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11일(현지시각) 미 소비자물가(CPI)·생산자물가(PPI) 발표를 앞둔 경계 심리 속에 일제히 하락했다. S&P500지수(티커: $SPX)는 전장 대비 -0.25% 밀린 5,276.44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DOWI)는 -0.45% 하락한 39,005.7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IUXX)은 -0.36% 떨어진 19,998.12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1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9월물 E‐미니 S&P500 선물(티커: ESU25)은 장중 -0.28% 내렸고,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NQU25)은 -0.40% 후퇴했다.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를 앞두고 포지션 정리(포지션 스퀘어링)와 롱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이 동반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장 초반만 해도 S&P500은 1주일 만의 고점을, 나스닥100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최근 연준(Fed) 인사들의 ‘비둘기파(dovish)’ 발언이 잇따른 데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점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Fed 미셸 보먼(Board of Governors)은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연내 총 세 차례의 인하가 필요하다”라고 재차 언급했다.
무역 이슈도 단기 상승 요인이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종료될 예정이던 대중(對中)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시장은 이 소식에 일시적으로 안도 랠리를 보였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가 부각되며 상승폭을 반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알래스카에서 예정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탐색적 회담(feel-out meeting)’”으로 규정, 단기간 내 휴전 타결 가능성을 낮춰 시장 기대를 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영토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됐다.
연준 정책 기대가 주가 하방을 어느 정도 완충했다. 지난주부터 발표된 고용·서비스업·제조업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연준이 9월에 곧바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베팅이 확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88%로 이달 초 40%에서 대폭 뛰었다.
가상자산 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1% 상승하며 4주래 최고치를 찍자, 코인베이스(COIN),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 마라톤디지털(MARA) 등 관련주가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기관·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 규모는 1,130억 달러에 달한다.
관세 정책 세부 현황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반도체 수입에 100% 관세를 예고했으며, 인도산 수입품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올릴 방침도 밝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추가 관세 시행 시 미국 평균 관세율이 2024년 2.3%에서 15.2%로 치솟을 것”1이라고 분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향후 1주일 안에 의약품 수입 관세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 유인을 통해 공급망 리쇼어링(Reshoring)을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한다.
이번 주 주요 매크로 일정
• 13일(화) 7월 CPI: 전년 대비 2.8%↑(예상)
• 15일(목) 주간 신규 실업수당청구 22만5천 건(예상)
• 15일(목) 7월 PPI: 2.5%↑(예상)
• 16일(금) 7월 소매판매: 전월 대비 0.5%↑(예상)
• 16일(금)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잠정) 62.0(예상)
시장은 위 지표 결과가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연준 조기 완화’ 시나리오가 강화될 것으로 본다. 반대로 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하면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많다.
기업 실적·주가 동향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결과, S&P500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로, 어닝시즌 개시 전 예상치(2.8%)를 크게 웃돌았다. 전체의 82% 기업이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약세 종목
먼데이닷컴(MNDY) -29%: 연간 매출 가이던스 유지
C3.ai(AI) -25%: DA 데이비슨 ‘언더퍼폼’ 강등
AAON(AAON) -10%: 2분기 EPS 0.19달러(컨센 0.32달러)
업스타트(UPST) -7%: 5억 달러 전환사채 발행 계획 등
강세 종목
TKO 그룹(TKO) +10%: UFC 중계권 계약 수혜
엘프뷰티(ELF) +10%: 모건스탠리 ‘비중확대’ 상향
마이크론(MU) +4%: 4분기 매출 전망 상향(112억 달러) 등
채권·금리
미 9월물 10년 만기 국채(티커: ZNU25)는 2틱 오른 110-12에 마감, 수익률은 4.279%로 0.4bp 하락했다. 스티븐 미런(Fed Governor 지명자)의 ‘연준 완화 성향’이 알려지면서 채권 매수세가 유입됐다. 독일 10년물 분트채 수익률은 2.696%(+0.6bp), 영국 10년물 길트채는 4.565%(-3.6bp)로 엇갈렸다.
한편, 스와프시장은 9월 11일 예정된 ECB 회의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6%로 반영 중이다.
용어 설명
• E-미니 선물: CME가 전자거래로 소액 단위로 거래할 수 있게 만든 주가지수 선물 계약.
• PPI: Producer Price Index로, 도매·공급 단계 물가를 측정.
• 롱리퀴데이션: 매수 포지션을 정리해 현금을 확보하는 행위.
전문가 시각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월가 스트래티지스트들은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주가 하방을 제한하고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숫자가 가장 큰 변수”라며 “CPI가 3%대 중반을 넘기면 국채 금리가 재차 상승해 기술주 조정폭이 확대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필자는 관세 정책이 미·중 공급망을 재편하며 중장기적으로 비용 인상 압력을 키울 가능성에 주목한다.
결국 이번 주 미국 CPI·PPI, 트럼프·푸틴 회담 결과, 그리고 기업 실적 가이던스가 ‘연준 vs 인플레’라는 힘겨루기에 방향성을 제공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