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미국 하원 대중(對中) 전략 특별위원회(House Select Committee on the Chinese Communist Party)를 이끄는 공화당 존 물러나(John Moolenaar) 의장이 엔비디아(Nvidia)의 H20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에 대한 대중국 수출 재개 결정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물러나 의장은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무부가 H20 수출 금지를 해제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미국산 첨단 칩이 중국 공산당의 AI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AI 모델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를 돕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H20을 포함한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했으나, 이번 주 들어 돌연 해당 조치를 완화해 엔비디아가 다시 중국 고객사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민주·공화 양당이 드물게 공감대를 형성해 온 ‘대중국 첨단 기술 수출 규제’ 기조와 상충된다는 지적이 의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상무부가 H20을 금지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우리는 중국 공산당(CCP)이 미국산 칩을 활용해 군사력을 고도화하고, 자국민을 검열하며, 미국의 혁신을 잠식하도록 놔둘 수 없다.” ― 존 물러나 의장
엔비디아는 이번 주 초 미국 정부로부터 H20 GPU의 대중국 판매 재개 허가를 받았다고 공시하며, 이는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핵심 매출원 회복이자 미국의 대중 AI 기술 규제가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8일 뉴욕증시에서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상승폭을 반납하고 하락세로 전환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 규제 방향의 불확실성과 중국 매출 회복 기대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엔비디아 측은 “현재 상황에 대해 추가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공식 논평을 거부했다. 상무부도 기자들의 질의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稀土(희토)·영구자석 협상 카드로 떠오른 H20
루트닉 장관은 15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H20 판매 재개는 미국·중국 간 희토류·영구자석(rare earths & magnets) 협상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산 희토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가운데, 중국 역시 첨단 GPU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양측이 ‘교환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원 중국특위가 2025년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 H20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올해 초 글로벌 AI 업계를 놀라게 한 초대형 언어모델(LLM)을 훈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빅테크 텐센트(Tencent) 또한 H20을 활용해 자체 AI 시스템을 대규모로 학습시켰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H20이란? H20은 엔비디아가 2023년 말 중국 수출 규제 요건에 맞춰 설계한 A100·H100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초당 80페타플롭스(FLOPS) 이상의 FP8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미국 정부는 그간 메모리 대역폭·속도·초당 연산량 등 특정 임계치를 넘어서는 GPU를 ‘첨단 제품’으로 분류해 중국 수출을 금지해 왔다.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본래 게임·그래픽 연산용으로 개발됐지만, 병렬 연산에 특화된 구조 덕분에 대규모 AI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GPU 수출 제한은 곧 AI 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시장 분석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자국 기업의 실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분적 예외를 허용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동시에 중국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화웨이 Ascend, 바이두 Kunlun 등 자국산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향후 상무부가 추가로 어떤 ‘안보 임계치’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엔비디아, AMD,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 수출 전략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계속되는 한, 규제의 완화와 강화가 롤러코스터처럼 반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