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금리 인하 경로 놓고 ‘극심한 분열’…중간 전망은 올해 추가 0.50%p 인하

[워싱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직후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서 올해 안에 추가로 0.50%p를 더 내릴 것이라는 중간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각 위원의 전망치는 극심하게 엇갈려, 통화정책 결정 라인 내부의 균열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분기 전망에서 19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은 “더 이상의 인하는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으며, 2명은 한 차례(0.25%p) 추가 인하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반면 9명은 연내 두 차례(총 0.50%p) 추가 인하를 예상해 중간값을 끌어올렸다.

새로운 이견의 중심에는 최근 임명된 스티븐 미랜( Stephen Miran) 연준 이사가 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0.50%p 인하를 요구하며 단독 반대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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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랜 이사는 회의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임명·취임시킨 인사로, 적극적인 완화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대편 끝단에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한 명의 지역 연은 총재가 “금리를 오히려 4.40%까지 올려야 한다”는 견해를 제출해 논쟁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드라이브가 갈등을 키웠다.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전 이사가 8월 돌연 사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석을 메우기 위해 미랜을 전격 임명했다. 같은 달 대통령은 리사 쿡(Lisa Cook)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정보를 허위 기재했다’는 이유로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쿡 이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례적 해임 시도는 연준 독립성 논란을 증폭시켰다.

점도표가 말하는 것

점도표는 각 연준 위원이 예상하는 연말 기준금리를 점으로 표시한 그래프다. 기준금리 0.25%p는 25bp(basis point)로, 1bp는 0.01%p를 뜻한다. 이번 점도표의 상단 점(4.4%)과 하단 점(2.9%) 간 격차는 1.5%p로, 지난 6월(1.0%p)보다 더 벌어졌다.

연준은 올해 실업률을 4.5%로, 2026년 말에는 4.4%로 전망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올해 3.0%, 내년 2.6%로 예상했다. 이는 2% 물가안정 목표치를 여전히 상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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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압력”인가, “데이터 판단”인가

시장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인사 개입과 위원 경질 시도가 연준의 판단에 정치적 부담을 준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하지(Christopher Hodge) 이코노미스트는 회의 전 “양측 모두 설득력 있는 논거를 갖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요인을 완전히 간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개월간 미국 고용시장은 둔화 흐름을 보였고, 실업률은 4.3%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영향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전이되지 않은 점이 대다수 위원들이 완화정책에 동의하도록 만든 배경으로 풀이된다.

내년 이후 금리경로 시나리오

중간값 기준으로 위원들은 2026년과 2027년에도 각각 0.25%p씩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 다만 전망치는 2.6%∼3.9%로 광범위해, 데이터 흐름에 따라 경로가 급격히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Federal Reserve

전문가 시각에서 보면, 연준 내부의 분열은 단순한 이견을 넘어 ‘독립성 시험대’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만약 대통령의 강한 인사권 행사가 지속될 경우, 향후 정책결정 과정마다 ‘정치적 의구심’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의 신뢰성과 시장 예측 가능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연준이 강조해 온 ‘데이터 기반 접근’(data-dependence)의 설득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정책 신뢰도 하락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직접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의지를 유지하려면 독립성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도한 긴축이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듯, 과도한 완화 역시 물가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시장은 수치 이상의 ‘결정 과정 그 자체’를 주시하고 있다.

기자 노트: 용어·배경 설명

  • 점도표(dot plot):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참여 위원 19명이 각자 연말 정책금리를 찍어 놓은 그래프. 이름은 특정되지 않으나 전체 분포를 통해 의견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 bps(베이시스포인트): 1bp는 0.01%p. 중앙은행이 미세한 금리변화를 논할 때 주로 사용한다.
  • PCE 물가지수: 소비자물가(CPI)보다 범위가 넓고 가중치가 변동적인 지표로, 연준이 목표치 관리에 활용한다.

향후 일정을 살펴보면 연준은 11월, 12월 회의에서 데이터와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해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팬데믹 이후 물가·고용 지표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시장은 ‘한 발 늦은 피벗’(pivot)에 대한 우려와 ‘과도한 선제 완화’에 대한 경계감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정책위원 충원·경질 이슈가 재발할 것인가. 둘째, ‘물가 경로’가 연준 기대에 부합할 것인가. 두 변수에 따라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선물(Fed Fund Futures) 시장에서 연내 0.50%p 인하 가능성을 70% 안팎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 개별 전망의 파열음이 커질수록 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며, 이는 기업 자금조달 비용과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