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el) 주식이 미국 정부의 지분 투자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프리마켓에서 4.6% 급등했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인텔과 정부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전략 산업 보호를 위한 미국 정부의 직접 개입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논의는 이번 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인텔 최고경영자(CEO) 립부 탄(Lip-Bu Tan) 간 회동 직후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며칠 전, 립부 탄 CEO가 중국과 연관된 투자 의혹에 연루됐다며 사임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백악관 내부에서는 핵심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면 민관 협력이 필수적
이라는 실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인텔은 8월 14일(현지시간) “보도 내용에 대해 논평을 거부한다”고 짤막하게 밝혔다. 사측이 공식 부인을 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정부 자본 유입 가능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참여 확대가 갖는 의미
CFRA 리서치의 시니어 애널리스트 안젤로 지노(Angelo Zino)는
①“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면 미국 팹리스(fabless·자체 공장이 없는) 반도체 업체들이 인텔의 파운드리(위탁생산) 설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이라며 민간 수요 유인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다만 “제품 로드맵 자체가 개선되지는 않는다. 외부 고객을 유치할 히어로(white knight)가 나타나는지가 관건”
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텔은 지난달 “외부 고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제조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충격 발언과 함께, 오하이오 공장 증설 속도 조절 계획을 공개했다. 이는 첨단 공정(advanced node) 개발에서 TSMC·삼성전자 등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졌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팹리스)를 위탁받아 생산만 전담하는 사업 모델이다. 첨단 노드 기술력·규모의 경제·막대한 설비투자가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인텔은 2021년 ‘IDM 2.0’ 전략을 내세워 자체 설계·제조·외부수탁을 동시에 추진했으나, 수율 문제와 자본 부담에 직면해 외부 지원 필요성이 부각돼 왔다.
전문가 시각과 실행 리스크
영국 Hargreaves Lansdown의 수석 애널리스트 맷 브리츠맨(Matt Britzman)은
②“정부 파트너십은 인텔의 국내 제조 역량 확대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면서도, “실행 리스크가 상당하다. 지원이 신뢰를 높여줄 순 있지만, 첨단 공정 격차라는 근본 문제를 단번에 해소하진 못한다”
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텔 주가는 이번 주 들어 약 20% 반등했으나,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두 자릿수 하락세다. 이는 시장이 정책 모멘텀과 기술 경쟁력을 별개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게 될 경우, 향후 의사결정 구조와 배당·자사주 매입 정책 등 주주환원 전략도 재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반도체 산업 정책의 연속선상
바이든 행정부 시절 통과된 CHIPS & Science Act가 최대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배정한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 리스크와 국가안보 명분을 앞세워 반도체 분야 적극 개입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번 지분 투자 논의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민간 합작 모델이 다른 전략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TSMC 애리조나 공장 지연, 삼성전자 텍사스 공장 인센티브 협상 난항 등으로 미국 내 공급망 재편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며, “인텔이 국적기업이라는 상징성까지 감안하면 정책 측면에서 우선순위가 높다”고 평가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지분 투자 방식이다. 직접 보통주를 매입할지, 의결권 제한 우선주 혹은 전환사채 형태를 선택할지가 지배구조 변화를 좌우한다.
둘째, 투자 대가로 요구될 의무 조항이다. 특정 CAPEX(설비투자) 규모·고용 유지·지정학적 제약이 포함될 경우, 장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셋째, 외부 고객 확보 여부이다. 애플·퀄컴·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업체가 인텔 파운드리에 발주할 경우, 규모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향후 의회 승인 절차나 국방부·상무부 등 유관기관 심사도 변수로 꼽힌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반도체 자급률 이슈가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투자자·정책당국 모두 신중한 행보가 요구된다.
결론 및 전망
인텔은 첨단 공정 경쟁력 회복과 파운드리 고객 유치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 정부가 직접 주주로 참여한다면 단기간 자금 조달 부담은 완화되겠지만,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적 진일보를 입증해야만 주가의 지속적인 재평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구체적 투자 조건과 실행 로드맵이 공개되는 시점을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