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 — 미국 상업은행들이 9월 15일(현지시간) 분기 법인세 납부 시한을 맞아 연방준비제도(Fed)의 상설 환매조건부 운영창구(Standing Repo Facility, SRF)에서 15억 달러를 차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차입 규모는 자금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크지 않았으나, 달러 자금 조달 비용이 소폭 올라갔음을 시사한다.
SRF는 코로나19 대유행 직후인 2021년 7월 도입된 단기 유동성 백스톱(backstop) 제도다. 연준은 매 영업일 두 차례 ‘당일치기(오버나이트)’ 자금을 제공하며, 미 국채(트레저리)·정부기관채권·기관 MBS(주택저당증권) 등 고품질 담보를 맡기면 현금을 빌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분기 세금 납부와 대규모 국채 결제일이 겹친 날
이번 SRF 차입은 미 기업들의 3분기 법인세 납부 마감일과, 최근 발행된 3·10·30년 만기 국채의 결제(settlement)가 동시에 도래한 시점에 발생했다. 자금시장 분석업체 라이트슨 ICAP에 따르면, 이날
“재무부가 받아야 할 법인세·국채 결제 대금이 총 780억 달러에 달한다”고 파악됐다.
이로 인해 연방재무부 일반계정(TGA) 잔액은 870억 달러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민간 부문에서 정부로 현금이 이동하면서, 시중은행·머니마켓펀드(MMF)가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금조달 지표인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은 9월 12일 금요일 4.42%까지 올라 2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은행이 초과지준을 예치하면 받을 수 있는 IORB(Interest on Reserve Balances)는 현재 4.40%로 SOFR보다 낮았다. 일반적으로 SOFR은 IORB 이하에서 형성되는 것이 정상이지만, 국채 결제와 세금 납부 같은 ‘자금 수요 피크’에는 역전되곤 한다.
전문가 분석: “일시적 현상”
라이트슨 ICAP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루 크랜달(Lou Crandall)은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번 유동성 긴장은 대형 국채 쿠폰 결제일과 분기 세금 납부일이 겹칠 때 관측되는 통상적 수준이며, 시장을 교란할 정도의 ‘충격적 스퀴즈’는 아니다.”
연준은 이날 오후 세션에서 SRF를 한 차례 더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여자들은 추가 차입 수요가 미미하거나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지난 6월 30일에는 금융기관들이 SRF에서 111억 달러를 빌려, 제도 출범 이후 최대 금액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역시 반기 회계 마감·세금 납부·국채 결제가 동시에 몰린 탓이었다.
SRF·Repo 시장 용어 풀이← 생소한 개념 해설
환매조건부(Repo) 거래는 보유한 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빌리고 다음날(또는 특정일)에 되사는 단기 대차(貸借) 방식이다. ‘담보부 콜(call) 대출’처럼 안전성이 높아 기관투자가·은행권의 대표적 단기 조달창구로 쓰인다.
Standing Repo Facility(SRF)는 ‘만성적 자금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연준이 상설로 운영하는 기구다. 기존 일시적 Repo(Temporary OMOs)에 비해 빈번하게 열리며, 거래 한도는 은행당 최대 1,600억 달러다.
SORF와 IORB
- SOFR: 미 국채를 담보로 한 하루짜리 대출의 가중 평균 금리. 달러화 무위험 단기준금리로 자리 잡았다.
- IORB: 은행이 연준 계좌에 보유한 초과지준 예치분에 대해 지급되는 이자. 최저 위험·즉시 유동성 확보 수단이므로, 일반적으로 SOFR 상단(금리의 ‘상한선’) 역할을 한다.
시장 파급 효과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9월 분기 말이 다가오면서 총체적 유동성 흡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연준의 SRF·역레포(RRP) 등 안전판이 가동되는 만큼 시스템 전반의 스트레스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한다. 특히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당국은 ‘예방적 유동성 공급’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은행권에게 SRF 활용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일부 딜러들은 “오는 10월 국채 발행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양적긴축(QT)이 지속될 경우, 연말로 갈수록 자금시장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같은 시장 구조적 변화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단기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달러 조달 시(예: CP, CD, FX스와프) 참고하는 요율이 SOFR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투자자·기업들도 미 국채 발행 일정과 Fed 유동성 정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