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CFPB)이 의회가 새로 설정한 예산 상한선으로 인해 조만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내부 직원들에게 경고했다. 로이터가 단독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CFPB는 ‘감원(RIF·Reduction in Force)’을 검토 중이며 직원들에게 최신 이력서를 미리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CFPB는 올해 회계연도가 종료되고 다음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부터 급여·퇴직위로금을 충당할 현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두 명의 관계자도 동일한 전망을 전했다.
이번 사태는 스스로 초래한 재정 압박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CFPB 대변인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CFPB의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 CFPB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겠지만, 의회가 설정한 새로운 예산 한도에 맞추기 위해 ‘워크포스 최적화(Workforce Optimization)’ 방안을 계속 검토할 것” — CFPB 인사부 이메일 중
해당 이메일은 직원들에게 “감원 가능성이 포함된 평가가 진행 중”이라며, 위치가 폐지될 경우를 대비해 최신 이력서를 시스템에 업로드해 둘 것을 권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전임 국장 로힛 초프라(Rohit Chopra)를 해임한 뒤, CFPB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집행을 하고 법적 권한을 넘어섰다며 강하게 비판해 왔다. 이후 신임 지도부는 두 차례에 걸쳐 대다수 직원을 감원하려고 했으나, 노조·소비자단체가 재구조화가 불법이라며 맞서면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2월, 러셀 보우트(Russell Vought) CFPB 직무대행은 회계연도 마지막 분기(4~9월) 운영자금을 연방준비제도(Fed)에 추가 요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감원 계획이 보류된 상황에서도 CFPB는 대부분 직원의 급여를 계속 지급하고 있다.
CFPB 자금조달 구조CFPB Explained
CFPB는 일반 세금이 아닌 연준의 수익에서 예산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올여름 의회는 CFPB가 연준 총지출의 12%까지 요청할 수 있던 상한선을 6.5%로 대폭 낮췄다. 그 결과 수백만 달러 규모의 예산이 한꺼번에 사라지며 기관 운영에 큰 타격을 줬다.
전문가 분석
이번 예산 삭감은 단순한 조직 축소를 넘어 미국 소비자 금융 규제 전반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있다. CFPB는 2011년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출범해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소액대출 등 소비자 금융 상품을 감독해 왔다. 인력 축소로 감독 강도가 약화되면, 금융사들의 규제 회피 행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또한 CFPB가 연준으로부터 받는 예산에 의회가 직접 제한을 가한 이번 조치는, 독립 규제기관의 정치적·재정적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전례로 평가된다. 향후 다른 독립 기관에까지 비슷한 방식의 예산통제가 확산될 경우, 미국 금융시장 규제 체계는 정치 변동성에 더욱 노출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일각에서는 CFPB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번 예산 삭감을 통해 기관 기능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고, 규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법원이 행정부 방침을 합법으로 인정할 경우 대규모 감원이 단행되고, 규제 공백에 따른 금융상품 피해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둘째, 불법 결정을 내릴 경우 CFPB는 구조조정 없이 기존 인력을 유지하되, 예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연준 혹은 의회에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어느 시나리오든 소비자 보호 역량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용어 설명Glossary
• 감원(RIF·Reduction in Force): 조직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일정 비율의 직원을 해고하거나 직무를 폐지하는 조치.
• 워크포스 최적화(Workforce Optimization):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조직 슬림화 전략.
• CFPB: 금융회사 영업 관행을 감독·규제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미국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