 요소를 실시간으로 식별·추적하는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의 차별성
오늘날 상용 AI 모델은 텍스트·이미지처럼 수년간 사람이 꼼꼼히 라벨링한 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다. 예컨대 미국의 ‘스케일 AI(Scale AI)’는 메타플랫폼스와 148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 가공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데, 이는 텍스트·이미지 중심 데이터셋을 처리하기 위한 협력이다.
그러나 해양 음향 정보는 ▲소음원이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환경 조건(수온·염분·수압)에 따라 전파 특성이 달라지며 ▲라벨링된 공개 데이터셋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난점이 있다. 스피어 AI는 이 ‘데이터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하드웨어(센서)와 소프트웨어(라벨링 툴)를 통합한 플랫폼을 자체 제작해 제공한다.
■ 창업자 이력과 기술적 강점
공동 창업자인 마이클 헌터(Michael Hunter) 최고경영자(CEO)는 특수전사령부(JSOC) 및 미 해군 특수전 부대(일명 네이비 실)를 지원한 정보 분석가 출신이다. 그는 “우리가 직접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인 뒤 정부 계약을 따냈다”며, 민간 투자 없이는 초기 연구개발이 불가능했음을 강조했다.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존 맥거니글(John McGunnigle)은 미 해군 원자력 잠수함 지휘관 출신으로, 잠수함 운용·정비·작전 경험을 토대로 해양 센서 네트워크 설계와 신호 해석에 대한 전문성을 제공한다.
■ 제품·서비스 구성
스피어 AI의 솔루션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진다. 첫째, 부표나 선박에 부착 가능한 모듈형 수중 센서를 판매해 원천 데이터를 확보한다. 둘째, 수집 데이터를 딥러닝 학습이 가능한 ‘정제 데이터’로 변환해 주는 라벨링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AI 모델이 ‘고래인지, 폭풍우인지, 혹은 적 잠수함인지’를 빠르게 판별하도록 학습시킬 수 있다.
회사는 소재·기계·전자 회로 등 국방 규격을 충족하는 하드웨어 설계와 함께, 실시간 주파수 분석(freq-domain analysis)·위치 삼각측량(triangulation) 알고리즘을 통합해 음원 위치·속도 추정치를 산출한다. 나아가 API 형태로 제공돼 다른 국방·산업용 소프트웨어와 연동이 가능하다.
■ 재무 현황 및 인력 확충 계획
2021년 설립 이후 지금껏 40여 명 규모로 자가 자본만으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 투자금을 통해 연내 인력을 두 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채용 직군은 ▲신호처리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해양학 연구원 ▲국방 사업개발 전문가 등으로 알려졌다.
헌터 CEO는 “팔란티어(Palantir) 모델처럼 컨설팅 서비스를 추가해 정부·민간 프로젝트 모두를 지원할 것”이라며, 해저 송유관·해저 통신 케이블 모니터링 등 상업용 시장 진출 의지도 내비쳤다.
■ 잠수함·해양 보안 시장의 성장성
글로벌 해양 보안 시장 규모는 2024년 26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4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인 잠수정(UUV) 확산과 해저 인프라 보호 필요성이 맞물리며 해저 음향 데이터 분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존하는 상용 해저 센서 솔루션은 데이터 수집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분석·의사결정 지원 기능은 제한적이다. 스피어 AI의 엔드투엔드(End-to-End) 플랫폼은 이 공백을 노린 ‘틈새 전략’으로 평가된다.
■ 전문가 시각
미 해군 출신 방산 컨설턴트 A 씨는 “음향 정보는 전통적으로 기밀이라 공개 데이터가 없었고, 때문에 AI 학습이 어려웠다”며 “상업용·국방용을 가리지 않고, 스피어 AI와 같은 전문 기업이 엄밀한 라벨링 체계를 갖춰 준다면 AI 도입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은 “수중 영역(Underwater Domain)은 우주·항공만큼 데이터 수집 비용이 높아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며 “스피어 AI처럼 전·현직 군 전문가가 참여한 팀이 기술·규제 양 측면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결론 및 전망
스피어 AI는 센서 → 데이터 라벨링 → AI 분석으로 이어지는 ‘수중 데이터 가치사슬’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미 해군뿐 아니라 석유·가스·통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향후 추가 펀딩 라운드에서 방산·에너지 기업의 전략적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I 기술이 음향 정보 해석의 정확성과 속도를 끌어올린다면, 잠수함 전투·해저 인프라 보호·해양 연구 등에서 의사결정 우위를 확보할 기회가 커질 전망이다. 스피어 AI의 성장 궤적은 향후 수중 AI 시장 전반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