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연방준비은행(Austan Goolsbee) 총재가 최근 소비자·생산자물가 지표와 관세 변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2025년 8월 15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구울즈비 총재는 같은 날 방송된 스쿼크박스(Squawk Box) 인터뷰에서 “서비스 물가가 다시 오르는 조짐을 보이면서 ‘황금 경로(golden path)’의 지속 여부를 확인할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금 경로’란 인플레이션 둔화와 견조한 고용 시장을 동시에 달성해 경기 침체 없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이상적 시나리오를 뜻한다. 구울즈비 총재는 올해 12명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 가운데 한 명으로, 그의 발언은 9월 16~17일 회의를 앞둔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물가 지표가 던진 ‘불안의 톤’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로 월가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이어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 대비 0.9% 급등하며 약 3년 만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울즈비 총재는 “서비스 가격은 공급망 정상화가 이뤄져도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시적(transitory)’ 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두 차례 더 안도할 만한 물가 지표가 확인돼야 금리 인하를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파장
시장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tariff)가 수개월 지연을 거쳐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울즈비 총재 역시 인터뷰에서 “관세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반되는 현상)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향후 데이터에 관세 효과가 드러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데이터가 계속해서 양호하다면 ‘먼지가 가라앉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명확성이 필요하다.” — 아우스턴 구울즈비
그는 “경제가 강하고 인플레이션이 내려오고 있다는 그림이 재확인된다면, 장기 균형 수준으로 금리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과 연준의 다음 행보
현재 연방기금금리는 4.25%~4.50%로 유지되고 있다. CME FedWatch에 따르면, 파생상품 시장은 9월 회의에서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100%로 반영하고 있다. 다만 10월 추가 인하 확률은 55%, 12월 세 번째 인하 확률은 43%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 및 관세 효과, 고용 시장 탄력성 등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연준의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 접근을 강화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해설: FOMC·근원 CPI·PPI란?
• FOMC: 미국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로, 연준 이사회 7명과 지역 연준은행 총재 5명(총 12명)이 투표권을 갖는다.
• 근원 CPI(Core CPI): 소비자물가 지수에서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지표로, 기조적 인플레이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 PPI: 생산자가 받는 판매가격을 측정하는 지표로, 향후 소비자물가에 선행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기자 분석 및 전망
서비스 물가 재상승과 관세 리스크는 연준의 ‘속도 조절론’을 뒷받침한다. 동시에 4%대 실업률·객관적 성장률을 고려할 때, 9월 인하 자체를 번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금리 인하 사이클의 깊이와 속도는 ‘두 번째·세 번째’ 물가·고용 지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10월 FOMC는 중간선거를 한 달 남긴 시점이어서 정치적 변수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관세로 자극받은 물가가 추가 가속한다면, 연준이 ‘일시 정지(pause)’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9월 이후 통화정책 경로는 ‘인플레이션 둔화의 지속성’과 ‘관세가 몰고 올 잠복 인플레’ 간 힘겨루기에 달려 있다. 투자자들은 FOMC 이전 발표될 8월 CPI·PPI, 9월 초 고용지표(비농업부문 고용·실업률) 등 핵심 데이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