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차관,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이민단속에 ‘깊은 유감’…“한·미 관계 강화의 전환점 삼자”

[서울] 최근 미국 이민국(ICE)의 단속 과정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구금된 사건과 관련해, 크리스토퍼 랜도(Christopher Landau)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양국 관계를 한층 돈독히 하는 계기’로 삼자고 제안했다.

2025년 9월 1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랜도 부차관보는 같은 날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했다. 외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측은 약 40분간 비공개 회동을 가진 뒤 언론에 간략한 설명만 내놓았다.

외교부는 “랜도 부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노동자들이 향후 미국 재입국 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정한 사실을 직접 언급했다”면서,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노동·이민·영사 분야 협력 체계를 재정비하자는 제안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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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속은 미국 내 특정 제조시설을 겨냥해 단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약 일주일간 ICE 산하 구금시설에 머문 뒤, 9월 12일(현지시간) 전세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구금 기간 동안 영사 조력과 통역이 제공됐으며, 중대한 인권 침해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법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편과 심리적 고통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향후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 — 크리스토퍼 랜도 부차관보

직함 해설1Deputy Secretary of State’는 미 국무부(외교부에 해당)의 차관보급 고위직으로, 장관·차관 다음 서열을 담당한다. 주로 특정 지역·사안별 외교 정책을 조율하며, 이번처럼 긴급 사태 발생 시 파견돼 수습·협상 창구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과 표명이 외교적 ‘속도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체 구금 사태였음에도, 불과 이틀 만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한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인 속도”라며, “앞으로 양국 간 이민·노무 협의 채널이 정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주식·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노동·이민 사안은 단기적으로 양국 경제 협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으나, 빠른 외교적 수습은 리스크 완화 요인”이라며, “특히 현지 한인 경제권의 심리적 안도감 형성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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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 ‘강경 이민 기조’ 속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불이익 금지’를 지시한 배경에는, 주요 동맹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자리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인도·태평양 전략 등 미국 외교·안보 계산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 정치권에서는 ‘주재국 내 한국인 보호 체계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재외국민보호법 개정안을 재검토하고, 범정부 차원의 신속대응 태스크포스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민법 분야 법조계는 “단속 대상이 기업 고용주가 아닌 근로자였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며, “향후 취업비자(예: H-2B) 제도 개선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또한 미국 내 한인 단체들은 “ICE 단속 시 통역·법률 지원 서비스의 의무 제공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향후 전망2 랜도 부차관보와 박 차관은 오는 11월 열릴 예정인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이전까지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관가에서는 ‘연례 전략대화 채널에 이민·노동 의제가 정식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궁극적으로 동맹 관계의 다층화·현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