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발 관세 협상 소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 오전 총리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을 갖고 양국이 “좋은 합의“(good agreement)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전달했다.
2025년 7월 18일, 로이터(Reuters)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미국이 8월부터 일본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밝힌 이후 처음 이뤄진 양국 정상급 협의다. 이시바 총리는 면담 직후 기자단에 “구체적인 세율이나 항목을 논의하진 않았으나, 베센트 장관이 협상 타결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총리는 또 “관세 문제를 총괄하는 아카자와 료세이 협상대표와 적극적인 대화를 이어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카자와 대표는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양측 모두 건설적 대화(constructive dialogue)를 지속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면담 후 별도 발언 없이 총리실을 떠났다.
25% 관세 카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는 자동차·전자 부품 등 핵심 수출품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세가 실제 발효될 경우 연간 220억 달러*일본 재무성 추계 규모의 일본 대(對)미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베센트 장관은 ‘관세는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에 불과하며, 결국 양측에 윈-윈이 되는 합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외교 소식통
이번 면담은 베센트 장관이 오사카에서 열리는 2025 세계박람회(World Expo 2025) 미국의 국가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전, 도쿄에 들러 이뤄진 의례적 방문(courtesy visit)이었다. 의례적 방문이란 공식 협정 체결과 달리 예우 차원의 만남을 뜻하며, 대체로 비공식 대화와 상징적 메시지 전달이 목적이다.
아카자와 대표의 직책은 한국 독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는 일본 내각부 산하 대외경제조정국에서 수석 관세교섭관(chief tariff negotiator)을 맡고 있으며, 양국 간 관세·통상 협상의 실무를 총괄한다. 협상대표는 미국 측 재무부·무역대표부(USTR)와 긴밀히 공조해 세부 의제를 조율한다.
베센트 장관은 도쿄 일정을 마무리한 뒤 ▶19일 미국관 개막행사 ▶20일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방문 등 경제·문화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일본 투자자 및 기업인과의 라운드테이블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시각·향후 전망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엔화 강세·닛케이 지수 약세가 동반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반면 협상이 타결되면 일본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가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베센트 장관의 ‘좋은 합의’ 발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산업 보호와 재정수입 확보, 외교 협상 카드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다. 25% 관세는 관세율이 0%일 때 대비 수입가격이 4분의 1이 추가로 상승함을 의미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다.
향후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측이 ‘건설적 대화’를 공식화한 만큼, 실무급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공동 성명 채택 여부는 아직 논의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용어 해설 및 참고*
• Courtesy visit: 공식 협정 체결 목적이 아닌 예우 차원의 방문.
• Tariff negotiator: 관세 및 통상 조건을 협상하는 정부 대표.
• World Expo 2025: 2025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 각국이 국가관을 통해 기술·문화·비즈니스 성과를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